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 전 통영관광개발공사 사장 |
굳이 건축물, 구조물을 만들어내지 않고 강이나 산 같은 자연환경이 도시 브랜드로 자리 잡는다는 것은 축복이기도 하다. 빛고을 광주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Y프로젝트란 이름을 들으면 궁금증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명실상부 호남의 젖줄이자 광주 시내를 관통하는 영산강과 황룡강이 정확히 Y자 모양으로 만나 호남평야를 거쳐 서해로 흘러간다. 그 가치를 다듬고 되살려내는 작업이 ‘Y’라는 설명을 들으면 여태껏 알고 있던 광주의 이미지 마저 새로워진다.
그것은 단순한 상징성의 차원이 아니다. 영산강변에서 출토된 마한시대의 유물들을 보면 영산강변의 비옥한 땅과 강물이 원시사회를 수렵에서 농경으로 이끌었고, 멀리 영남권과 일본 큐슈지방까지 교류를 가능하게 했다. 고스란히 지금의 광주의 뿌리가 됐다. 갈대밭과 천혜의 습지로 가득한 황룡강 역시 지역의 허파 역할을 하며 광주의 오늘을 있게 했다.
그러한 자연 조건은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세느강은 파리 중심부를 흐른다는 물리적 존재감을 넘어 그 자체가 도시의 역사이며 문화고, 정체성이다. 에펠탑, 노틀담 대성당, 루브르 박물관 등 도시 아니, 프랑스 전체를 상징하는 시설들이 세느강변을 따라 자리 잡았고, 바토 무슈(Bateaux Mouches)라 불리는 세느강 유람선 투어는 관광과 라이프 스타일 모두를 만들어낸다.
영산강, 황룡강이 세느강과 같은 역할을 하지 못할 리 없다. 아니 역사적 가치, 쓰임새로 따진다면 훨씬 더한 가치를 확인시켜줄 것이다. 관광 콘텐츠로 자리잡고, 시민의 휴식처가 되며, 문화와 익사이팅의 출발지가 될 것이다. 거기에 광주의 정신까지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아예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늘 그래왔듯 강의 가치를 살린다는 작업은 땅을 파고 수로를 만들거나 매립하는 토목개발로 혼돈되기도 한다. 다행히 그런 걱정을 덜 수 있지만 과욕은 무리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내 아이들과 함께 걷는 영산강과 황룡강. 출렁이는 갈대밭을 따라 도도히 흘러내리며 광주의 오늘과 내일을 지켜왔고, 앞으로도 지켜줄 강물을 생각해 본다. 그럼으로써, 몽블랑산 만년설 이상으로, 파리 세느강, 런던 템즈강보다 더 도시의 브랜드가 되고 시민들의 자긍심이 되어줄 것이라 Y프로젝트의 가치를 되새겨 본다.
최권범·김성수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