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지리산국립공원 인근지역인 산청군 시천면 뒷산에 난 산불이 마을과 지리산 쪽으로 향하자 주민들이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
각 시군은 각기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산불의 최대 확산 원인으로 꼽히는 ‘소나무 숲’이 곳곳에 밀집해 있다며 보다 세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27일 산림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산청·하동 산불 진화율은 80%다. 하지만 전날 이미 불씨가 지리산 내부로 옮겨간 가운데, 예보된 비도 내리지 않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이번 산불은 시간당 8.2㎞ 속도로 확산돼, 과거 강원 속초·고성 산불의 5.2㎞를 웃도는 ‘역대 최고 속도’를 기록 중이다.
지리산을 따라 산불이 넘어올 경우 전남에서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지역은 하동 화개장터와 인접한 구례다. 산림당국이 추정한 산불 영향 범위는 산청 시천면 동당리 발화지점에서 약 17㎞(1720ha)까지다. 구례 토지면과는 불과 18㎞ 거리다. 이에 따라 구례군은 이날 예정됐던 ‘구례 300리 벚꽃축제 개막식’을 전격 취소했다.
문제는 산불 확산 속도와 범위가 당초 예측보다 더 크고 빠를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산불의 확산 원인으로 소나무 숲을 꼽고 있다. 영남권에는 약 73만ha에 이르는 소나무 숲이 분포돼 있는데,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소나무는 송진에 테라핀 등 정유 성분을 20% 이상 함유하고 있어 활엽수보다 불길 온도가 1.4배 높고, 지속 시간은 2.4배 길다. 불씨가 날리는 비화(飛火) 현상도 쉽게 발생한다.
지리산과 인접한 전남 지역 역시 전국 3위 규모(약 13만ha)의 소나무 숲이 몰려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구례를 비롯한 시군들은 지리산 지역의 화마를 초기에 진화하기 위해 비상 근무에 돌입했다.
구례 산림과 관계자는 “경남에서 산불이 빠르게 넘어올 가능성에 대비해 소방과 함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불이 가장 먼저 도달할 수 있는 토지면(피아골 방면)을 중심으로 3단계 비상태세를 유지 중”이라며 “경남 지역 사망자 대부분이 고령층인 점을 고려해 마을 이장들과 함께 어르신 대피 계획도 준비했다. 하동 옥종 쪽 산불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소나무 숲 관리와 산불 예방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기완 전남대 산림자원학과 교수는 “지리산은 불에 잘 타는 소나무가 많고, 지형이 험해 불길이 수직으로 빠르게 번지는 특성이 있다”며 “특히 구례와 곡성은 이런 특징이 강해 더욱 산불에 취약하다. 전남으로 불길이 넘어오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나무는 국내 생태에 잘 적응한 나무이기 때문에 모두 없앨 수는 없다. 낙엽층 정비, 내화성 수종으로의 교체 등 평소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산불은 ‘내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캐나다의 ‘스마트 파이어 프로그램’과 같은 예방 대책, 대형 헬기 도입, 퇴직자 인력 활용 등 다각적인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남도는 산불 확산에 대비해 오는 4월 15일까지 도·시군 공무원과 산불감시원 등을 투입해 산림 인접 지역의 불법 소각 행위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 입산 통제 구역은 14만1000㏊, 등산로 폐쇄 구간은 700㎞다. 도는 주말 기동단속반 운영과 더불어 소각행위금지 등 현장 예찰 활동도 강화할 방침이다.
한편 지리산국립공원은 경남·전남·전북 등 3개 도에 걸쳐 있는 국내 최대 규모 국립공원이다. 고산지대, 계곡, 원시림, 희귀 야생동물 서식지 등 다양한 생태계가 분포해 있으며,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 복원사업도 이곳에서 시작됐다. 현재 80마리가 넘는 반달가슴곰이 지리산에 서식하고 있다.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