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고객 확보와 매출 증대를 위해 ‘최저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가격경쟁에서 밀린 골목상권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사진은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서 지역민들이 채소를 구매하고 있는 모습. |
소상공인들은 대규모로 제품을 납품받는 대형 유통업체와 달리 제품 납품 규모가 작아 마진을 줄이고 단가를 맞추기 어려운 데다가, 주머니 사정이 빠듯해진 소비자들은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온라인 쇼핑몰, 대형 유통업체 등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소상공인들의 생존을 위한 정책적 지원과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3사는 신선식품, 가공식품, 생필품 등 주요 상품군을 중심으로 할인 폭과 대상 품목을 확대하고, 멤버십 혜택 강화와 사은품 증정 행사 등을 내세우며 소비자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를 낮춰 오프라인 고객을 사로잡지 못하면 고객 감소와 매출 부진이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이마트는 3월 가격파격 선언 행사를 열고 5대 신선식품과 가공식품·생필품 50개 품목 등을 초저가로 기획해 한 달 내내 할인가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캐나다/미국산 삼겹살을 100g당 690원에 한정 판매를 진행하고 있으며, 생필품의 경우 밀폐용기·화장지·접시 등을 최대 50% 할인 판매하고 있다. 또 기존 상품 대비 20%가량 가격을 낮춘 단독 기획 브랜드 ‘공구핫딜’ 상품 40여종을 신규 출시했다. 홈플러스도 고기·채소·과일 등 각종 먹거리를 최대 반값에 판매하는 ‘앵콜! 홈플런 is BACK’ 행사를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창고형 할인점,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도 대대적인 할인 행사에 나서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유통업체들의 공격적인 할인전에 고물가로 가계 부담을 겪고 있는 서민들의 숨통이 트이고 있지만, 가격 경쟁에 뛰어들기 어려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상인들은 매출 하락을 체감하며 울며 겨자 먹기로 마진을 줄이고 있는 모양새다.
광주 서구 금호동에서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박모(62)씨는 “대형 유통망을 이용하는 인근 편의점과 기업형 슈퍼마켓이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고객을 유인하면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소비자들은 같은 상품이라면 100원이라도 싸게 구매할 수 있는 매장을 선택하기 때문”이라며 “매입 단가를 낮춰 경쟁력 있는 가격에 판매하기 위해 일부 상품은 슈퍼조합에서 직접 가져오고 있다. 2년 전부터는 알바생도 쓰지 않고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일하고 있는데 마진이 줄면서 순이익 크게 감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상인은 매출이 감소한 원인은 ‘경기침체’ 때문이라면서도 유통업체 간의 할인 경쟁이 골목상권에도 일부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는 등 유통업계가 전반적으로 힘든 상태라고 알고 있다. 경기침체로 모든 업종이 영업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골목상권 상인들의 매출이 하락하는 이유가 ‘대형마트’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인근 대형 유통업체들이 대대적인 할인 행사에 들어가면 골목상권 상인들도 세일 관련 광고물을 더 부착하는 등 영향을 받게 되는 부분은 있다. 가격경쟁에 뛰어들기 어려운 소상공인들은 영업을 지속하기가 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소비자들이 시장의 상품 판매 가격이 대형 유통업체보다 더 비싸다는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육점을 운영 중인 박모(47)씨는 “대형 유통업체와는 물건 매입 단가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할인 가격을 따라갈 수 없어 소상공인들은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며 “시장의 고객층과 취급 품목 등은 대형 유통업체와 조금 다르지만 최근에는 ‘마트는 할인하는데 왜 여기는 안 하느냐’고 묻거나 가격을 비교해 보고 상품을 사가지 않는 고객들이 종종 있었다. ‘삼겹살데이’도 대형 유통업체가 꽉 잡고 있어 특수를 전혀 누리지 못했다. 시장이 마트보다 비싸다는 인식이 생길까봐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마진을 줄여 최저가로 판매하되 상품의 질을 높이고 서비스를 더 챙겨드리는 등의 차별화 전략을 두고 있다. 하지만 대형 유통업체처럼 박리다매로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구책을 마련할수록 순이익이 감소해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소상공인들의 생존을 위한 정책적인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인 박모(62)씨는 “경기침체, 소비 패턴 변화 등으로 인해 대형 유통업체들도 사지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전통시장·골목상권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전통시장 상품권 행사, 골목상권 전용 상생카드 할인, 카드형 민생지원금 등의 지원을 확대하고, 임대료 지원 및 세금 감면 혜택을 강화하는 등 소상공인들의 생존을 위한 정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