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은 44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맞아 지난 18일 광주를 방문,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해 “온 국민이 행복하고 풍요로운 희망찬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 오월의 정신을 올바르게 계승하는 일”이라며, “(그것이) 광주의 희생과 눈물에 진심으로 보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뒤이어 “경제성장으로 계층 이동 사다리를 복원, 국민 모두가 행복한 ‘서민과 중산층 중심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올해 기념사는 총 978자로 구성됐으며 전체 5분18초로 지난해인 43주년때보다 약간 길어졌다. 지난해의 경우 861자로 5분 분량을 겨우 채웠다. 역대 가장 짧았던 기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837자였다
올해 윤 대통령의 5·18 기념사 키워드는 ‘오월(5·18)·자유·광주’였다. 각 단어별로 오월 12번·자유 10번·광주 6번씩 거론됐다.
키워드별로 살펴보면 ‘오월’이라는 단어 뒤에는 ‘자유’라는 단어가 바로 따라왔다. 대표적인 것은 “오월의 피와 눈물을 토대로 자유민주주의가 만들어졌다”, “1980년 5월 광주는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기 위해 하나 되어 항거했다” 등이다. ‘광주’를 거론할 때는 ‘광주정신’이 뒷받침됐다. 그리고 광주정신을 계승하는 것은 “국민이 누리는 자유와 복지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윤 대통령의 지난해 43주년 기념식 주요 키워드는 ‘오월(5·18)·민주·정신’이었다.
‘오월 또는 5·18’은 모두 14차례 등장했으며, 항거와 정신을 강조할때 사용됐다. ‘민주’는 민주주의와 민주화를 언급하며 13차례 인용됐다. ‘정신’이라는 단어도 13번 포함됐다. ‘역사’라는 단어는 한 차례만 포함됐고, ‘아픔’이나 ‘피’, ‘항거’, ‘헌신’도 한 번씩 언급됐다. 그러나 역사 왜곡과 맞닿아 있는 ‘모욕’이나 ‘폄훼’, ‘훼손’이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았다.
오월 정신에 대해서는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이고, 반드시 계승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자 구심체”라고 의미 부여를 했지만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은 없었다.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대통령 취임 직후 방문한 42주년 기념식에서도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한 발언은 없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자유·인권·통합·호남 번영’을 주로 사용하며, 오월 정신의 중요성과 보편적 가치를 강조했다.
해당 연설문은 윤 대통령이 직접 수차례 수정해 완성했다고 알려졌는데, 분열된 선거 결과 탓인지 ‘통합의 주춧돌’이라는 문구가 강조됐다. 키워드 별 등장 횟수는 자유민주주의는 8번, 자유는 4번, 인권은 8번이었다.
전반적으로는 ‘독재의 억압으로부터 자유와 인권을 지켜낸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의’를 강조했으며, ‘자유, 인권을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인식하고 이를 침해하는 불공정과 불법에 대해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해당 기념사에서 윤 대통령은 “42년전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피로써 지켜낸 항거”라면서 “오월 정신은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자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역시 헌법 전문 수록 언급은 없었고, 그 자리는 통합이 차지했다. 대표적 발언은 ‘오월정신은 통합의 주춧돌’이라는 말이었다. 기념사에서는 ‘광주는 역사의 고비마다 선구자’, ‘광주의 미래’, ‘광주의 경제적 성취’ 등 호남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드러내면서 발전을 약속해 기대감을 키웠다.
종합해보면 지난 3년간 윤 대통령은 △2022년 ‘자유·인권·통합·호남 번영’ △2023년 ‘오월(5·18)·민주·정신’ △2024년 ‘오월(5·18)·자유·광주’를 5·18 기념사의 주요 키워드로 사용하며 광주를 달랬지만, 그 안에는 구체적인 실천방안 제시는 없었고, 광주시민이 그토록 바라는 5·18 헌법 수록은 빠졌다.
이에 대해 광주시는 “(윤 대통령이) 3년 연속 5·18 기념식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하다”면서도 “국민이 듣고 싶어했던 ‘5·18정신 헌법전문수록’에 대한 내용이 기념사에 언급되지 않아 무척 아쉽다”고 밝혔다.
노병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