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화타(華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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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서석대>화타(華陀)
양가람 취재2부 기자
  • 입력 : 2024. 03.25(월) 14:26
  •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
양가람 기자
후한 말 삼국시대의 화타(華陀)는 죽은 사람도 살린다고 전해질 만큼 중국 고대 최고의 명의로 꼽힌다. 설화 ‘토끼전’에서 토끼를 놓친 자라에게 만병통치약을 건네주는 역할로도 소개될 만큼 이름을 알렸던 화타는 소설 ‘삼국지연의’에만 무려 스무번 넘게 등장한다. 그 중 팔에 독화살을 맞은 관우를 치료해 준 일화가 가장 유명할 것이다.

살을 바르고 뼈로 긁어내는 엄청난 수술에도 관우는 바둑을 두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보여줬다. 수술이 잘 끝나자 관우는 화타를 명의라고 칭찬했고, 화타 역시 관우를 명환자라고 치켜세웠다. 화타는 심한 두통을 앓던 조조에게 두개골을 여는 수술을 권했다가 옥에 갇혀 죽임을 당했다.

정사(正史)에 따르면, 조조는 화타가 달여준 약을 먹고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고 한다.

화타는 등청(登廳) 요구를 거부하고 부인의 병환을 핑계삼아 집에 머물렀다. 이후 조조 앞으로 끌려와 모진 고문을 받다 옥중에서 숨진다. 당시 화타는 신비로운 의술들을 기록한 청낭서(靑囊書)를 불질렀고, 조조는 후에 자신의 아들이 병으로 죽자 화타를 그냥 죽인 것을 후회했다.

화타는 위정자였던 조조의 신하로 남는 것보다 자신의 의술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을 살리는 데 쓰고 싶어했다. 전업 의원도 아닌 양생에 밝은 학식있는 유생이었던 화타가 오늘날까지 명의로 꼽히는 이유다.

“나는 비록 위협을 당할지라도 나의 지식을 인도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노라.” 1948년 세계의사협회가 제네바 선언으로 재정리한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일부다. ‘서양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가 말한 윤리적 지침은 ‘동양의 명의’ 화타의 신념과 맞닿아있다.

최근 부산지역 대학병원 의사가 돌연 숨졌다. 사인은 뇌출혈이지만, 일각에선 외래 진료, 당직, 응급 환자 수술까지 도맡는 등 과로를 하다 변을 당했다고 추측했다. 정부와 강대강 대치 속 전공의들이 집단 이탈을 감행했고, 이젠 의대 교수들까지 무더기 사직 의사를 밝혔다.

뱃속 태아는 물론 수술을 앞둔 고령자들의 잇딴 사망 소식이 들려오면서 병원을 떠난 의사들을 향해 비난이 쏟아졌다. 밀어붙이기식 정책에 대한 항의 표시라고는 하지만, 그 사이 병원을 지키던 동료 의사마저 세상을 떠났다. 화타가 작금의 의료 대란을 본다면 뭐라 했을까.

선배, 동료들의 등쌀에 못이겨 사직서를 낸 이들도 많다고 한다. 의사들이 오직 더 많은 환자들의 생명을 살리는 일에만 전념할 수 있는 사회는 언제쯤 올까. 의사들이 ‘양심과 품위를 가지고…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다 다짐했던 그 순간을 떠올리며 환자 곁으로 빨리 돌아와주길 바란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