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20-1> '죽산보 해체' 결정 불구 뜨거운 찬반논쟁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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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20-1> '죽산보 해체' 결정 불구 뜨거운 찬반논쟁 '여전'
용수공급 차질, 주민의견 무시 ||인근시설도 타격… 예산 낭비 ||수질개선 등 자연성 회복 기대 ||지체없이 시행… 복원 병행을||
  • 입력 : 2021. 01.31(일) 17:57
  • 오선우 기자

나주시 다시면 죽산보 전경.

죽산보를 해체하는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났지만, 찬반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법적 대응'을 불사하며 결사반대를 외치는 주민들부터 영산강 재자연화를 위해 하루빨리 철거해야 한다는 이들까지 현장 분위기는 분분하다.

31일 찾은 나주시 다시면 죽산보.

최근 찬반양론이 광주·전남을 뜨겁게 달구고 있지만, 주말 오전의 죽산보 인근은 한적했다. 근처 산책로에는 죽산보 해체를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3개 보일 뿐, 다소 풀린 날씨에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이들만이 간혹 오갔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이들 중에서는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보 해체의 부당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인근 주민 김모(52)씨는 "몇 년 동안 죽산보 존치 여부로 다툼이 끊이지 않았는데도, 정부가 멋대로 해체를 결정했다"면서 "지역 숙원이기도 한 죽산보 해체에 대해 주민 의견을 묻지 않는 게 정상인가 싶다. 정치적 희생물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고 했다.

농민들은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했다. 하류 지역인 다시면, 왕곡면 등의 농지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영산강에서 끌어와야 하는데, 보를 해체하면 수위가 낮아져 물을 확보하기 어려워서다.

왕곡면에서 과수를 재배하는 박모씨는 "예전에 가뭄이 심할 때는 물이 싹 말라 농사를 망치기도 했다"면서 "죽산보가 생긴 후로 물 걱정은 없었는데, 보를 해체해버리면 물 걱정부터 해야 할 판"이라고 했다.

예산 낭비는 물론 주변 시설 무용론도 나왔다. 코로나19로 인해 운영이 어려운 근처 오토캠핑장, 야외공연장, 천연염색박물관 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다.

캠핑장을 자주 찾는 이모(42·여)씨는 "지역 명물이 된 보를 해체하면 아무래도 찾는 이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비용도 상당히 깨질 것"이라면서 "관리할 시설이 없어지면 인근에 대한 지원도 줄어들면서 관광자원에 타격이 생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보 해체를 찬성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몇몇 주민들은 지역민의 이익 추구에 눈멀어 자연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모(60)씨는 "흐르는 물을 강제로 막아놓으면 수질이 악화되고 주변 경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당연지사"라며 "농업용수 걱정이 많은데, 보가 아니더라도 물을 끌어올 다른 방안은 충분하다. 진정 영산강을 걱정하는 주민이라면 죽산보 이전으로 강을 되돌려 놓는 것에 반대하면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이미 보 해체가 결정된 만큼 사안을 미루지 말고 일사천리로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한 지역 환경단체 관계자는 "정부와 환경단체, 전문가가 충분히 고심한 끝에 더 나은 결정을 한 것"이라며 "소모적인 논쟁으로 괜한 시일을 끌지 말고 절차를 신속히 밟아 보를 해체해야 한다"고 했다.

죽산보 해체를 단순한 하나의 시설 철거가 아닌, 영산강 재자연화를 위한 장기적인 국가사업 추진의 첫 단추로 여겨야 한다고도 했다.

영산강재자연화시민행동 관계자는 "죽산보 해체는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정부와 지자체는 광주·전남 시·도민의 염원인 영산강 복원을 위해 승촌보 해체와 하굿둑 해수 유통 등의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31일 전남 나주시 다시면 죽산보 인근에 보 해체를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오선우 기자 sunwoo.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