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50년 간극 가뭄 체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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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50년 간극 가뭄 체감도
이기수 논설실장
  • 입력 : 2023. 03.30(목) 17:39
이기수 논설실장
50년만의 기록적인 가뭄으로 상수원 고갈 위기에 직면했던 광주ㆍ전남이 한 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당초 오는 4~5월로 점쳐졌던 지역내 주요댐의 저수위 도달 시기가 올해말로 늦춰졌다는 환경부 조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저수위는 정상적으로 댐의 물을 사용할 수 있는 한계 수위를 말한다. 환경부는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남부지방 가뭄에 대해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시행한 결과, 광주 전남 생활 용수 124일분인 총 1억1900만톤의 용수를 추가로 확보했다고 지난 28일 밝혔다.이는 지난 27일 기준 동복댐 19%,주암댐 21%, 수어댐 66.1%, 섬진강댐 19.2%, 평림댐 30.2%, 의 저수율을 고려하더라고 이들 댐의 경우 홍수기(6월 21일~9월 20일)전까지 저수위에 도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보다 극단적인 가뭄 상황이 이어질 경우를 대비한 대책도 추진한다고 하니 농업 용수와 생활용수 공급난 사태는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남도는 50년만의 가뭄, 한국농어촌공사는 70년만의 가뭄이라고 한다. 이같은 명기 차이는 기관의 역할과 대응 방안이 다른 데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진다. 베이비붐세대와 베이비붐 이전세대들 가운데는 현재의 가뭄사태를 겪으면서 어릴적 그때를 떠올리는 이도 있을 것이다. 1960년대 후반께 전남에 심한 가뭄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금이 쩍쩍 갈라진 논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지름 5m 안팎의 방죽과 관정을 파고, 양수기를 총동원했던 농촌 풍경이 어렴풋이 소환된다. 50년이란 시간의 간극을 두고 직면한 가뭄이지만 체감도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배고픈 세대였고 수돗물 공급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그때 사람들과 정부(지자체)는 식수보다는 논에 물을 공급하는데 온 힘을 쏟아부었다. 이때는 농업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줄 수 있는 대형댐이 조성되기 전이고, 쌀 생산에 주력할 때였기 때문이다.먹을 물 걱정은 덜했다. 집에 설치한 펌프샘과 마을 우물을 통해 해결할 수 있어서다.담수가 말라버려 바닥이 거북등처럼 변해버린 저수지와 관정 등은 가뭄 해소에 역부족이었고 농부들은 하늘이 비를 내려주는 것말고는 기댈 것이 없을 정도여서 가뭄은 말그대로 한해(旱害)였다.생계와 생활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히는 자연재해여서다. 하지만 다각적인 대책을 통해 가뭄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된 지급은 상황이 달라졌다.1970년대 이후 정부는 안정적인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담양,장성,광주, 나주에 대형댐을 축조했고 수돗물 공급을 위해 동복댐과 주암댐 등을 조성했기 때문이다.이들 용도가 다른 댐간 연계 운영도 가능해졌고, 강물과 해수를 취수해 식수원으로 활용하는 기술도 확보하고 있다.비상급수를 위해 병에 담은 수돗물도 생산해 공급하고 있는 것도 50년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하여 지금 사람들은 지절수 동참을 촉구하는 지자체의 휴대폰 안내 문자를 통해 가뭄을 인식하는 정도인 것 같다. 베이비붐세대로서 60년 가까이 가뭄이라는 자연 현상을 목도하면서 기후 변화로 인한 물의 위기가 지구촌 곳곳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음을 실감한다.전국 곳곳에서 봄꽃 축제가 열리고 있지만 꽃잎이 보타져 생기를 잃은 모습에서,습기는 없고 미세먼지만 득실대는 나쁜 대기질로 인해 감기증세가 과거에 비해 오래가고 있는 것에서 가뭄을 체감하는 요즘이다. 생활속 물 절약과 지구 온도를 높이는 인간 행위에 대한 성찰과 탄소배출 저감 노력이 당장 실천되지 않을 경우 가뭄은 자주, 계속될 것이란 우울한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