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지마! 잘할 수 있다! 기적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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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교육청
'떨지마! 잘할 수 있다! 기적을 만들어보자!'
●2023광주 장애학생 e페스티벌
신창동 특수교육지원센터서 진행
코딩부터 e스포츠까지 종목 다양
관심 늘어 전년보다 2개 종목 확대
예선 우승자 9월 전국대회 참가
  • 입력 : 2023. 06.27(화) 18:09
  • 양가람·정성현 기자
소프트웨어코딩 종목에 참여한 풍암고 박지호 학생이 대회에 앞서 감독위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양가람 기자
“대회 규정을 준수하며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겠습니다.”

27일 오후 2시 ‘2023 광주 장애학생 e페스티벌 대회’가 열린 광주 광산구 신창동 특수교육지원센터. 광주전자공고 2학년 김지성군이 학생 대표로 공정 경쟁 선서문을 낭독했다.

광주 장애학생 e페스티벌은 2004년 정보경진대회로 시작, 점차 시대의 변화에 따라 코딩·e스포츠 분야 등의 종목을 접목시켜나가고 있다. 관내 11개 학교 장애·비장애학생, 지도교사 등 38명이 참여한 이번 대회는 코로나19로 인해 3년 만에 대면으로 개최됐다.

정보경진 분야(△SW코딩 △스마트검색)와 e스포츠 분야(△팀파이트택틱스 TFT △모두의마블)로 나눠 총 4개 종목이 펼쳐졌다. 특히 e스포츠 분야는 발달장애 학생과 비장애학생이 함께 호흡을 맞추며 경기를 진행했다.

이와 함께 챗GPT체험, 뮤직코딩체험 등 다양한 학생 참여형 부스도 마련돼 장애학생들의 흥미를 끌었다.

성악을 전공하고 싶다는 풍암고 3학년 박지호 학생은 악보를 보고 뮤직블럭을 끼워넣는 코딩체험에서 엄청난 청음을 자랑해 주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박 군은 자폐 스펙트럼 특유의 집중력을 무기로 소프트웨어코딩 대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박 군을 지도한 최태욱 풍암고 특수교사는 “방과후수업 시간에 e코딩 관련 자격증 매뉴얼을 기초로 대회 준비를 해왔다”며 “시간적 여유가 없어 준비 기간이 빠듯했지만, 지호가 코딩에 대한 사전 지식이 상당해 지도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노력한 만큼 최선을 다해 후회없는 대회 치르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후 2시30분 정보경진 분야에 참가한 13명의 발달장애학생들이 감독위원의 지시 하에 지도교사와 함께 경기장에 입실했다. 소프트웨어코딩 종목에 참가한 6명은 정해진 시간 내에 총 10개 문항의 엔트리를 풀었다. 수업 등을 통해 코딩을 배워왔던 터라 학생들은 어떤 문제가 나와도 자신있다는 표정으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스마트 검색 종목에 참여한 7명도 준비된 태블릿PC를 활용해 많은 미션들을 거침없이 풀어나갔다.

이날 나온 문제들은 시교육청이 위촉한 운영위원들(SW아이디어공작소 소속)이 출제했다. 광주지역 특수교사 10인이 소속된 ‘SW아이디어공작소’는 소프트웨어·AI교육 연구를 위해 10년 가까이 운영돼 온 전국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연구모임이다. 운영위원들의 엄격한 채점(심사)을 거쳐 정보경진분야 본선 진출자가 결정된다.

e스포츠-팀파이트 택틱스(TFT) 종목에 참여한 신가중 학생들이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정성현 기자
e스포츠-팀파이트 택틱스(TFT) 종목에서 송광중 학생·지도교사가 출전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정성현 기자
이날 가장 돋보였던 건 e스포츠 분야였다. 이번 대회에서는 점차 확산되는 장애인e스포츠 문화에 따라 TFT·폴 가이즈 등 새로운 게임을 추가, 총 9개의 종목으로 꾸려졌다. 이날 현장경기는 특수·일반학급 학생이 2인1조로 팀전을 하는 TFT·모두의 마블 두 종목이 진행됐다. TFT는 지난 2019년 공개된 라이엇 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 오토 체스 장르로, 주어진 기물·특성을 사용해 제한시간 내 상대를 제압하는 게임이다.

TFT 첫 경기에 나선 송광중과 신가중 선수들은 경기석에 앉자마자 연신 흐르는 땀을 닦아내는 등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관람석에서 이를 지켜보던 학생·지도교사들은 ‘떨지마! 잘할 수 있다! 기적을 만들어보자!’고 힘을 북돋았다.

심판의 안내와 함께 경기가 시작되자 선수들은 차분히 자신의 기물을 옮겼다. 먼저 차례를 끝낸 한 선수는 제한시간까지 이동을 완료하지 못한 팀원을 도와 가까스로 순서를 마무리해주기도 했다. 손에 땀을 쥐는 경기 양상에 응원석에서는 ‘제발 이기게 해주세요’라며 승리를 기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황보순 신가중 지도교사는 “처음에는 특수·일반학급 학생들이 합을 잘 맞출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연습 과정에서 서로 ‘으샤으샤’하며 몹시 돈독해졌다”며 “이번 e페스티벌을 기회로 장애·비장애에 대한 편견없이 학생들끼리 좋은 추억 만들수 있게된 것 같아 굉장히 뿌듯하다. 부디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TFT 경기는 송광중학교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학생들은 ‘경기 승패를 떠나 준비 과정에서 배운 게 많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신가중 2학년 손승현 학생은 “평소 특수학급 친구와 친해질 접점이 없었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게된 것 같아 너무 좋다”며 “최선을 다했지만 아쉽게 패배했다. 내년에는 더 잘 준비해서 재도전하겠다”고 말했다.

모두의마블 경기에서는 금호초 학생 4명이 A·B 팀으로 나눠 경합, B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모두의 마블에서 승리한 B팀의 경우, 특수학급 학생이 경기 진행 과정에서 어려워하자 일반학급 학생이 직접 경기 대기장 코드를 입력해주는 등 상호협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주향 광주시교육청 특수교육팀 장학사는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게임을 통해 소통할 수 있고, 게임을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들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내년에는 보다 더 다양한 종목으로, 더 많은 장애·비장애 학생들이 참여해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학생들은 오는 9월 5~6일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2023 전국 장애학생 e페스티벌 대회’에 광주 대표로 참가하게 된다. 현장 행사로 개최되지 않은 정보경진분야 14개·e스포츠분야 7개 등 21개 종목은 1교 1인 자체 선발을 통해 내달 초까지 본선 진출자를 가릴 예정이다.

양가람 기자·정성현 기자
양가람·정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