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천의 초상화, 그 자체가 역사 절명시 4수를 남기고 자결한 매천 황현(黃玹, 1855~1910), 그가 어떤 인물인지는 그의 얼굴만으로 충분하다. 얼굴은 그가 살아온 그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황현의 제자 김상국은 「매천 선생 묘지명」에서 황현의 외모를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체구는 작으나 정갈하고, 이마는 넓어 얼굴의 삼분의 이를 차지하고, 눈은 틀어진 듯하나 번개 치듯 빛나며, 사람을 볼 때 안광이 하늘에 비치고, 수염은 용과 같이 가볍고 시원스럽게 펼쳐진 듯하였다." 김상국이 쓴 묘지명은 매천의 외모를 표현하고 있지만, 그의 정신세계를 헤아리게 해 준다. 황현의 인물 사진 두 장도 남아 전한다. 삶을 마감하기 직전인 1909년, 소공동 대한문 앞에서 해강 김규경이 운영하는 사진관 '천연당'에서 찍은 것이다. 한 장에는 테두리 오른쪽에 친필로 '매천 55세 소영(梅泉...
편집에디터2022.07.27 09:49〈세서미 스트리트〉의 머펫 '빅버드'. 차노휘 미국 영화 영화(영상 작품)는 제작과정에 창조적 요소와 기계·기술적 요소 그리고 경제적 요소가 합쳐져서 만들어지는, 자본주의의 꽃이자 종합예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정을 책임지는 제작자와 스튜디오·카메라·녹음·현상 등의 시설이 있어야 하며 작품을 감독하는 감독과 시나리오작가·배우·촬영기사·미술가·음악가·편집자가 공동으로 작업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한 편의 영화를 관객과 연결시키려면 배급처와 영화관이 필요하다. 광고가 따라야 하고 영화평론가들의 평가도 있어야 한다. 마침내 영화관에서 관객을 만났을 때에야 대중전달의 기능이 발휘되고 거기에서 상품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창출된다. 관객에게 심리적 영향을 줌으로써 예술적 또는 오락적 가치를 지니게 된다. 그렇기에 영화는 '자본'이 ...
편집에디터2022.07.21 15:35방풍림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정자. 마을 어머니들이 한데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이돈삼 여러 해 전, 해남 땅끝으로 가는 길이었다. 황량한 들녘에 앙상한 가지만 남은 고목이 줄지어 있었다. 한눈에, 방풍림임을 직감했다. 줄지어 선 버드나무와 팽나무의 나이도 지긋해 보였다. 밑동에서 세월의 더께가 묻어났다. 해남윤씨의 옛집과 어우러져서 더 아름다웠다. 윤철하 고택의 안채와 별당채. 안마당을 사이에 두고 안채와 별당채가 나란히 배치돼 있다. 이돈삼 백방산(198m)과 사이산(162m)이 에워싸고 있는 해남군 현산면 초호리다. 그 마을을 다시 찾았다. 계절을 달리해서, 초록이 짙어가는 여름날이다. 금방이라도 소나기를 쏟을 듯한 날씨다. 저만치서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하늘은 희끄무레했지만, 방풍림은 여전히 늠름하다. 버드나무와 팽나무, 느티나무의 이파리도 무성하다. 흡사...
편집에디터2022.07.21 15:38석양 깊은 골짜기, 헛간의 오래된 부삭(아궁이), 쇠여물 솥에 불을 '달멘다'. 덜 마른 '등걸'은 송진을 피식피식 토해내면서도 불을 품는 성정이 그윽하다. 웬만한 바람 따위로는 이 진득한 화염을 방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빼짝(바싹) 마른 '뜽컬'은 그리 진득하지 못하다. 그저 제 몸 하나 태울 화력이라고 할까. '등걸'을 켜켜이 쌓아 불을 지피는 것을 '달멘다'고 한다. 오래된 우리 고향 말이니 이 정도 설명은 해두어야겠다. 고사한 나무뿌리 땔감을 '뜽컬'이라 하고 일반적인 장작을 '등걸'이라 한다. 솔잎 땔감을 '소사리'라 한다...
편집에디터2022.07.21 15:12남원몽심재 안채. 이윤선 "황성옛터에 밤이 되니 월색만 고요해/ 폐허의 설운 회포를 말하여 주노나~" 신파극단 취성좌(聚星座)가 서울 단성사에서 공연할 때다. 여배우 이애리수(1910~2009)가 막간 무대로 나와 이 노래를 불렀다. 갑자기 객석에서 환호성이 튀어나왔다. 삽시간에 장안의 화제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훗날 남인수가 불러 국민가요가 되었던 , 본래의 노래 제목은 이다. 전수린이 작곡하고 왕평이 작사하였다. '황폐한 도성의 흔적', 개성 만월대를 보고 지은 노래로 알려져 있다. 일제강점기 나라 잃은 설움을 망해버린 왕조 고려에 투사했으리라. 허물어진 성터가 주는 영감은 벼랑에 폭포수 쏟아지듯 망국의 조선사람들에게 번졌으니, 일제가 서둘러 금지곡으로 지정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잡초 우거진 도성 터, 이것이 어디 개성의 만월대에 그치겠는가. 흥망성쇠의 왕조에 그치겠는가....
편집에디터2022.07.14 15:31무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여름철에는 응당 이런 것이라고 하면서 살아보지만 요즈음 우리나라 날씨가 열대지방보다 더 덥다고 한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세상이 시끄럽고 인간들이 지은 죄가 크다 보니 자연이 참다못해 분노하는 것일까 이제 우리는 어디에서도 차분하지 못하다 차분 그 자체에 빠져 있다간 살아남지 못한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것들이 우리를 끊임없이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차 한 잔 들고 창밖을 바라보다가 밀려오는 먹구름에 가슴 철렁해지기도 하지만 뭔가 좀 시원스럽게 펼쳐질 것만 같아 그 불안한 기운을 가슴으로 맞이...
편집에디터2022.07.14 15:31최지몽을 모신 사당, 국암사(영암 서구림리) 최지몽 위패(국암사 안) 고려태사 민휴공 최지몽 유허비(영암 동구림리) 천문·복서에 정통 고려 태조 왕건의 꿈 해몽으로 유명한 최지몽(崔知夢, 907∼987)은 효공왕 11년(907), 전남 영암에서 원보(元甫) 최상흔의 아들로 태어난다. 영암 출신인 풍수의 대가 도선국사가 입적한 8년 후다. 지몽의 어렸을 때의 이름은 총진(聰進)이었다. 지몽의 가문이 어떠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부친의 품계가 원보인 것을 보면 영암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던 호족 집안으로 추정된다. 원보란 고려 초 건국 유공자 및 지방호족에게 주던 벼슬의 등급인데, 4품 하계(下階)로 16관계 중 제8위에 해당한다. 문종 30년(1076)에 제정된 경정전시과 규정을 보면 원보는 제13과에 속하여 전(田) 35결과 시(柴) 8결을 받고 있다. 고려 태조 왕건의 삼...
편집에디터2022.07.13 15:37전망대에서 바라본 뉴욕시티. 차노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인간의 문화적, 예술적, 오락적 활동은 그 사회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 당대의 지식인이기도 한 예술가들이 그들의 작품으로써 문제제기를 하기 때문이다. 1933년 개봉된 이후 관객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면서 큰 성공을 거두고, 미국 할리우드 영화를 대표하는 고전 영화로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도 그 중 한 작품이다. 현대까지 꾸준히 리메이크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킹콩과 대조적인 상징성을 띠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출현시킴으로써 더 유명세를 타게 했다. 엠파이어스테이트는 보다 2년 앞서 세상에 태어났다. 1929년 공사를 시작하여 1931년 완공된 그 빌딩은 높이 381m, 그 당시 세계 최초의 마천루였지만 세계무역센터가 지어지면서 2위로 밀려났다. 2001년에 세계무역센터가 테러로 무너진 이후로는 다시 뉴욕에서 가...
편집에디터2022.07.07 16:13섬의 산정에서 만난 꽃밭. 배경 무대로 섬과 바다가 자리하고 있다. 이돈삼 산과 들에 여름꽃이 흐드러졌다. 여름꽃으로 별천지를 이루고 있는 섬으로 간다. 호젓한 섬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섬 자체가 정원이고 꽃밭인 '쑥섬'이다. 전라남도의 제1호 민간정원으로 지정돼 있다. 쑥섬은 고흥반도의 끝자락,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외나로도에 딸려 있다. 행정구역은 전라남도 고흥군 봉래면 사양리에 속한다. 외나로도항에서 배를 타면 5분 만에 데려다주는, 섬 속의 섬이다. 섬의 면적이 32만6000㎡, 해안선의 길이 3㎞ 남짓의 작은 섬이다. 인구는 주민등록상 30여 명이 산다. 오래 전 섬에 쑥이 지천이었다고, 한자로 쑥애(艾) 자를 써서 애도(艾島)이고 쑥섬이다. 마을 담장에 그려져 있는 고양이 조형물과 그림. 길손의 얼굴에 웃음을 짓게 한다. 이돈삼 비밀의 정원에 세워져 있는 고양이...
편집에디터2022.07.07 16:152022. 6. 20_22. 통신사선 탐사, 홍도의 해무 -이윤선 유월 중순을 넘긴 바다는 깊고 아득했다. 한 치 앞을 열어주지 않는 시계(視界)였다. 틈새로 간혹 갈매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지난 6월 20일부터 3일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의 복원통신사선이 공식적인 첫 탐사(단장 진호신 연구관)에 나선 길이다. 항구에 접안 하기는 했지만 묘박(錨泊)에 준한 일정이었다. 배에서 먹고 자고 사흘 밤낮을 보냈다. 시험탐사 때도 합류하여 본 지면에 감상을 남긴 바 있다(2022. 1. 14). 새벽부터 목욕재계하고 마음을 곧게 한 후에야 승선할 수 있었다. 고대로부터 배를 타는 사람들의 심리가 그러하다. 제사장이 큰 제사를 지낼 때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스치는 바람 한 조각, 지나는 날짐승 하나에도 일진과 기후의 조짐을 예측하고 대비한다.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시대임에도 이 심리...
편집에디터2022.07.07 15:00'2021 세계 한국어 한마당' 개회식에서 축하공연을 하고 있는 이날치밴드. 뉴시스 경기소리는 이희문에게 보존해야 할, 혹은 발전시켜야 할 그 무엇으로서 가창자에게 의무와 당위를 부과하는 억압 기제로 작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전통 성악의 음악적 텍스트는 '만들어진 전통'이 빚어낸 페르소나(persona)를 벗고, 원형으로서의 경기소리와 그 텍스트가 꽃핀 문화와 물적 토대, 환경으로부터 오는 에너지를 자유롭고 창조적으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이행대상(transitional object)의 역할을 부여받는다. 지난 6월 24일 한국민요학회 제75차 정기학술대회, 이소영 교수(명지병원예술치유센터)가 발표한 '민요의 공연예술화에 대한 비평적 고찰-이희문의 경기소리를 중심으로'의 한 대목이다. 이소영은 이 발표에서 이희문의 획기적이고 도발적인 실험들이 역설적으로 경기소리라는 민요의 ...
편집에디터2022.06.30 16:12갯내음 풀풀대는 갯길을 따라 걸어본 적이 있는가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자유를 느끼고 싶을 때 나름대로의 방법이 있겠지만 잔잔한 바다와 잿빛 갯벌이라는 두 얼굴을 번갈아 볼 수 있는 갯길 여행에 망설일 필요가 없다 갯바람 맞으며 뚜벅뚜벅 걷다보면 혼자라도 쓸쓸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대는 벌써 바람이 되어가고 있을 것이다 바다가 속살을 드러내면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전남 도립공원인 신안 증도와 무안의 갯벌은 짱뚱어, 농게, 칠게, 뻘낙지... 등등의 생태의 보고로 경제적 가치를 말하기 이전에 주민들의...
편집에디터2022.06.30 14:38전남운동협의회 핵심 인물(매일신보, 1934년 9월 10일자) 전남운동협의회 사건 관련 500여 명 검거를 보도한 동아일보(1934년 6월 13일자) 전남운동협의회 서기 김홍배의 집터(해남군 북평면 이진마을) 전남운동협의회 결성지, 성도암(해남군 북평면) 동아일보, 연일 대서특필 1933년 5월 14일 해남군 북평면 성도암에서 사회주의 계열의 항일 독립운동가들에 의해 '전남운동협의회(全南運動協議會)'라는 농민조직이 결성된다. 하지만 전남운동협의회는 1년도 채 버티지 못하고 해체된다. 1934년, 강진군 병영주재소 방화사건으로 강진의 윤가현이 체포되면서 조직의 실체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1934년 2월, 전남경찰부 고등과 특별고등계 주임 노주봉의 지휘로 각 군의 경찰서가 모두 동원되어 해남·완도·장흥·강진·영암 등으로 수사가 확대된다. 그 결과 해남을 비롯한 9개 군에서 6개...
최도철 기자2022.06.29 15:18우리는 매일 도시에서 살아간다. 우리는 때로 이주를 하거나 지역과 도시를 이동할 때 경관과 풍경 그리고 음식으로 그 곳을 기억하기도 하고, 도시의 형상을 상징하고 기억하는데 대표적인 건축물을 손꼽기도 한다. 도시의 이미지와 인상을 좌우하게 되는 건축물과 건축 예술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스페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 1852~1926)를 칼럼에서 소개한다. 안토니 가우디는 기존의 고전주의 건축 양식에서 벗어나, 나무, 하늘, 바람, 땅, 동물 등 자연의 사물들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형태, 기능, 구조들을 참고해서 건축물을 설계하였다. 건축물을 살펴보면, 인위적인 직선보다 조화를 이룬 곡선들이 어우러진 모습을 볼 수 있고 아르누보의 유행을 초월하여 근대에 살았던 인간의 근원적인 불안을 건축으로 표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가우디는 건축물에 자연을 ...
편집에디터2022.06.26 16:56하이라인의 산책로. 차노휘 첼시는 새것과 오래된 것이, 분방함과 엄격함이 그리고 욕정과 슬픔이 동시에 공존하는 공간인 것 같다. 거리를 걷다보면 동성애자들의 상징인 무지갯빛 깃발이 꽂힌 아파트나 상점이 자주 눈에 들어오고 한때 성시를 이루었을 나이트클럽은 코로나 여파로 굳게 문 닫혔지만 화랑들은 여전히 아티스트들의 자유분방한 기운을 가득 채우고는 사람들을 유혹한다. 오래된 공장을 개조해 만든 첼시 마켓은 뉴욕에서 두 번째라면 서러워할 맛집들이 모여 있다. 1890년대 뉴욕 비스킷 컴퍼니가 공장으로 사용했던 곳을 새로 인테리어를 해 1997년 문을 연 음식 백화점이다. 뿐만 아니라 뉴욕 예술가들의 역사를 간직한 첼시 호텔도, 히말라야 불교 예술을 접할 수 있는 루빈 미술관도 한 해 동안 무려 1조원에 육박하는 작품 판매고를 올리는 가고시안 갤러리도 가볍게 방문할 수가 있다. 그런...
편집에디터2022.06.23 1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