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현장 거닐며 광주의 외로움과 슬픔 마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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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오월 현장 거닐며 광주의 외로움과 슬픔 마주해”
부산대 국문과 5·18사적지 견학
기념재단 ‘소년에게’ 활동 일환
‘소년이온다’낭독·계엄사태 토론
“민주주의 위한 희생 기억할 것”
  • 입력 : 2025. 03.27(목) 18:48
  • 이정준·정승우 수습기자
5·18기념재단이 기획한 ‘소년에게’ 프로그램에 참가한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학생들이 27일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작품 ‘소년이 온다’의 주요 배경이 된 광주민주화운동 주요 배경의 장소인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한 뒤 민주주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이정준 수습기자
5·18기념재단이 기획한 ‘소년에게’ 프로그램에 참가한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학생들이 27일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작품 ‘소년이 온다’의 주요 배경이 된 광주민주화운동 주요 배경의 장소인 국립5·18민주묘지에 방문해 오월길 안내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있다. 이정준 수습기자
“책에서 읽은 역사를 직접 마주하니 더욱 의미가 깊은 것 같습니다. 그날의 아픔을 잊지 않겠습니다.”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학생들이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배경이 된 5·18 민주화운동 현장을 직접 찾아 나섰다. 학생들은 ‘오월광주’의 아픔을 되새기면서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산화한 열사들의 정신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고 다짐했다.

5·18기념재단이 기획한 ‘소년에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부산대 국어국문학과 학생 60여명이 27일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의 작품 ‘소년이 온다’의 주요 배경이 된 사적지를 답사했다.

학생들은 첫 일정으로 광주 북구 운정동에 위치한 국립 5·18 민주묘지와 구묘역을 찾았다. 학생들은 무거운 표정으로 묘비 사이를 걸으며 해설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해설사들은 학생들에게 전남여상 3학년 재학 중 기독병원에서 헌혈을 하고 나오다 계엄군 총에 맞아 사망한 박금희 열사와 임신8개월의 몸으로 조준사격 당한 최미애 열사 등에 대해 설명하며 피로 물들었던 현장을 생생히 묘사했다.

학생들은 해설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하나같이 깊은 침묵에 잠겼고 일부는 묘비를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후 민중항쟁추모탑으로 이동한 학생들은 향을 피우고 오월 영령들을 위한 묵념을 올렸다.

이어 학생들은 30여분을 이동해 서구 치평동의 5·18자유공원으로 향했다. 이곳은 5·18 당시 시민들이 군사재판을 받았던 장소로, 당시의 슬픔과 억울함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공간이다.

이들은 공원 내부에 있는 옛 상무대 법정에서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일부를 함께 낭독한 후 5·18 민주화운동 당시의 아픔을 되새기면서, 지난 연말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토론에서는 ‘반복’, ‘잔혹성’, ‘인간성’, ‘민주주의 회복’ 등의 키워드가 나왔다. 학생들은 각자의 시각에서 5·18민주화운동을 분석하고, 민주주의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이번 광주 학술답사가 ‘오월광주’의 애환을 체감하고, 민주주의의 가치에 대해 상기할 수 있는 뜻깊은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4학년 이상현(24)씨는 “교과서에서만 보던 5·18의 현장을 직접 방문하니 감회가 새롭다”며 “특히 희생자들의 묘비를 보며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가 기억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입생 최유찬(20)씨는 “부·마 항쟁과 5·18 모두 직접 겪어보지 못한 세대라 막연하게만 느껴졌는데, 현장을 방문하니 당시 광주시민들이 겪었을 외로움과 슬픔이 피부로 와닿았다”며 “최근 비상계엄 사태에서도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뻔했다. 이번 답사를 통해 내가 어떤 책임감을 가져야 할지 깨달았다”고 전했다.

박수정(23)씨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꼭 광주에 방문해보고 싶었는데 많은 곳을 견학할 수 있어 좋았다”며 “단순히 역사 속 이야기로만 생각했던 민주화운동이 이제는 우리의 문제로 느껴져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5·18 기념재단은 오월길 투어를 맞춤형으로 기획해 방문객들이 풍성하게 즐길 수 있도록 이어갈 방침이다. 오는 5월 16일에는 3일 간 독일 튀빙겐대학교 한국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역사 교육, 사적지 답사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정준·정승우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