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음료수·젤리’… 일상 파고든 마약에 불안감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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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마약 음료수·젤리’… 일상 파고든 마약에 불안감 확산
● 오늘 제38회 마약퇴치의 날
광주 하수장서 암페타민 다량 검출
마약성분 함유된 식품 무분별 확산
광주 서구 지역 첫 ‘익명검사’ 도입
“검사 확대, 치료·회복 지원 늘려야”
  • 입력 : 2024. 06.25(화) 18:33
  •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
지난 24일 광주 서구보건소에는 ‘마약류 익명검사’ 안내문이 붙어있다. 간단한 소변검사를 통해 마약류 투약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정상아 기자
최근 마약 투약자가 급증하는 등 마약류가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특히 젤리나 쿠키, 음료수 등에서 마약류가 검출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의도치 않게 마약을 접할 지 모른다는 시민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4년간(2020~2023년) 전국 시·도 57곳의 하수처리장에서 시료를 검사한 결과 모든 곳에서 불법 마약류인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이 검출됐다. 지역에서는 광주, 목포, 순천에서 검사가 진행됐다. 광주는 암페타민이, 목포는 엑스터시 검출량이 많았다. 광주의 암페타민 검출량은 4년 평균 29.43㎎으로 충북 청주(41.28㎎)에 이어 전국에서 2번째로 많이 검출됐다. 목포의 엑스터시 일일 평균 사용 추정량은 5.21㎎으로 경기 시화(19.03㎎)에 이어 전국에서 2번째로 높았다.

광주·전남 마약 범죄 적발 건수 역시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광주 마약 사범 검거 건수는 △2021년 153건 △2022년 239건 △2023년 740건으로 집계됐다. 전남은 △2021년 232건 △2022년 344건 △2023년 462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지난해 6월 광주 한 술집에서 업주를 성폭행하고 돈을 빼앗은 범인은 피해자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술에 마약 성분의 수면 유도제인 졸피뎀을 섞어 범행을 저질렀다.

지난해 4월 강남 학원가에서 청소년에게 ‘마약 음료수’를 건네는 등 음료나 젤리 등으로 둔갑한 마약류가 확산하면서 시민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술집이나 거리에서 나눠주는 쿠키나 젤리에서 마약류가 검출됐다는 소식을 접한 뒤 항상 불안한 마음이다”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마약 투약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걱정이 된다”고 토로했다.

일상생활 속 의도치 않게 마약을 접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지자체가 나서 투약 여부 확인검사를 도입하고 있다.

광주 서구는 마약류 오·남용 폐해 예방을 위해 지난 3월부터 전국 6개 광역시 자치구 중 최초로 ‘마약류 익명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서구보건소에서 의료용 마약류 검사 키트를 활용해 마약 6종에 대한 소변검사가 무료로 실시되며 다음날 유선으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마약 양성반응이 나온 검사자는 2차 정밀검사가 가능한 관내 종합병원을 안내하고, 희망자에게는 마약류 중독 관련 상담을 지원하거나 수사기관과 연계해 도움을 주고 있다. 현재까지 익명검사 사례는 13건에 달한다.

광주 서구 관계자는 “최근 음료에 마약을 몰래 투여하는 등의 사례가 잇따르면서 자신도 모르게 마약에 중독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신분을 드러내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익명으로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마약을 제공하는 행위를 강하게 처벌하는 한편 마약 검사 확대와 투약자들을 위한 회복 프로그램 및 지원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김정규 호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마약류를 음료, 젤리 등에 섞어 공급하는 등 마약 유통이 급증하는 만큼 투약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검사가 매우 중요하며 확대가 필요하다”며 “자의든 타의든 마약에 노출된 이들의 치료와 재활을 돕는 지원대책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