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마크. |
낯선 땅에서 우울감과 정서적 고립 등으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리다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해 동료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사례가 늘고 있어 사전에 갈등을 중재하거나 범죄를 예방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7일 장흥경찰은 동료 외국인 노동자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30대 후반 A씨를 체포했다.
A씨는 지난 6일 오후 1시 43분께 전라남도 장흥군 회진면 김 양식 공장 숙소에서 40대 초반 동료 B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지난해, B씨는 지난달 입국해 일을 하고 있었으며 함께 방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2명은 평상시 좋은 관계를 유지했으나 사건 발생 전 갈등이 생겼고 술을 마시던 중 다툼을 벌여 A씨가 숙소에 있던 흉기로 B씨를 찌른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출동한 119에 의해 심폐소생술을 받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A씨는 현재 범행 당시 기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당시 숙소에는 2명 외에 5~6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더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과 함께 숙소 생활을 하는 동료와 A씨를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2월에도 광주광역시 월곡동에서 30대 카자흐스탄 국적 외국인이 교회에서 러시아 국적 고려인 3명을 폭행해 특수상해 혐의로 체포됐다.
지난 1월 15일 오전 0시께 완도 신지면의 한 해조류 양식장에서는 라오스 국적의 C(37)씨가 같은 나라에서 온 D(27)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왼쪽 팔을 다치게 했다. 경찰에 따르면 C씨가 음악을 들으며 휴식을 취하던 중 D씨가 “소리를 줄여달라”고 말하자 화가 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경찰청과 전남경찰청에 따르면 전남지역의 최근 3년간 외국인 근로자 범죄는 매년 1400여건에 달한다. 폭행 및 절도 사건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특히 살인사건도 매해 1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근로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고된 노동과 언어 장벽, 문화적 차이 속에 동료 간에 갈등이 누적되면서 사소한 마찰도 극단적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모여 사는 집단 숙소는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고, 스트레스 해소 수단도 제한적인 상황에서 알코올에 의존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갈등이 생겨도 중재해 줄 이가 없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외국인 근로자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의 기능을 확대해 다국적 언어 전문가와 상담사를 배치해 갈등 조기 발견 및 중재를 돕고, 사업주를 대상으로 하는 ‘다문화 직장 관리 교육 프로그램’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범죄 예방 교육 강화 필요성도 제기되고 았다.
김정규 호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계절근로자 등 외국인 근로자가 입국하기 전부터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며 “외국인 근로자들의 경우 나라마다 문화의 차이로 인해 폭력의 허용 정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범죄 예방 교육 등도 필요하다” 고 밝혔다.
현재 경찰은 외국인 근로자 대상 정착 범죄예방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광주경찰 관계자는 “외국인들의 안정적인 정착과 범죄로부터의 보호를 위한 교육활동을 벌이고 있다” 며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도 교육을 진행할 예정으로 범죄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유철·이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