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천면장 맥주 따르듯 한다’는 말이 있다. 맥주를 따를 때 거품을 많이 내거나, 적게 따라주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1970년대 후반, ‘30대 도지사’로 유명한 고건 전 전남지사가 강진에서도 오지로 이름난 옴천면을 찾았다. 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 할 귀빈의 방문, 귀한 맥주 정도는 대접해야 한다고 생각한 옴천면장이 읍내를 모두 뒤졌지만 미지근한 맥주 몇 병이 고작이었다. 결국 옴천면장은 맥주잔에 거품을 가득 채우는 방법으로 모든 손님에게 맥주를 한잔씩 대접했다고 한다. “화성에서 양조하는 첫 맥주가 될 것이다.” 지난 ...
2023.04.13 18:02박정희 대통령 암살사건을 다룬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는 미국이 대한민국 대통령 집무실을 도청했다는 내용이 다뤄진다. 경호실장 곽희천(이희준 분)이 경호실 직원들을 동원해 도청장치를 찾기 위해 수색하는 와중에 들어온 대통령(이성민 분)이 전화기를 바닥에 집어던지며 “오만방자한 ××들, 대한민국을 얼마나 졸로 봤으면 대통령 책상에도 도청장치를 달아?”라고 호통을 친다.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 분)은 곧바로 주한미국대사를 만나 “어떻게 동맹국 대통령을 도청할 수 있냐”고 추궁하며 “각하께서 그냥 넘어가시지 않을 거야, 미국에 강력히...
2023.04.12 12:48“어린 시절 봤던 작은 도서관이 나에게는 지식의 창이었다.” 미국 ‘강철왕’ 앤드루 카네기는 유명한 도서관 예찬론자였다. 어린 시절, 가난했던 그는 퇴역 군인의 개인 서고에서 책을 읽으면서 ‘도서관이 노동자와 어린이들의 지식을 키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후 사업가로 거부가 된 그는 수천 만 달러의 재산을 기부해 미국 전역에 2500여 개의 무료 도서관을 건립했다. ‘도서관은 인류의 진보에 대한 나의 비전’이라는 것이 그의 철학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서관은 시리아 남부 에블라도서관이라고 한다. 기원전 25...
2023.04.11 18:00자연의 운행은 엄연하다. 4월 들어 봄비 내리고 따사로운 햇살 비치자 이곳 저곳서 봄꽃 축제가 한창이다. 지난 주말 나주에서도 작은 꽃잔치가 열렸다. 온 들판을 하얗게 덮은 배꽃에 달빛 흐뭇한 봄밤 서정을 나직하게 담을 수 있는 ‘나주 배꽃축제’이다. 달빛 숨소리 속에 떨어지는 배꽃의 낙화는 황홀하면서도 처연해, 마치 안거 마치고 운수(雲水) 떠나는 탁발승의 뒷모습을 닮았다. 배꽃을 소재로 봄날의 서정을 노래한 문인들이 많다. 목은 이색은 “한 그루 배나무 꽃 핀 아래/ 실바람 부니 경치 절로 번화해라/ 공중에 날릴...
2023.04.10 17:06‘봄비는 벼농사의 밑천이다’, ‘봄비는 쌀비’등등. 봄비와 관련된 속담이 참 많다. 농경사회를 살았던 우리 선조들에게 봄비란 삶의 그 자체였다. 우리나라의 계절별 날씨 특성상 봄철에는 건조한 날이 많기 때문에 논에 물을 대기도 만만치 않아 봄비가 넉넉하게 내리면 농사짓기가 수월하고 풍년이 들 가능성도 높았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한 해 평균 1307.7㎜의 비가 내린다. 이중 상당수 비가 장마철에 쏟아진다. 장맛비는 겨울내 낮아진 댐 수위를 일시에 올리는 효과, 본격적인 영농철 용수로 활용된다. 반면 홍수 피해도 발생하기에 여...
2023.04.09 18:07올해 프로스포츠계의 모럴 해저드(moral hazard)가 심각하다. 성범죄, 뒷돈 요구, 배임 혐의, 승부조작 징계자 사면 등 도덕적 위험이 끊이질 않아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윤리적으로나 법적으로 자신이 해야할 도리를 다하지 않음을 탓하는 모럴 헤저드는 당초 보험시장에서 쓰이던 용어다. 보험이란 평소에 보험료를 납부해 발생 가능한 위험에 대한 보호를 하는 제도이다. 사람들은 보험 제도가 없을 때는 화재나 안전사고 등에 대비해 늘 조심했다. 그런데 보험이 나오자 가입자는 사고 발생에 따른 경제적인 사후 보...
2023.04.05 17:36“꿀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대로라면 인류의 미래마저 위협할 수 있다.” 지난 2010년 유엔환경계획(UNEP)이 다소 엉뚱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다양한 환경 문제를 다루는 것이 이들의 역할이었지만 특정한 곤충에 초점을 맞춘 보고서는 이례적이었다. 유엔이 주목한 것은 벌이 대규모로 폐사하는 벌집군 붕괴였다. 2006년부터 시작된 벌집군 붕괴는 불과 2년여 만에 미국 전역으로 확산됐고 유럽과 아시아까지 번졌다. 더 큰 문제는 아직도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인을 모르니 해법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벌은 대략...
2023.04.04 18:14지난해 SBS에서 ‘천원짜리 변호사’란 제목의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됐다. 불의를 참지 못하는 괴짜 변호사가가 사회적 약자들의 사건을 통쾌하게 해결하는 줄거리다. 해당 변호사가 받은 수임료는 단돈 1천원이다. 현실에서 이런 변호사는 찾아볼 수 없겠지만, 천원은 억울하고 소외된 이웃들과 사회 정의를 잇는 소통 창구 같이 느껴졌다. 지갑 속 1천원 한 장. 허기를 달래줄 김밥 한줄 사기 힘든 돈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고물가 시대, 천원의 가치는 깃털처럼 가볍다. 동네 마트를 가봐도 천원으로 살만한게 그리 ...
2023.04.03 12:42오월만 되면 광주는 저 가슴 바닥에서부터 솟아오르는 눈물로 젖어들어간다. 42년을 울었는데도, 멈출 기미가 없다. 올해도 속절없이 43번째의 봄이 왔다. 다만 이번엔 전령을 데려왔다. 전우원이라는. 지난 주말, 전두환씨(신문에서 전두환에 ‘씨’라고 붙이는 것은 ‘전씨’라는 줄임말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의 손자가 광주에 왔다. 만 27살의 젊디 젊은 그는 굉장히 긴장한 얼굴이었다. 그럴만도 하다. 그가 광주에 가진 두려움은 사뭇 엄청났을 것이다, 어찌 보면 그와 광주는 원수 사이가 아닌가. 그래서인 그가 광주 ...
2023.04.02 16:2650년만의 기록적인 가뭄으로 상수원 고갈 위기에 직면했던 광주ㆍ전남이 한 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당초 오는 4~5월로 점쳐졌던 지역내 주요댐의 저수위 도달 시기가 올해말로 늦춰졌다는 환경부 조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저수위는 정상적으로 댐의 물을 사용할 수 있는 한계 수위를 말한다. 환경부는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남부지방 가뭄에 대해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시행한 결과, 광주 전남 생활 용수 124일분인 총 1억1900만톤의 용수를 추가로 확보했다고 지난 28일 밝혔다.이는 지난 27일 기준 동복댐 19...
2023.03.30 17:39지난 2016년 가을 무렵 해외취재 기회가 생겨 오스트리아 비엔나(빈)를 찾은 적이 있다. 당시 모차르트와 하이든, 요한 스트라우스 등을 배출한 클래식 음악 성지를 몸소 체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큰 행복감에 젖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특히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비엔나커피’와 ‘비엔나소시지’를 현지에서 맛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컸었는데, 그때 알게 됐다. 정작 현지인들은 비엔나커피와 비엔나소시지를 잘 모른다는 사실을. 커피 위에 휘핑크림을 얹어 만든 비엔나커피의 진짜 이름은 ‘아인슈페너’다. 우리가 통상 비엔나커피라고 칭하는...
2023.03.29 12:39“엄중하고 긴급한 상황이다.” 1997년 12월 3일. 국제통화기금(IMF) 미셸 캉드쉬 총재가 급하게 한국을 찾아왔다. 아시아에 번지던 외환위기가 한국까지 밀려 오면서 우리 정부와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날 밤, 임창열 당시 경제부총리는 캉드쉬 총재와 IMF 구제금융안에 서명했다. 사실상 경제적 자주권을 상실한 것이다. “한국처럼 빨리 부자가 된 나라가 없었다. 또한 갑작스럽게 이런 굴욕을 경험한 나라도 흔치 않다.” 당시 과정을 지켜봤던 이코노미스트의 평가다. IMF는 우리 경제를 살린 희망이었다. 국가 ...
2023.03.28 17:44민족분단의 질곡에 날것으로 부딪치며 한 편의 영화같은 삶을 살다 간 이가 있다. 지난 2013년 세상을 떠난 음악가 정추(1923~2013)가 그다. 정추는 자신의 태를 묻었던 광주에 육신도 잠들길 원했지만, 고국에서 내쳐져 머나먼 이국땅 카자흐스탄에 묻힐 수밖에 없었다. 굴곡진 현대사만큼이나 그의 삶도 지난했다. 아흔의 생애 동안 국적이 다섯번이나 바뀐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월북해 평양음대 교수로 재직했다. 하지만 김일성 독재와 개인 우상화를 반대하다 결국 구 소련으로 망명했다....
2023.03.27 18:21지난 주 내린 봄비가 잠들어 있던 꽃망울을 깨웠나 보다. 산기슭 진달래와 개나리가 꽃잎을 활짝 열어 제쳤다. 도로변 벚꽃도 이번주 피어날 태세다. 지난 주말 나들이 행렬도 눈에 띄게 늘었다. 광주 인근은 물론 진도 의신면 유명 호텔 가는 길목에도 차량들이 넘쳐났다. 봄은 누구에게나 기쁨을 선사한다. 장미, 수선화에도 감탄사를 연발하지만 길가에 피어 있는 이름없는 풀꽃을 보고도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활짝 핀 꽃은 인간에게 따스한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예쁜 꽃도 열흘 이상 가지 않는다. 삼라만상 우주의 질서다. ...
2023.03.26 15:06윤석열 정부 들어 전국 유명산에 케이블카 설치 추진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최근 환경부가 국립공원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에 대한 조건부 허가 결정을 내리면서다. 광주지역 일부 단체도 최근 무등산 케이블카 설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데 강기정 광주시장이 지난 20일 출입기자와의 차담회에서 “무등산 케이블카 설치 추진 계획은 아직 없다”고 못을 박았다.강 시장은 “무등산 군부대 이전과 정상 복원을 우선 고민하고 있다”며 “이전·복원이 끝나면 기존 군용 도로에 대한 (활용·원상 복원 등) 문제가 필연적으로 제기될 것인데, 일단은 그런 문제를...
2023.03.23 1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