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황금박쥐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황금박쥐
김성수 논설위원
  • 입력 : 2024. 03.19(화) 16:12
김성수 논설위원.
‘엘 도라도(El Dorado)’는 스페인어로 ‘금가루를 칠한 사람’을 의미한다고 한다. 스페인어 ‘El Dorado’에서 ‘El’은 정관사이며, ‘Dorado’는 동사 dorar(도금하다)의 과거분사로 ‘황금의’, ‘도금(鍍金)의’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엘 도라도는 콜롬비아의 구아타비타 호수인데, 해발 2700m의 사화산(死火山) 화구에 생긴 호수로 원주민 추장이 보물들을 호수 한가운데에 던지고 뭍으로 돌아와 금가루를 칠한 자신의 몸을 씻었다는 풍습이 전해진 것이다. 이 때문에 호수의 물을 빼고 그 밑에 가라앉은 보물을 찾아내려는 시도가 수차례 있었지만 실패했다. 콜롬비아 정부가 구아타비타 호수를 보호 구역으로 지정하면서 구아타비타 호수의 보물은 전설로만 남게 됐다. ‘황금도시’로 알려지는 엘 도라도를 꿈꾸고 수많은 정복자들이 원정을 강행했지만, 엘 도라도를 찾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항해시대(16세기)에 이어 1849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골드러시가 터지며 대박이 나기도 했다. 이후 세계열강은 금을 찾아 전 세계를 파헤치기 시작해 구한말 한반도에서도 광산 채굴권을 차지하기에 바빴다고 한다. 그래서 일꾼들이 금맥을 발견하는 순간 백인 관리자가 건들지 말라고 “No touch!”를 외치자 “양놈들은 금을 ‘노다지’라고 하는구나” 하고 잘못 이해해 ‘노다지’라는 단어도 탄생했다. 1930년대 한반도에서만 5500여개 갱도가 파헤쳐질 정도로 금광 열풍이 불었다. 일제감정기 시절 대부분의 금을 수탈한 일본은 당시 세계 6위 금 보유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고 한다.

함평에 ‘황금 박쥐상’이 있다. 함평군은 지난 2005년 순금 162㎏과 은 281㎏을 매입, 2008년 높이 2.18m, 폭 1.5m의 황금박쥐 조형물을 제작했다. 황금박쥐상 제작 당시 27억원이었던 금값이 현재 150억원 만큼 상승해 화제가 됐다. 귀한 몸값만큼 절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2019년 3월 3인조 절도단이 절단기와 해머를 들고 황금박쥐 조형물을 훔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도 발생했다. 함평군이 황금박쥐상을 만든 모티브는 함평군 대동면 고산봉 지역 폐광에 황금박쥐의 집단 서식지가 발견됐고, 일제감정기 때 일본이 금을 켄 금광으로 알려지면서다.

‘귀한 몸’인 황금박쥐가 동굴 밖으로 나와 관광객 곁으로 간다고 한다. 함평군은 다음달 26일부터 화양근린공원에서 500m 떨어진 엑스포 공원 내 함평문화유물전시관으로 이전, 대중에게 공개한다. 과거 황금을 쫓는 허황된 꿈은 버려야 한다. 24시간 철통 보안이 이뤄지는 만큼, 황금박쥐상은 눈으로만 감상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