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콜’ 닮은 소나기 잦아져…아열대 기후 변화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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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스콜’ 닮은 소나기 잦아져…아열대 기후 변화 가능성
‘대기불안정’ 초국지성 호우 빈발
기상청 “‘열대성 강우’와는 차이”
광주·전남 12곳 아열대 기후 포함
“극한호우 증가 관측 시스템 중요”
  • 입력 : 2024. 08.18(일) 18:52
  •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
최근 광주시내에서 점심시간에 이동하던 직장인들이 갑자기 내린 강한 소나기를 피해 급히 뛰어가고 있다. 김양배 기자
올 여름엔 유독 지역과 시간당 강수량 차이가 매우 큰 ‘초국지성 호우’가 기승을 부렸다. 일각에선 이런 현상을 두고 열대성 강우 ‘스콜’(squall)을 연상케 한다며 우리나라가 동남아성 기후로 변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스콜은 뜨거워진 공기가 상승하다가 대기 중 수분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순간 폭발하는 것으로 낮 동안 강한 일사로 지표의 수분이 증발해 오후쯤 일시에 퍼붓는 강수 현상이다.

올 여름 국내에선 스콜을 연상케 한 짧은 시간 폭우가 내렸다 그치는 현상이 유독 잦았다. 이에 열대 기후 지역인 동남아에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알려진 스콜이 국내에서도 나타난 게 아니냐는 주장이 일었지만, 기상청은 스콜과 국내의 소나기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기상청은 과학적인 메커니즘으로 볼 때 최근 곳곳에서 발생한 국지성 호우를 스콜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스콜은 열대 지역에서 낮 시간대 지표면의 가열로 공기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정체된 채 그 지역에서만 쏟아지지만, 소나기는 비구름 크기, 바람의 방향 등 외부 비구름 유입의 영향을 받아 비가 그친 뒤에도 사라지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는 차이가 있다”며 “발생 원인의 차이와 더불어 낮 시간대에만 내리는 스콜과 달리 소나기는 새벽이나 아침에도 쏟아지는 시간적 차이도 있다”고 덧붙였다.

짧은 시간 동안 폭우가 쏟아지다 그치는 초단기 장맛비가 반복되는 이유는 비구름이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대기 불안정이 강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상층에 있는 상대적으로 차고 건조한 공기가 낮 동안 달궈진 공기와 만나 국지성 소나기가 내리지만, 고기압 안의 맑은 하늘과 지표면에서 뜨거운 공기는 유지된다”며 “이로 인해 비가 그친 뒤 곧바로 기온이 올라 폭염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집중호우가 스콜과는 과학적 차이가 있다고 기상청이 주장하지만 머지않아 스콜이 한반도의 기후 현상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은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아열대 기후 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은 전국 45곳으로 이는 불과 1년 전인 2021년의 29곳과 비교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광주·전남에선 광주를 포함한 12곳이 아열대 기후 지역에 포함돼 전국의 29%를 차지했다.

이미 국내의 여러 지역에서 기후가 점차 아열대 기후로 변화하면서 동남아화 된 날씨로 국지적 스콜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온대기후인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로 바뀌는 건 시간문제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상청은 이르면 2050년에 고지대를 제외한 한반도 남부지방 대부분이 아열대로 변할 것으로 전망했다. 21세기 후반기(2081~2100년)에는 우리나라 전역이 아열대기후로 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열대 기후가 되면 1년 중 9개월 이상 기온이 영상 10도 이상으로 올라가고, 한 해 강수량이 2000㎜ 정도로 늘어난다. 이는 우리나라 평년(1991~2020년) 연 강수량(1306.3㎜)의 거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또한 스콜이 맞냐 아니냐의 논쟁과는 별개로 과거 장마와 최근 장마는 데이터상 큰 변화가 있어 기상 관측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새로운 관측 체계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상청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1974~2023년 50년간 극한호우(시간당 50㎜ 이상) 발생 횟수가 1974~1983년 연평균 7.8회에서 2014~2023년엔 18.9회로 40년 사이 2.4배 증가했다.

이러한 기후 변화는 과거 기록을 토대로 산출해 관측하는 시스템이 변화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최병주 전남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시간당 강수량이 과거보다 늘어난 건 데이터상으로 확인되는 변화다. 특히 광주·전남 지역에서 두드러지고 있다”며 “과거 하루에 1번 체크하던 걸 3~5번씩 확인하는 등 정교한 관측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기상 관측이 가장 어려운 정체전선 예보에 대해 기초연구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큰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라며 “황해 덕전도에 해양기상관측기지를 구축해 관측 영역을 서쪽으로 확장하는 등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이를 통해 집중호우·폭설·황사 등 위험기상을 선제적으로 탐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국기상산업기술원은 덕전도에 위치한 제2해양기상관측기지에 이어 지난 5월 제3해양기상관측기지를 영광군 안마도에 개소했다. 이를 통해 서해를 통과해서 호남으로 접근하는 기상현상을 탐지해 광주·전남 지역민들이 보다 빠른 기상정보를 신속히 제공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