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껴놓은 땅 전남' 역발상으로 위기 넘자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데스크칼럼
'아껴놓은 땅 전남' 역발상으로 위기 넘자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 입력 : 2022. 10.13(목) 13:16
  • 박간재 기자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전남이 경기도나 인천 어디쯤 위치해 있었다면 지역 산단, 농공단지 등이 순식간에 입주 완판 행렬을 이어갔을텐데요."

최근 만난 한 산단 관련 업무 관계자가 들려준 하소연이다. 담담한 톤이었지만 마치 고구마 100개를 먹은 듯 답답함이 묻어 있었다. 거주인구가 적어 이곳에서 기업하기가 어렵다며 낙담해 했다.

우울한 분위기를 바꿔 줄 수도 없어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우울한 표정이 아니었다. 긍정, 기대감이 묻어났다.

"오래전 전남지사였던 분이 '전남은 신이 아껴놓은 땅이다. 활용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큰 선물이 될 지역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한 적이 있어요. 아마 최근 전남지역의 상황을 두고 하신 말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래서였을까. 최근 전남도가 '농산물 원물 생산지'에서 기업도시 건설, 수소산업 육성, 재생에너지 본고장으로 날개를 펴고 있다.

#전남도의 야심작에는 '솔라시도 기업도시 건설사업'이 있다. 오는 2030년 목표로 해남 산이면과 영암 삼호면 일원에 3개 지구사업으로 개발된다.

구성·삼포·삼호지구로 33.8㎢(1024만평) 규모다. 전남형 미래 블루시티로 UN 탄소중립 정책에 대응하며 이와 관련한 국비 사업비 확보로 낙후된 서남해안권 관광레저 발전과 재생에너지 중심 도시를 향해 한걸음 다가선다.

해남 구성지구는 98㎿급 태양광 발전단지와 세계 최대 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가 가동 중이다. 전남도 블루이코노미 일환인 전남형 스마트 블루시티로 개발되고 있다. 현재 태양광 발전소는 연간 6만5000톤의 이산화탄소 절감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영암 삼호지구는 관광레저 및 휴양의 기능과 주거, 문화, 산업 등 일상이 공존하는 자족도시 개발이 골자다. 골프장 '사우스링스영암(대중제 45홀)' 개장을 필두로 인근에 런웨이(18홀)골프장을 2020년 10월 착공 오는 12월 준공된다. 27만평에 세계 최초·최장길이 160~565m, 벙커 365개가 설치돼 고난이도 훈련시설 여건을 갖추고 있다.

답보상태이던 영암 삼포지구는 지난해 6월 2단계 사업 목포도시가스 신규 투자자를 확보해 2단계 2차 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개발계획 변경을 내년 마무리 한다. 자동차산업 밸리 조성 등 2000명의 고용창출이 기대된다.

#수소산업 육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산업부 공모사업인 '수전해 시스템 신뢰성 제고 성능시험센터 구축'에 선정됐다. 2024년까지 국비 153억원을 지원받아 그린수소 핵심기술인 수전해 시스템 생산에 나선다. 수전해 성능시험센터를 기반으로 향후 세계 최초로 수전해 인증센터까지 구축, 전남을 그린수소 생산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미래 100년 먹거리를 만들어 낼 '그린수소 에너지 섬 조성 타당성조사 연구용역'은 해상풍력과 연계한 그린수소 생산기지 조성을 위한 초석이다.

그린수소 에너지섬 조성사업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안 앞바다에 짓고 있는 8.2기가와트(GW) 규모 해상풍력발전의 잉여 전력과 섬에 수전해 설비를 구축해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게 주 내용이다. 그린수소를 탄소배출량이 많은 철강석유화학 단지 등에 공급해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재생에너지 역시 전남도가 역점을 두고 있는 지속가능한 미래산업이다. 인류가 지향해야 할 에너지 정책으로 전세계 흐름에 맞춰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세계 최대규모 신안 해상풍력단지를 비롯해 전남 서남해안에 총 30GW 규모 해상풍력을 개발하고 어민들과 지역사회가 동참할 예정이다. 발전소득을 나누고 기업을 유치해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만들어 간다는 구상이다.

태양광 발전은 폐염전 같은 유휴부지를 활용하고 농지에는 농사를 병행하는 영농형 방식으로 환경친화적·주민상생형으로 추진중이다. 5GW 규모 도민발전소 계획을 수립해 연간 100억원의 발전수익이 주민들에게 공유되고 있으며 덩달아 전입인구도 늘고 있다. 지역 인구소멸 방지대안으로까지 떠오르는 사안이다.

지난 2014년 취재차 덴마크를 간 적이 있다. 코펜하겐에서 오덴세로 가던 중 그레이트벨트(1624m)대교를 지날 때였다. 오른편 바다에 거대한 풍차모양의 발전기 시설이 눈에 띄였다.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더니 눈치를 챘는지 가이드가 마이크를 잡는다. "저게 해상풍력발전기입니다. 덴마크는 원전이 아닌 신재생자원을 활용해 전기를 얻고 있죠"

원전 밖에 모르던 당시 신재생에너지라는 용어가 웬지 낯설었다. 현재 덴마크는 지난해 전체 전기 발생량의 47%를 풍력발전에서 얻고 있다. ​2030년까지 덴마크 북쪽 북해에 원전 10기에 해당하는 10GW 규모의 해상풍력 단지를 짓는다. 풍력발전기를 연결하기 위한 '에너지 섬(energy island)'을 만들어 유럽인근 국가에 전기를 공급할 계획이다.

전남도도 재생에너지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신안 자은도 외기해변에 가면 풍력발전기가 설치돼 있으며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순풍에 돛을 달 것같던 재생에너지 정책에 타격이 감지된다. 원전정책에 무게를 실은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 탓에 전남도 현안이 직격탄을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근시안적 정책보다 후손들에게 물려줄 '100년 대계'를 세워야 할 때다. 전남이야말로 미래를 위해 아껴놓은 땅 아닌가.

박간재 기자 kanjae.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