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을 저버린 대통령은 자신이 강조해온 법치와 상식·공정마저 무너뜨렸다. 결국 대한민국은 새해부터 국론 분열·갈등·혼란과 위기에 빠졌다. 정치권은 극과 극으로 갈라섰다. 윤 대통령 측은 체포영장은 불법이라며 공수처를 고발했고, 여당도 공수처의 월권행위를 지적하며 ‘대통령 지키기’를 노골화했다. 반면 야당은 공수처 체포를 막아선 경호처를 ‘제 2의 내란’이라며 경호처장 등을 직위해제를 촉구했다. 윤 대통령이 법이 아닌 극단적 지지층에 의존해 갈등만 야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체포 시도 전날 윤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영장 집행 방해 시위를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다. 위기 속 국민 통합이 아니라 “애국 시민”과 “반국가 세력”으로 편가르기를 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 1000여 명은 체포 시도 당일 새벽부터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집행 반대 시위를 벌였다. 오후엔 체포 찬성 시위대도 집결해 아수라장이 됐다. 대한민국의 위신도 무너졌다. 이날 윤 대통령 체포 대치 상황은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 외신이 지켜보는 가운데 생중계 됐다.
탄핵 국면에 제주항공 참사까지 겹친 상황에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 시도와 불응, 이를 둘러싼 국가기관 간 충돌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이 안정화를 찾기 위해서는 윤석열 대통령은 당장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언제까지 극렬 지지층 뒤에 숨어 피해자 놀이만 할 것인가.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라면 자신의 행동에 대한 법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