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예술단’ 광주 이전 반발…지역 내 비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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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서울예술단’ 광주 이전 반발…지역 내 비판 고조
서울 중심 문화 독점구조 해소
문체부, 첫 사례 ACC 이전 결정
'반대 서명운동' 등 조직적 반대
“국립단체 공적책임 외면” 비난
“정책 철회 없어” 내년 이전 추진
  • 입력 : 2025. 05.07(수) 16:50
  •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추진한 ‘서울예술단’의 광주 이전에 따른 반발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역민들은 이번 국립 예술단체의 지역 이전 정책이 성공적으로 이행되길 바라고 있다. 사진은 신록으로 우거진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전경. 김양배 기자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서울 중심의 문화 독점 구조를 해소하고자 국립 예술단체의 지역 이전을 본격화한 가운데, 광주 이전에 대한 '서울예술단' 측의 조직적인 반발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서울예술단이 공론화 부족과 절차적 정당성 등을 문제 삼아 집단 반대운동을 벌이며 여론몰이하는 상황은, 국립 예술단체로서 마땅히 수행해야 할 공적 책임을 외면한 태도라는 지적이다.

문체부는 지난 3월6일 ‘문화한국 2035’를 발표하고 6대 핵심과제를 선정했다. 이 중 첫 과제인 ‘지역 문화 균형 발전’을 위해 국립 예술단체·기관의 지역 이전을 전략으로 내세웠다. 문체부는 정책의 첫 사례로 서울예술단을 ‘국립아시아예술단’으로 이름을 바꿔 내년 상반기 광주광역시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으로 이전을 결정했다.

실제 수도권 중심의 문화 편중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7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립 예술단체 공연의 86.3%가 서울에서 이뤄졌고, 같은 기간 광주는 0.5%, 전남은 0.6%에 불과했다. 이는 국립 예술단체가 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임에도 수도권에 편중된 공연 활동에 집중해 왔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서울에서의 공연 비율은 89.6%에 달해 문화 자원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극복할 정부 차원의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문체부의 서울예술단 이전에 대해 지역 사회는 물론 예술 각계에서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전 단체로 지정된 서울예술단은 문체부의 결정 직후 성명을 내고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철회를 요구했고, 구성원 다수가 동참하는 반대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조직적 반발이 수도권 중심 문화 생태계를 고착화하고, 문화 불균형 해소를 위한 국가 정책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지역 예술계 인사 A씨는 “서울예술단의 집단행동은 지역 문화에 대한 사실상의 거부이자, 문화도시 광주를 무시하는 행위로 비칠 수 있다”며 “특히 이들이 제기한 ‘창작 환경 저하’, ‘정체성 훼손’ 등의 주장은 그간 서울 중심으로 쌓아온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자기중심적 논리”라고 비판했다.

지역 예술계 인사 B씨는 “예술단체가 공적 책임을 다하며 지역과 상생할 수 있도록 구조적 협력이 절실하다”며 “서울예술단의 반발이 정부의 지역 문화정책에 발목을 잡는다면 향후 다른 국립단체들의 이전도 줄줄이 무산될 수 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내부 갈등이 아닌 중대한 국가 정책의 시험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예술단이 국립단체로써 선택해야 할 것은 기득권 유지가 아니라, 지역민을 포함한 모든 국민의 문화 향유권을 보장하는 공공기관으로서의 책무”라며 “조직적인 반발로 국가 정책에 맞서기보다, 국민의 문화 복지를 위한 길에 책임 있게 나서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3일 광주광역시 동구 ACC디자인호텔에서 ‘서울예술단의 ACC 이전에 따른 과제’를 주제로 포럼이 개최됐다. 광주아트포럼 제공
지역민들은 문체부의 결정을 지지하며 서울예술단의 반발은 국립단체로서 적절치 않은 행태라고 입을 모았다.

광주시민 김모(43)씨는 “문화예술 향유는 수도권 시민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서울예술단의 이전 반대 움직임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했다.

지역 예술인 황모(36)씨 역시 “국립 예술단체의 지역 이전은 문화 향유 범위를 전국으로 확장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다. 서울예술단의 반발은 균형 발전을 시작하는 첫 걸음에 있어서 걸림돌이다”고 꼬집었다.

문체부는 서울예술단의 반발에도 정책의 수정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어 “일방적 추진”이라는 서울예술단 측의 주장과 달리 수개월 전부터 협의를 지속해 왔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부터 관련 내용을 서울예술단에 전달했고, 간담회도 수차례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서울예술단은 ACC와 협업 관계에도 불구하고 애매한 입주단체라는 정체성 혼란이 있었다. 이전 결정은 단체의 지속 가능성과 창작 다양성을 높이는 방향”이라며 “정책의 재고나 철회는 없다. 내년 상반기 이전을 목표로 추진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을 통해 문화 균형발전 가속화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예술단체와 지역사회 간 구조적 협력 기반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박지현 전남대 교수는 “지역 특성과 예술단체의 역량이 상호 보완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상호 간 협력을 통해 새로운 창작 레퍼토리를 개발하고, 지역 예술인 양성과 문화관광 연계를 통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