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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에 관하여 안나 카림 팜 노벨문학상 선정 위원은 “1980년대 광주 민주화 운동에 관한 감동적이면서도 끔찍한 이야기로 트라우마가 어떻게 세대를 넘어 계승되는지를 다룬, 역사적 사실을 아주 특별하게 다루었다”고 말했다. ‘소년이 온다’로 이제 당시 동양의 변방인 대한민국 5월 광주의 끔찍한 만행은 한강의 활자로 세계인이 공감하는 사건으로 주시하게 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그 의미를 기억하며 민주화를 열망했던 광주가 낳은 시대 정신으로 이제 세계가 광주를 품고 광주가 세계에 고할 수 있는 ...
2025.05.22 09:15“멀리 고향을 떠난 지 40여 년 만에/ 희어진 머리를 깨닫지 못하고 돌아왔네/ 새 터의 마을은 풀에 묻혀 집은 간데 없고/ 옛 묘는 이끼만 끼어 발자국마다 수심에 차네/ 마음은 죽었는데/ 한은 어느 곳으로부터 일어나는가/ 피가 말라 눈물조차 흐르지 않네/ 이 외로운 중(僧) 다시 구름 따라 떠나노니/ 아서라, 수구(首丘)한다는 말 부끄럽구나” 초의선사가 58세(1834년)에 고향을 찾아와 읊은 노래다. 대선사이니 속세와는 인연을 끊고 정진해 불도를 이뤘을 듯싶지만, 고향과 부모 형제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숨길 수 없었던 것일까. ...
2025.05.15 15:16친일은 반성해야 마땅하고, 독립운동은 예우받아야 한다. 친일잔재 청산은 이 가치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이것이 정의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안도 사람은 예우 대상이다. 우리가 마음의 빚을 지고 있는 섬, 완도 소안도다. 소안도는 완도에서 남쪽으로 10여㎞ 떨어져 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보길도와 노화도를 옆에 두고 있다. 배는 화흥포항에서 탄다. 여객선 이름도 ‘대한민국만세’에서 따 대한호, 민국호, 만세호로 붙여져 있다. 화흥포를 출발한 배는 노화도 동천항을 거쳐 소안도까지 50분 만에 데려다준다. 민국호를 타고 들어가 소안...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5.05.15 15:11또 다시 5월에 흠뻑 젖어간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광주 시민들의 가슴은 한층 더 뜨거워지고, 앞서간 영혼들을 기리는 크고 작은 일들을 핑계 삼아서라도 아직도 채 이루지 못한 꿈을 안타까워하면서 서로를 부둥켜안는다. 수년 전에 한 작가의 ‘숨 쉬는 꽃’이라는 조형물이 민주광장 분수대에 한동안 설치되어 있었다. 광주 시민들의 응어리가 그날의 현장에서 꽃으로 승화한 듯한 당시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민주화의 열망을 상징하는 것이겠지만 이제 이 잔인한 5월도 단지 붉디붉은 꽃으로만 피었다가 시들어가고 마는 것에 그쳐...
기필코 살만한 세상 만들자!2025.05.15 14:54‘집, 당신의 집은 무슨 의미인가?’, ‘너와 나에게 완벽한 집이란 무엇이며 어디 있는가?’, ‘집이란 나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감각을 전해주는 공간인가?’ ‘집’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한국 예술가는 서도호 작가일 것이다. 미술관 안에 반투명한 천으로 만든 집, 국가의 경계를 넘나드는 해외 곳곳의 한국 전통 가옥집을 옮겨 놓은 듯한 야외 설치작품 ‘틈새의 집’, ‘다리를 놓은 집’, 빌딩옥상에 별똥별처럼 꽂혀 있는 집, 이동식 호텔로 말하자면 캠핑카처럼 차 위의 호텔 ‘틈새 호텔’ 등 작가는 ‘이동성’을 생각해 ‘자신만...
2025.05.11 17:44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1900)는 “짝사랑은 상호적인 사랑 즉, 서로 간의 호감을 표현하는 가역적인 사랑의 행동과 반대이다”라고 말했다. 사랑의 일반적인 시작은 첫 만남부터 불이 튀기는 상호적인 애정 표현으로 이루어지는 사랑이라기보다는 일방적인 사랑의 마음과 표현 이후 이에 대한 상대의 호감 형성과정을 걸치면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수많은 문학 작품과 야사 등에서는 다양한 사랑의 과정 중에서 시작을 짝사랑, 그리고 이후 열렬한 구애를 통한 해피 ...
2025.05.08 17:47“무릇 갓난아기가 어머니의 태중에 있을 때 캄캄하고 막혀서 갑갑하게 지나다가, 갑자기 넓고 훤한 곳에 터져 나와 손을 펴고 발을 펴매 그 마음이 시원할 것이니, 어찌 한마디 참된 소리를 내어 제멋대로 외치지 않으리오. 그러므로 우리는 의당 저 갓난아기기의 꾸밈없는 소리를 본받아서 저 비로봉(毗盧峯) 산마루에 올라가 동해를 바라보면서 한바탕 울어볼 만하고, 장연(長淵, 황해도의 고을) 바닷가 금모래 밭을 거닐면서 한바탕 울어볼 만하며, 이제 요동 벌판에 와서 여기서부터 산해관(山海關)까지 1천 2백리 사방에 도무지 한 점의 산도 없이...
2025.05.08 17:15윤동주의 흰 그림자 “황혼이 짙어지는 길모금에서/ 하로 종일 시들은 귀를 가만히 기울이면/ 땅검의 옮겨지는 발자취소리/ 발자취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나는 총명했던가요/ 이제 어리석게도 모든 것을 깨달은 다음/ 오래 마음 깊은 속에/ 괴로워하던 수많은 나를/ 하나, 둘 제고장으로 돌려보내면/ 거리모통이 어둠속으로/ 소리 없이 사라지는 흰 그림자/ 흰 그림자들/ 연연히 사랑하던 흰 그림자들/ 내 모든 것을 돌려보낸 뒤/ 허전히 뒷골목을 돌아/ 황혼처럼 물드는 내방으로 돌아오면/ 신념이 깊은 으젓한 양처럼/ 하로 종일 시름없이 풀포기...
2025.05.01 15:54석가탄신일이 다가옴에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하겠지만 얼마 전에 다녀온 불교 문화유산을 하나 소개한다. 실크로드를 따라 서역으로 향하다 보면 중국 간쑤성(甘肅省)의 하서회랑을 지나다가 장예(張掖)라는 오아시스 도시를 만나게 된다. 그 도시의 남쪽 치롄산맥 기슭에 ‘마티스(馬蹄寺)’라는 불교 석굴들이 암벽에 보석처럼 박혀 있다. 마티스 천불동에 들어서는 순간 시간은 조용히 멈춘 듯하고 거친 바위 절벽을 벌집처럼 파고든 채 수백 년, 아니 천년이 넘는 세월을 견뎌온 불상...
2025.05.01 15:54땅이 넓고, 집은 크다. 정자를 품은 땅이 1300㎡ 남짓, 그 안의 건축물이 엔간한 집터만 하다. 단층 팔작지붕에 정면 5칸, 측면 3칸으로 기품 있다. 널빤지를 끼운 우물 정(井)자 모양의 우물마루에 방을 한 칸 뒀다. 기둥과 도리, 처마가 돋보인다. 나무 형태를 그대로 살린 들보도 자연스럽다. 지붕 네 귀에 세운 활주도 유려하다. 현판 글씨에선 묵직한 힘이 느껴진다. 한석봉의 글씨로 전해진다. 정자 앞에는 노거수 몇 그루가 수문장처럼 서 있다. 수백 년 된 느티나무와 소나무다. 노거수와 어우러진 연못이 있고, 연못가엔 연...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5.05.01 15:54“지금쯤 선녀 씨는 저 세계로의 경계, 말랑말랑하면서도 흐물흐물한, 자궁의 입구만큼이나 좁은 ‘틈’에 머무르고 있을 것이다. 산자의 때를 벗지 못한, 완전히 죽지 못한 존재, 살아있음도 죽어있음도 아닌, 그냥 중유(中有)의 존재로서 말이다. 아마 그곳에서 선녀 씨는 오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김개영의 장편소설 ‘나의 시적인 무녀 선녀 씨’(실천문학, 2024)의 한 대목, 동해안 북부 무당인 어머니 장례 풍경이다. 자전적 소설, 화자(話者)는 김개영이다. 소설의 약속처럼 화자는 실제로 죽은 어머니를 위해 두 번의 오구굿을 했다...
2025.04.24 17:05자식과 아내를 차례로 떠나보내고 올리는 작품마다 실패를 맛보았던 베르디(Giuseppe Verdi, 1813~1901)는 자신의 삶을 포기할 정도로 힘들었으나 의 대본을 만난 후 인생이 180도 바뀌게 된다. 이러한 변화 안에서 그는 절명의 위기까지 겪었던 당시의 운명에 관한 집착의 모습을 작품 안에 투영하였는데, 특히 비극적인 운명의 서사를 이야기하는 작품이 주류를 이룬다. 그의 3대 오페라로 불리는 , , 뿐만 아니라 , 를 비롯한 대부분 작품이 복수와 악연 그리고 이로 비롯된 죽음의 서사를 나열하고 있다. 베르디는 1833...
2025.04.24 11:03“어른들은 목욕재계하고, 옷도 이쁘게 차려입고, 동네잔치였어. 먹을 것도 얼마나 많았는지 몰라, 많이 얻어 먹었는디… 근디 이제, 다 옛날 일이여. 지금은 제사 안 지내.” 정병호 어르신이 들려준 서작마을의 정월대보름 당산제 이야기다. 서작마을은 광주시 광산구 우산동에 속한다. 어르신은 서작마을에서 나고 자랐다고 했다. 당산나무 쉼터에서 만난 몇몇 어르신들이 들려주는 당산제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당산제는 해마다 지냈다. 마을회의를 통해 화주와 제관을 뽑았다. 화주와 제관으로 뽑힌 사람은 가려야 할 것이 많았다. 궂은일은...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5.04.17 17:56“마을에 촘촘히 뿌리내린 생활 협동계는 주민 삶의 지지대이자 자치 의제의 산실이었다. 마을 대동계는 생활 협동계들의 연합체이자 생활과 순환경제를 결합한 주민 자치단체였다. 이런 전통마을 자치 정신에 따라 생활 자치 운동과 순환경제 운동을 결합한 농촌 마을 모델을 둠벙마을이라고 개념지었다. 여기에 가치농업과 가치혁신을 더하고, 관계인구를 더하면 전환시대 농촌이 새 희망을 얻을 것이라는 결론을 가지게 되었다.” 박상일이 쓴 ‘전환시대 농촌의 길’(드림북, 2025. 2) 한 대목이다. 둠벙마을은 논에 물을 대려고 판 둠벙이 스스로 생태...
2025.04.17 16:04그동안 광주 시내에 버티고 있던 방직공장이 사라져간다. 일제강점기 시대 시작한 알짜배기 공장이어서 그동안 수많은 시골 아낙들을 도시로 불러들인 일터였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에 따른 변화는 거역할 수 없는 것. 섬유산업의 쇠퇴에 따라 그동안 숨만 쉬어 오다가 2020년 정식으로 가동을 중단했었다. 우여곡절 끝에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 철거 마무리 중이다. 이 자리에 대형 쇼핑몰을 비롯한 복합 개발사업이 추진된다고 하니 많은 변화가 있을 듯하다. 방직공장의 굴뚝이 있는 건물만...
2025.04.17 1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