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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앞, 연등 아래 널찍한 마루에서 회색 승복을 입은 두 여자가 도란도란 거리면서 더덕껍질을 벗기고 있었다. 더할 나위 없이 화해로운 분위기가 아지랑이처럼 두 여인 둘레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몸집에 비해 큰 승복 때문인지 어머니의 조그만 몸은 날개를 접고 쉬고 있는 큰 나비처럼 보였다. 아니 아니 헐렁한 승복 때문만이 아니었다. 살아온 무게나 잔재를 완전히 털어버린 그 가벼움, 그 자유로움 때문이었다." (박완서 '환각의 나비' 본문에서) 마음을 울리는 소설을 쓴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작가 박완서는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나목' 등 수작들을 많이 남겼다. 장·단편을 포함해 수많은 작품을 남긴 작가의 '최애작'은 무엇일까. 박 작가는 스테디셀러가 된 대표작을 모두 뒤로하고,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모시는 문제로 남매가 벌이는 갈...
최도철 기자2022.09.14 16:48세월 참 빠르다. 엊그제 봄인가 싶었는데 벌써 가을이다. 연둣빛 들녘도 이미 황금물결이다. 멀리서 봐도 풍년임을 곧바로 알겠다. 큰 피해 없이 풍년을 맞았으니 농민들은 춤이라도 춰야 할까. 그렇지 못한 게 서러운 요즘이다. 쌀값이 하루가 멀다하고 추락하고 있다. 본격적인 수확 시기를 맞는 농민들의 가슴은 타 들어가고 있다. 농민들은 면세유, 비료값, 농자재값, 인건비 등이 폭등했지만 정작 쌀값 등 농민들의 목숨값은 폭락했다고 울상이다. 전남북, 경남도 농민들은 다자란 논을 갈아엎으며 쌀값폭락에 항의를 표시하고 있다. 각종 원자재값...
박간재 기자2022.09.19 11:14추석을 앞두고 지난 9월6일부터 8일까지 광주와 여수에서 열린 광주국제음악제와 남도국제음악제는 지역의 클래식 팬들에게 가을 밤의 멋진 서정을 선사했다. 이 클래식 향연이 민간 문화단체의 눈밝고 실력있는 전문가들의 열정으로 이뤄낸 점에서 놀라울 뿐이다. 아시아공연예술위원회와 누림이 각각 주최한 광주국제음악제와 남도국제음악제는 코로나19 발생 3년만에 현장에서 생생한 감동을 접할 수 있는 기회였다. 광주공연의 경우 이틀간 빈좌석이 없을 만큼 클래식 팬들로 꽉찼다. 음향, 객석 위치 등으로 클래식 공연장으로 야박한 평가를 받는 광주 빛...
이용규 기자2022.09.13 15:22지난 달 30일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사설에서 '그가 가져온 변화는 놀라운 것이었고 그의 노력은 세상을 더 안전하게 만들었다'고 썼다. 이 사설에서 언급된 그는 지난달 30일 별세한 소련의 최초이자 마지막 대통령인 미하일 고르바초프이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역사의 거대한 수레바퀴를 움직이는 중심에서 오늘의 세계를 만들어낸 주인공이었다. 서방에서 '고르비'라는 애칭으로 불릴만큼 각광 받았으나 러시아에서는 '소련을 허문 배신자'로 평가를 받으며, 91세로 역사의 전면에서 퇴장했다. 고르바초프는 1931년 러시아 남부의 흑해와 카스피해...
이용규 기자2022.09.06 17:00'홍동백서(紅東白西)·조율이시(棗栗梨枾)'. 명절 차례·제사상을 차리는 오랫동안 이어져 온 예법으로 통한다. 홍동백서는 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에 놓는다는 의미이다. 조율이시는 대추, 밤, 배, 곶감을 뜻하며, 우리나라 차례·제사상에 기본으로 놓는 과일 4가지를 말한다. 그런데 홍동백서·조율이시 등의 차례상 예법은 언제부터 존재했는지 알 수 없다고 한다. 조선시대 어디에도 차례·제사상에 관한 예법을 다룬 문헌은 존재하지 않아서다.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는 최근 차례·제사상에 관한 예법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 위원회는 유교적...
김성수 기자 sskim@jnilbo.com2022.09.07 14:07스포츠 종목에서는 선수들이 자신의 프로 경력 도중 타구단으로부터 더 좋은 제의를 받은 경우 소속 구단을 옮기는 이적이 일반화돼 있다. 프로축구의 경우엔 승강제의 영향으로 선수들이 소속 구단이 승격 또는 강등되면서 다른 구단으로 이적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며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얻고자 다른 클럽으로 임대를 떠나기도 한다. 프로야구도 FA 제도 시행으로 선수들이 자신의 가치를 더 많이 인정해주는 구단으로 옮기거나 구단 간의 트레이드를 통해 '어쩔 수 없이' 다른 팀의 유니폼으로 갈아입기도 한다. 하지만 프로 데뷔 이후 은퇴할 때까지 ...
최동환 기자2022.09.05 17:142007년 개봉된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아프리카의 다이아몬드 산업이 가져온 비극을 다룬 영화다. 다이아몬드를 둘러싸고 내전에 휩싸인 시에라리온. 반군의 잔인한 폭력으로 온가족이 뿔뿔이 흩어진 원주민 솔로몬은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강제노역을 하다 100캐럿이 넘는 원석을 발견한다. 전쟁 속에서 소년병으로 끌려간 아들을 구하기 위해 이 원석을 숨긴 솔로몬. 하지만 그에게 거대한 다이아몬드는 시련의 시작일 뿐이었다. "다이아몬드는 피의 희생이 만든 댓가다. 다이아몬드는 아프리카의 축복이 아니고 저주다."는 것이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이용환 기자2022.09.12 16:07이상하다.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폭염에 찌들어 에어컨을 찾아다녔는데, 아침 출근 길에 점퍼를 빼들었다. 무의식적으로 말이다. 기실, 지난 3월 대선이 끝난 이후로 한동안은 정말 시간이 가지 않았다. 갑자기 타임머신을 탄 듯 대한민국 곳곳이 과거로 회귀하는 분위기였고, 앞 정권과 너무나도 다른 새정권의 모습에 대통령을 찍은 사람도 안찍은 사람도 잠시 말을 잊기도 했었다. 물론 정권이 바뀌면 기대와 실망이 교차한다. 그럼에도 분명 새롭게 들어선 이들은 소신과 신념을 가지고 무엇인가를 추진했을 것이다. 그 중에서는 미처 국민들이나 시...
노병하 기자2022.08.31 17:01위인설관(爲人設官)이란 한자성어가 있다. 사람을 위해 원래는 없는 관직을 만든다는 뜻이다. 특정한 사람을 위해 불필요한 자리를 만드는 것이니 정실인사를 꼬집을 때 자주 쓰는 말이다. 자기가 총애하는 누군가에게 벼슬을 주기 위해 직책을 억지로 만드는 꼴인데, 세상의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억지로 맞추려는 것과 관련된 그리스신화가 있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다. 프로크루스테스는 힘이 엄청나게 센 거인이자 노상강도다. 아테네 교외의 언덕에 살면서 강도질을 일삼았다. 그의 집엔 철로 만든 침대가 있었다. 나그네를 붙잡아 침대에 눕혀 놓고 ...
서울=김선욱 기자2022.09.04 14:25고대 국가를 지탱하던 토대는 소금과 철이었다. 제염업은 현대 IT산업 보다 훨신 유망했다. 소금은 절대자의 권위와 함께 힘까지 상징했다. 서양도 마찬가지다. 봉급을 뜻하는 영어 샐러리(salary)의 어원은 소금이며 로마 병사 월급은 소금이었다. 중세 이후에도 소금그릇은 금으로 칠했다. 그만치 소금의 가치가 중요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소금이 귀한 대접을 받은 것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절대 필수 생필품이기 때문이다. 소금 불모지인 평야와 사막 사람들은 목숨을 걸다시피 수백㎞의 소금길을 만들었다. '무릇 소금은 백성들이 늘 먹어야 ...
이용규 기자2022.08.30 17:06지방소멸, 무섭지만 현실이 될 날도 멀지 않았다. 대표적인 농도인 전남의 경우 더 심각하다. 전남은 농림어업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타 지역에 비해 높다. 전남의 농어촌을 중심으로 고령화는 심화된 상황. '지역 내 총생산(GRDP)' 기준 7.9%(경상가격 기준, 2020년)로 전국평균(1.9%)을 크게 웃돈다. 고령화율은 전국에서 가장 높고 지방소멸 위험도 심각한 수준이다. 22개 시·군 중 17개 시군이 '소멸위험'에 처해 있다. 읍·면·동으로 범위를 좀 더 세분화하면, 323개 읍·면·동 중 85.4%인 276곳이 '소멸위험' 지역에 속한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다. 276곳 중 220곳은 '소멸고위험'이고, 56곳인 '소멸위험진입' 단계다. 전남 기초단체에서 귀농·귀촌·귀어 등 인구 늘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배경이다. 귀농·귀촌을 통한 인구 유입은...
홍성장 기자2022.08.28 17:44술은 인간의 희로애락과 밀접한 기호식품이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술은 늘 우리와 함께 해왔다. 특히 술자리를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여기는 한국사회에서 술은 좋든 싫든 우리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러나 건강이 문제다. 술은 알코올도 위험하지만 칼로리가 더 걱정이다. 칼로리 과다 섭취는 고혈압, 당뇨 등 각종 현대병의 근원인 비만과 직결된다. 술은 대표적인 고열량 식품이다. 보통 소주 한 병의 평균 열량은 400칼로리 이상, 맥주 한 병은 230칼로리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밥 한 공기 열량이 200칼로리 정도이...
최권범 기자2022.08.29 16:04요즘 백화점과 대형마트 식품매장이 가장 북적일 때다.추석 성수기여서다. 코로나19 여파로 불황에 허덕이던 유통업계가 추석 선물 매출 증가로 활기를 띠고 있다는 보도다. 경기 불황과 고물가 탓인지 중저가 실속형 선물세트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군별로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과일 선물세트와 올해 사육두수 증가의 영향으로 가격이 떨어진 한우 선물세트 등이 인기 품목으로 꼽히고 있다. 명절 선물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마음이 풍성해지는 것은 같지만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점에서 일반 선물과는 결이 다르다.60~...
이기수 기자2022.09.01 16:23경전선(慶全線)은 경남 밀양 삼랑진역과 광주 송정리역까지 연결하는 길이 277.7㎞ 철도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횡으로 잇는 유일한 철도로 영호남의 교류를 담당해오고 있다.개통때부터 경전선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아니었다고한다. 1930년 광주역~순천역~ 여수역 구간이 개통되면서 '광려선(光麗線)'이라 불리었다가 이어 1969년 경상도와 전라도구간이 완전 연결되면서 경전선이라고 개칭됐다는 게 코레일관계자의 설명이다. 이후 경전선은 고속도로 개통과 자동차 보급 확대 등으로 침체의 길을 걷는다.급기야 2000년 광주역~남광주역~효천역까지...
이기수 기자2022.08.25 16:57전세계가 극심한 폭염과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백년 만에 강바닥이 드러나는 바람에 의외의 수확도 올리고 있다. 가뭄 아니었으면 모르고 지나갔을 웃픈 현실이다. 중국 쓰촨성 러산시 양쯔강 상류 민장강, 칭이강, 다두강이 합쳐지는 지점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세계 최대 옛 석불인 러산대불(樂山大佛)이 모습을 드러냈다. 러산대불은 당나라 시기 민강(岷江) 옆 높은 절벽을 깎아 만들었다. 높이가 71m에 달하는 중국 최대 석불이다. 최악 가뭄으로 7000년 전 스페인판 '스톤헨지'와 청동기 시대 건물터, 로마의 네로 황제가 건설한 다리...
박간재 기자2022.08.24 1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