삶의 숭고한 서사를 인간의 몸으로 형상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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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삶의 숭고한 서사를 인간의 몸으로 형상화하다
●예술공간 집 기획초대 박치호 개인전 '붉은 몸, 붉은 바다'
내달 1일부터 27일까지 작품 13점
'붉은 몸' 통해 인간군상 그려내
전남 기반 국내외서 활발한 활동
내달 1일 허경 철학가와 대담 진행
  • 입력 : 2025. 03.24(월) 18:41
  •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
박치호 작가가 24일 광주 동구 예술공간 집에서 열린 기획초대 개인전 기자간담회를 찾아 작품 ‘붉은 몸’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박찬 기자
박치호 작가가 지난 30여년간 펼쳐 낸 작품 활동의 모티브가 된 1992년 드로잉 작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박찬 기자
광주 동구 장동의 주택 단지 골목을 걷다 보면 예술공간 집이라 불리는 곳이 자리하고 있다. 여러 작가의 미술 세계가 열렸던 이곳에서 올해 첫 기획초대전으로 박치호 작가를 초대해 다음달 1일부터 27일까지 ‘붉은 몸, 붉은 바다’ 전시를 선보인다.

그간 11번의 개인전을 열었던 박 작가가 광주에서 개인전을 여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최신작 10점을 포함 총 13개의 작품을 소개할 계획이다.

24일 예술공간 집에서 열린 박치호 개인전 ‘붉은 몸, 붉은 바다’ 기자간담회에서 거대한 몸의 형상으로 삶의 숭고한 서사를 담아낸 작품들을 미리 만나볼 수 있었다.

박 작가는 그간 빅맨, 두상, 망각, 기억, 상처, 몸 등 인간 혹은 삶으로 귀결되는 상징을 주제로 작품세계를 펼쳐왔다. 이번 전시는 세월이 흐르며 더욱 깊이 축적된 작가의 사유를 담아냈다. 전시 주제의 ‘붉음’은 노을의 붉음이자, 삶의 시간이 성숙해 감을 나타낸다. 아울러 인생의 저녁으로 들어서며 절대 고독의 순간을 맞이하는 인간 심리를 포괄적으로 상징한다.

작품 ‘붉은 몸’은 시대의 삶을 껴안은 몸으로 더 웅장하고, 거대하게 구현됐다. 몸을 비추어내는 빛과 강렬한 어둠이 내려앉은 배경은 한 개인의 몸이 아닌 시간이 축적되며 쌓인 모든 인간의 삶을 대변하는 듯하다.

박 작가는 서울에서 대학 생활을 하며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재료의 한계를 넘어 독자적 제작 방식을 구축했다. 아크릴 안료를 리넨 천 위에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마치 시간을 지나오듯 한 겹, 한 겹 쌓아 올린 색들은 화면 아래 깊이 침잠해 묵직한 작품의 깊이를 더한다. 관람객들은 3~4m에 달하는 대형 캔버스에 비현실적으로 구현된 커다란 인간의 몸과 조우하며 삶의 깊이를 되새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치호 개인전 ‘붉은 몸, 붉은 바다’가 열리는 광주 동구 예술공간 집 내부. 박찬 기자
박치호 개인전 ‘붉은 몸, 붉은 바다’가 열리는 광주 동구 예술공간 집 내부. 박찬 기자
박 작가는 1967년 여수 경도에서 태어났다. 그에게 바닷가를 걷는 건 단순한 운동이 아닌 사색이었다. 바닷가에 쓸려 온 부유물들을 보고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부유하는 삶과도 상통한 것을 깨닫는다.

이러한 믿음은 작가에게 몸을 통해 한 인간의 삶을 보여줄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안겼다. 아울러 한 인간을 통해 인류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는 생각도 여기서 비롯된다.

이렇듯 이곳에 걸린 작품들은 바다와 함께 살아오며 체화된 그의 삶과 철학이 투영된 결과물들이었다.

이번에 선보이는 신작 제목인 ‘붉은 몸’ 또한 석양에 홀로 서 있는 고단한 삶을 살아온 한 인간의 모습을 망라하며 비유한 것이다.

작가는 특히 지난해 서울과 호주 멜버른에서 개인전을 거치며 작품세계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어졌다고 전했다.

그는 “세상에 완전한 인간은 없겠지만, 상처와 고독의 모든 순간을 껴안을 수 있는 더 큰 인간으로 나아가고 성찰해 가는 모습을 이번 전시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며 “붉은 몸의 형상들이 현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대변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문희영 예술공간 집 대표는 “모든 만물의 생(生)이 다시 시작되는 봄, 삶의 숭고한 서사를 인간의 ‘몸’으로 형상화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예술로 담아낼 수 있는 숭고한 아름다움이 무엇일지, 박치호 작가가 축적하고 성찰해 낸 시각으로 구현한 작품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시 개막에 맞춰 다음달 1일 오후 4시 박치호 작가와 허경 철학가를 초청해 대담을 진행한다.

이어 다음달 14일에는 광주비엔날레에서 올해 처음 추진한 ‘GB작가토크’도 진행될 예정이다. 전시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예술공간 집(062-233-3342)으로 문의하면 된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