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래리 피트먼 작 ‘알 기념비가 있는 반짝이는 도시’. 전남도립미술관 제공 |
![]() 래리 피트먼 작 ‘본질의 시작과 끝에 대한 사념체(思念體)’. 전남도립미술관 제공 |
![]() 래리 피트먼 작 ‘그랜드 투어’. 전남도립미술관 제공 |
광양에 위치한 전남도립미술관은 지난 18일부터 ‘래리 피트먼: 거울&은유’ 국제전시를 열고 래리 피트먼 작가의 회화작 4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이 전시는 지난해 10월 중국 상해 롱 뮤지엄(Long Museum) 전시 이후, 한국에서 열리는 순회전 형식으로 전남도립미술관이 오는 6월15일까지 개최한다. 래리 피트먼 회화를 국내 미술관에서 전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역 미술계는 물론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큐레이터 로셸 스타이너(Rochelle Steiner)가 기획한 이번 전시는 래리 피트먼이 지난 14년간 작업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자리다.
현대인의 삶에 대한 주제를 기반으로 한 ‘본질의 시작과 끝에 대한 사념체(思念體)’(2012), ‘카프리초스’(2015), ‘녹턴’(2015), ‘아이리스 숏 열림과 닫힘’(2020), ‘디오라마’(2021), ‘알 기념비가 세워진 도시’(2022), ‘알 기념비가 있는 반짝이는 도시’(2023) 등 일곱 가지 주요 연작이 한자리에 모인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래리 피트먼은 미국인 아버지와 콜롬비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952년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난 뒤 어린 시절 콜롬비아에서 자란 그는 휘트니 비엔날레(1993, 1995, 1997), 카셀 도큐멘타(1997), 베니스 비엔날레(2003) 등 유수의 전시에 참여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쌓았다. 특히 지난 2019년 로스앤젤레스 UCLA 해머 미술관에서 열린 대규모 회고전은 큰 주목을 받았고 국내에선 2022년 서울 이태원 리만머핀에서 개인전을 열고 ‘알 작가’로 이름이 알려진다.
![]() 래리 피트먼 작가. |
1980년대 중반부터 그의 작품에 일관되게 등장하는 알(Eggs)은 대표적인 모티프다. 이 형태는 야경과 도시 풍경 속에 융합돼 기념비처럼 자리하거나 언제든 생명으로 부화할 준비가 된 자연 풍경의 일부로 존재한다. 알은 그의 유토피아적 관점의 일부로, 생명의 풍요로움에서 비롯된 여성성과 생성의 비전을 담고 있다.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알로 가득 찬 작품들은 현대의 삶이 지닌 가능성, 즉 낙관과 재생에 대한 사랑의 서신과도 상통한다.
피트먼의 또 다른 주요 모티프 녹턴(Nocturne)은 흑백 작품뿐만 아니라 색채 작품에서도 반복적으로 등장해 회화적 세계에 깊이를 더한다. 빛을 발하는 램프와 황혼을 암시하는 요소들은 밤의 신비로움을 강화한다.
![]() 래리 피트먼 작 ‘카프리초스’. 전남도립미술관 제공 |
‘카프리초스’(2015) 또한 주목받는 피트먼의 작품으로 스페인의 대표적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와 미국의 시인 에밀리 디킨슨을 가상 세계에서 조우시켜 화제를 모은 그림이다. 두 인물이 작품을 통해 다뤘던 인간의 잔혹성과 필멸성의 주제를 탐구한다.
이번 전시는 이처럼 작가가 작업 과정에서 중요히 여겼던 개념적 전략과 철학을 망라한다. 작품마다 제목을 먼저 정한 뒤 작업의 구조라고 명명하는 시각적 구조를 설계한 후 자신의 주제적 관심과 관련된 이미지를 캔버스에 채워 넣는다. 이렇게 탄생한 피트먼의 작품들은 고립감에서부터 화려함에 이르는 다양한 현대 삶에 대한 성찰을 제시한다.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장은 “다양하고 폭 넓은 동시대 미술을 지역민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며 “작가가 제시하는 강력한 생명력과 미래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함께 나누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