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전남이 경기도나 인천 어디쯤 위치해 있었다면 지역 산단, 농공단지 등이 순식간에 입주 완판 행렬을 이어갔을텐데요." 최근 만난 한 산단 관련 업무 관계자가 들려준 하소연이다. 담담한 톤이었지만 마치 고구마 100개를 먹은 듯 답답함이 묻어 있었다. 거주인구가 적어 이곳에서 기업하기가 어렵다며 낙담해 했다. 우울한 분위기를 바꿔 줄 수도 없어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우울한 표정이 아니었다. 긍정, 기대감이 묻어났다. "오래전 전남지사였던 분이 '전남은 신이 아껴놓은 땅이다. 활용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큰 선물이...
박간재 기자2022.10.13 13:16도심에서 버려진 낡은 집의 말로는 철거다. 철거가 이뤄지면 집은 먼지 속으로 사라진다. 낡은 집뿐이겠는가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마을공동체, 아이들의 놀이터였던 골목길, 마을 어귀에 있는 아름드리 나무까지 굴삭기의 굉음은 마을의 흔적을 지운다. 기록할 틈도 없이 말이다. 백범 김구 선생이 70여 년 전 전재민(戰災民·전쟁으로 재난을 입은 국민)을 위해 지은 동구 학동 '백화(百和)마을'도 그러했고, 1983년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의 도움으로 정부가 최초로 시행한 지역개발 사업으로 조성한 광산구 신가동도 그랬다. 현재는 재개발 사...
김성수 기자 sskim@jnilbo.com2022.09.29 13:48"전쟁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말하는 게 아니다. 작금의 대한민국 정치권 이야기다. 지난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휴대전화 메시지가 포착됐다. 보좌관으로 부터 받은 문자에는 "백현동 허위사실 공표, 대장동 개발관련 허위사실 공표, 김문기(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모른다 한거 관련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제1야당 대표가 된지 나흘째인 이 대표에게 검찰이 소환을 통보한 것이다. 100일간의 정기국회가 개막한 날, 협치는 사라지고 전쟁이 선포됐다. 민...
서울=김선욱 기자2022.09.15 14:49광주에 동구와 서구 등 '구(區)'가 생긴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다. 1973년 7월1일이 그 시작이다. 구가 생기기 전 광주는 출장소와 동(洞)으로 구성됐다. 6개 출장소와 45개 동이었다. 광주에서 구의 시작은 동구와 서구부터다. 기존 4개의 출장소를 폐지하고 석곡·지산의 2개 출장소만 남기는 한편 동구와 서구로 나누는 '구(區)제'가 시작됐다. 1980년 4월1일에는 석곡·지산 출장소를 폐지하고 북구가 신설돼 광주는 3개 구로 운영됐다. 직할시로 승격된 직후인 1988년 송정시와 광산군이 광주로 편입되면서 '광산구'가 생겼다. 이후 1995년 3월1일 서구에서 남구가 분구되면서 현재의 5개 자치구에 97개 행정동이 운영되고 있다. 광주시 홈페이지에 나온 '광주의 역사'다. 소위 동서남북으로 나누는 '방위지명'은 광주만의 일은 아니다. 서울을 포함해 5개 광역시 모두 방위지...
홍성장 기자2022.08.25 17:56협업·협력을 뜻하는 '콜라보(콜라보레이션)'는 우리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익숙한 단어다. 서로 다른 분야의 업종 간 협업을 통해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마케팅 기법을 말하는 데, 이는 업종 간 경계를 허물고,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시켜 이익을 창출해내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콜라보는 매출 향상과 함께 새로운 소비자를 유입하고 브랜드 인지도도 높이는 등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비즈니스 성공 모델로 자리잡았다. 주로 패션업계 등 특정 분야에서 활발하게 진행됐던 콜라보는 최근 들어선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최권범 기자2022.08.04 13:06인구소멸, 지역소멸. 최근 들어 '세상을 지배하는 단어'가 됐다. 조만간 수도권 소멸에 이어 지구소멸이라는 말도 머지 않은 듯하다. 인구감소는 출산율 저하와 자연감소가 주된 원인이다. 인구가 줄다보니 전국 각지가 소멸위기로 내몰리는 양상이다. 수도권 쏠림현상도 원인 중 하나다. 1970년대 새마을 운동 당시 '둘만 낳아 잘기르자'는 구호가 인구감소를 불러 왔고 더 멀리는 '아이를 낳으면 한양으로 보내고, 말이 태어나면 제주로 보내라'는 속담에서도 지역소멸을 부추겼다고 한다면 억지일까. 70년대 농촌에서 서울로 올라간데는 '빈곤'과 ...
박간재 기자2022.07.28 15:09"참새는 비록 작지만 오장육부는 다 갖춘 동물입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아버지인 시중쉰(광둥성 책임자)이 1978년 '참새'로 비유한 광둥성의 자치권을 덩샤오핑(鄧小平 등소평)에게 요청할 때 한 말이다. 개혁개방을 부르짖던 덩샤오핑은 당시 "먼저 부자가 되라"는 선부론을 거론하며 그의 제안을 수용했다. 광둥성 선전은 그렇게 '경제특구'가 됐다. 선전은 80년에 경제특구로 지정될 당시 '바오안'이란 이름의 작은 어촌마을이었다. 선전은 40여 년이 지난 지금 상전벽해가 무엇인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인구 3만명의 어촌...
김성수 기자 sskim@jnilbo.com2022.07.14 13:37요즘 수도권에 사는 광주·전남지역 향우들로부터 자주 듣는 얘기가 있다. "호남(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은 도대체 뭐하고 있느냐"라는 질타였다. 윤석열 정부가 과거로 회귀하는데도, 국회가 한달 넘게 공전중인데도, 민주당은 서로 계파싸움만 한다며, 우리지역 국회의원들이 일은 하고있냐라는 볼멘 소리다. 지난 3·9대선과 6·1지방선거에서 연달아 패한 뒤끝인데다, 광주·전남이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이라는 점에서 목소리는 더욱 격앙된 듯했다. 요약해 보면, "호남 정치력이 약화됐다", "지역 국회의원들이 당에서 제 목소리를 못낸다", "당이...
서울=김선욱 기자2022.06.30 14:28'풀뿌리 민주주의', 지방자치를 대표하는 용어다. 지난 1991년 재출범된 이래로 31년이 지났다. 그동안 광주에서만 9차례 지방의원을 선출했다. 지역을 위해 일하겠다며, 지역일꾼을 자처하며 나선 이들이다. 9차례에 걸쳐 선출했으니 그동안 배출된 지방의원의 숫자도 어마어마할 터다. 현실은 암담하다. 광주시민 10명 중 7명이 지방의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현실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이 내놓은 '지방의회에 대한 광주시 유권자 인식 조사 결과'다.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엠브레인퍼블릭'이 광주 거주 18세 이상 남여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다. 조사는 지방선거가 직후인 6월2일부터 4일까지 3일 동안 이뤄졌다.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지방의원의 의정활동 내용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10명 중 7명이 '지방의회 의원 활동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답했...
홍성장 기자2022.06.23 16:40소설가 김영하가 말했다. "우리가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 맞추기 위해 보낸 시간을 나에게 쏟았다면 인생은 더 풍요로워지지 않았을까?" 스무살 시절엔 매일 누군가를 만나지 않으면 안됐던 의무감에 시달렸다. 돌아보건데 청춘이라 불렀던 그날들은 늘상 비 오기 전의 여름날과 비슷했다. 짙게 깔린 먹구름 아래, 곧 쏟아질 비를 예감하며 땀으로 찐득해진 티셔츠에 손바람을 넣던. 친구들과 한잔 할 때는 부족한 안주와 술, 넘치는 말들이 자리했고 그때마다 청춘은 마치 땅콩 같았다. 살짝만 밀어도 껍질이 벗겨지고, 조금만 힘을 주면 반으로 부숴질 것...
노병하 기자2022.06.02 14:41"MZ세대가 미술시장에 뛰어들면서 아트페어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어요. 아트부산에 오면 미술시장의 최신 트렌드를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MZ세대 작가나 컬렉터들에겐 아트축제의 장이죠." 필자는 최근 '아트부산 2022' 행사장을 다녀왔다. 공식 개막 전날 열린 VIP 프리뷰 현장에서 인터뷰를 했던 한 청년 아티스트에게 아트부산에 대한 견해를 묻자 이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화랑미술제,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와 함께 국내 3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제11회 아트부산'이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렸다. 주최측은 올...
최권범 기자2022.05.26 13:06"달콤 상큼, 노랗고 투명한 빛깔이 예쁘고 석류 콜라겐보다 더 부드러우면서도 식감이 좋네요." 최근 우연한 기회에 전남도농업기술원이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전남지역 업체가 생산한 몇몇 제품을 맛보는 행운을 얻었다. 그 중 몇개를 지인에게 선물했는데 고맙게도 맛있게 잘 먹었다며 품평을 보내 준 문자다. 이 제품은 고흥 두원농협에서 출시한 '두힐고흥 유자C 콜라겐' 이다. 유자 과즙이 많이 들어 있어 식감이 좋았던 모양이다. 그동안 유자 원물이나 유자차, 유자청 판매 정도로 그쳤던 유자가 일약 변신 하는데 성공한 셈이다. 진도 특산물 강...
박간재 기자2022.05.19 13:29"공약을 발굴하고 예산반영 등 실현단계까지 적어도 4~5년은 걸립니다. 새 정부 출범 시기에 성장 동력을 찾는데 소홀하다면 10년 뒤 광주의 미래는 없습니다." 5년마다 정권 이양기에 지역현안이 새 정부 공약으로 반영되도록 '공약 세일즈'에 올인하는 광주시 공무원들의 간절한 속내이다. 지역에 현안들은 넘치고 넘쳐나지만 새 정부 공약으로 채택되는 건 기껏 열 손가락 내외다. 그것도 정치 지형도에 따라 어느 한쪽은 전폭적 지원을 그렇지 못하면 '홀대'라는 낙인이 5년 내내 따라 붙는다. 여기에다 수도권과 멀어 접근성은 떨어지고 경제성만...
김성수 기자 sskim@jnilbo.com2022.05.05 13:55울릉도에는 없는 게 3가지 있다고 한다. 공해와 뱀, 도둑이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있다. 군과 의회에 더불어민주당이 없다. 무소속 기초의원 1명을 빼면, 군수와 지방의원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보니, 오랜동안 국민의힘의 '안방'이 되어왔다. 반대로 광주와 전남은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과 지방의원이 없다. 시도와 지방의회의 안주인은 파란색의 더불어민주당 일색이다. 풀뿌리 지방자치에 견제와 균형이 사라지면 기득권층은 더 공고해지고, 위기가 온다. 일당 독식의 위험성이다. 광주·전남의 위기는 '정치적 섬'이...
서울=김선욱 기자2022.04.21 13:14민주당, 새정치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 새정치민주연합, 더불어민주당…. 소위 민주당이 걸어온 역사다. 민주당은 광주를 비롯해 전남·북 등 호남을 기반으로 탄생한 정당이다. 지금껏 세 차례 대통령도 배출한 '명문' 정당이기도 하다. 강력한 야당으로서 면모를 보일 때는 '진보'의 아이콘처럼 여겨졌을 때도 많았다. 하지만 광주와 전남에서는 보수색이 짙은 '여당'의 이미지가 강했다. 지금껏 대부분의 지방 권력은 민주당의 몫이었고, '민주당 공천=당선'은 여전히 유효한 공식이다. 그동안의 지방 권력 지형도가 좋은 예다. 광주지역 광역의원은 민주당 일색이다.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부터 최근 7회 선거까지 선출직으로 민주당 이외에 시민의 직접 선택으로 당선된 사례는 단 한 차례뿐이었다. 2010년 6월 2일 치러진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광주 서구 제4선거구에서 옛 민주노동당 후보...
홍성장 기자2022.04.14 15: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