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영아, 겸손 잃지 말고 꾸준히 지금처럼만 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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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타이거즈
“도영아, 겸손 잃지 말고 꾸준히 지금처럼만 해주렴”
●아버지 김현수씨가 바라본 김도영
토목기사로 일하며 아들 뒷바라지
어릴 때 활달하고 뛰는 것 좋아해
이모 적극 권유 야구부 학교 전학
보약 따로 안 먹이고 레슨도 안해
“40-40보다 팀 우승에 힘 보태길”
  • 입력 : 2024. 08.18(일) 18:14
  •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
KIA타이거즈 김도영(오른쪽)이 광주동성고 3학년 재학시절 아버지 김현수씨와 함께 경기도 포천 산정호수 산책로를 걷고 있다. 김현수씨 제공
“언제든 나올 기록이었기 때문에 도영이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어요. 편하게 하라고 얘기했는데 이렇게 대기록을 달성해 줘서 정말 대견합니다.”

KIA타이거즈 김도영을 묵묵히 뒷바라지해온 아버지 김현수씨의 감회다. 김도영은 토목기사로 직장생활을 하는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의 응원과 지원 속에 광주와 타이거즈를 넘어 한국 야구를 대표할 선수로 성장했다.

지난 15일 쏘아 올린 홈런포는 김도영의 진가를 입증시켰다. 김도영은 이날 고척 키움전 5회초 1사 1루에서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를 상대로 중월 투런포를 터트리며 KBO 리그 역대 최연소·최소 경기 ‘30홈런-30도루’를 달성했다.

김씨는 “특별한 느낌은 없었다. 드디어 됐다고만 생각했다”며 “아들에게는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했다. 도영이도 안타 하나씩 치면서 감각을 끌어올리면 충분히 ‘30-30’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기 때문에 믿고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버지 김씨는 덤덤하게 말했지만 프로 3년 차 앳된 선수가 30홈런-30도루를 기록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데뷔 첫해인 2022시즌 3홈런, 2023시즌 7홈런에 그쳤던 김도영은 올해 급격한 성장세를 이뤄냈다. 특히 20세 10개월 13일의 나이로 1996년 박재홍(현대유니콘스)의 최연소 기록을 2년 이상 단축했다.

김도영의 아버지 김씨도 어릴 때는 야구 유망주였다. 광주 송정동초등학교에서 투수와 내야수로 선수생활을 하다 운동을 포기했지만 그의 야구 DNA는 아들에게 그대로 전수됐다.

김씨는 “도영이가 초등학교 때부터 발이 빨랐기 때문에 주루나 도루에서는 강점이 분명했다. 도루는 30개 이상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면서도 “이렇게 빨리 성장할 줄은 전혀 몰랐다. 올 시즌 개막할 때도 30홈런-30도루는 감히 생각도 안 했던 일이다”고 회상했다.

김도영의 야구 인생 첫 발은 이모인 홍의정씨 역할이 컸다. 워낙 활달한 데다 뛰어다니는 걸 좋아하는 조카의 에너지를 운동으로 승화시키자는 게 이모의 판단이었다.

이 때문에 김도영은 광주 효덕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부가 있는 대성초등학교로 전학하면서 야구 선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김도영은 야구부 입단 초기에는 외야수를 주로 소화했지만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내야수로 전향한 뒤 이 포지션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김씨는 “도영이가 초등학교 때부터 워낙 에너지가 넘치다 보니 이모가 ‘야구를 시키면 운동에 힘을 쏟을 수 있을 것’이라고 권유했다”며 “초등학교 때는 주로 외야수로 뛰다가 6학년 막바지에 내야수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KIA타이거즈 김도영이 지난 2021년 10월30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입단식에서 아버지 김현수씨에게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직접 입혀주고 있다. 뉴시스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김도영의 가장 큰 고민은 힘이었다. 스피드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확실히 두각을 나타냈지만 프로에서 30홈런을 거뜬히 때려낼 수 있는 힘 있는 타자가 될 거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김씨는 “도영이 엄마가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달리기 1등할 정도로 빨랐는데 그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누나들도 굉장히 빠르다”며 “도영이가 중학교에 입학할 때는 키가 앞에서 세 번째 정도일 정도로 작았는데 졸업할 때까지 20㎝ 이상 컸다. 키가 크면서 힘도 자연스럽게 붙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보약 같은 걸 따로 먹이지 않았고 개인 레슨도 안 받았는데 정말 신기하다. 타고났다고 해야 하나 싶다”며 “프로에 와서도 부상 때문에 2년 동안 고전했는데 올해 설움을 다 털어내는 것 같다. 도영이는 늘 자신 있어 했는데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고 뿌듯해했다.

아버지로서 자식이 더 잘 되길 바라는 욕심은 당연한 일이지만 부담감은 일체 주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남은 시즌 ‘40홈런-40도루’의 가능성이 충분하지만 개인 기록보다는 팀 우승에 집중해달라는 당부다.

김씨는 “개인 기록에 부담 주고 싶지 않다. 차근차근 홈런도 치고 운도 따르면 40홈런-40도루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도영이 스스로도 기록보다는 팀을 위해 출루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홈런보다는 출루로 점수를 더 내면서 팀 우승에 힘을 보태주길 바라고, 안 다치고 겸손하고 꾸준하게 지금처럼만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