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122-3>진상규명·국민생명 보호 입법·추모공간 ‘지지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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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122-3>진상규명·국민생명 보호 입법·추모공간 ‘지지부진’
●세월호 10주기 ③남겨진 과제들
침몰 원인 못 밝히고 처벌 솜방망이
‘생명안전기본법’ 4년째 국회 계류
재난참사피해자연대 법 제정 촉구
‘4·16 생명안전공원’ 건립도 지연
  • 입력 : 2024. 04.14(일) 18:29
  •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10년 전 진도 병풍도 인근 바다에서 단원고 학생 등 304명이 세월호와 함께 침몰했다. 왜 방향을 잃고 침몰했을까. 10년이 지난 지금도 추모객들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안고 진실규명을 외친다. 김양배 기자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후 10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들이 산적하다. 그날의 진실은 여전히 안갯속에 있고, 힘들게 법정에 세운 책임자들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유족들은 진상규명, 더 나아가 미래의 안전 사회를 위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들은 “국민이 안전할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고, 참사를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지난 2022년 9월 ‘4·16세월호참사 종합보고서’를 발간했지만 명확한 침몰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CCTV 영상 추가 복원, 충돌음 분석, 침수 시뮬레이션 등 다차원적 검증이 이뤄졌으나 ‘내인설’과 ‘외력설’의 가능성을 함께 제시하는 데 그쳤다.

책임자 처벌 역시 미흡하다. 화물을 과적하고 제대로 묶어두지 않은 채로 출항시킨 청해진해운 관련자 9명 중 8명이 금고형을 받았다. 세월호 선원 15명도 재판에 넘겨졌으나 이준석 선장이 무기징역을, 1·2등 항해사를 포함한 14명은 징역 1년6개월~12년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지난해 11월에는 초동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해경지휘부 11명에 대해 무죄가 확정됐다.

박래군 4·16재단 상임이사는 “우리나라가 안전사회로 나아가는 데 많은 부분이 부족하다는 걸 보여줬다”며 “책임자가 줄줄이 무죄를 받거나 사면받는 ‘불처벌의 구조’가 사회에 강하게 남아있다”고 꼬집었다.

유족들은 오랜 시간 고민했다.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구호가 되풀이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수년간의 논의 끝에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이들이 줄곧 국회에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외치는 이유다.

‘생명안전기본법’은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지난 2020년 대표 발의했다. 안전사고로부터 모든 국민이 생명·신체·재산을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를 지니며, 이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 지자체 등이 지켜야 할 원칙을 명시한 법이다.

법안에는 △안전사고에 대한 객관적·독립적 기구 설치·조사 보장 △신속구조·피해자 권리 명시 △안전사고 정보 제공·공개 △안전 약자 특별보호·피해자 지원 원칙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생명안전기본법은 4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 사이 이태원에서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가 또 발생했다.

지난해 12월16일 세월호 참사,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 참사 등 8개 재난 피해자들이 모여 결성한 ‘재난참사피해자연대’가 발족식을 진행하고 있다. 재난참사피해자연대 제공
이에 유족들은 지난해 12월 ‘재난참사피해자연대’를 결성했다.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 참사 등 8개 재난 피해자들이 모여 만든 단체다. 이들은 이달 초에도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유해정 재난피해자권리센터장은 “현재는 재난이 발생하면 참사 피해자들이 개별적으로 특별법을 만들어 진상조사와 피해회복을 요청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피해자가 세월호 참사 가족들처럼 싸울 수 없다”며 “생명안전기본법은 독립적 진상조사 기구 설립과 운영, 피해회복 조치의 모법으로 입안돼 재난 피해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억하는 일’이지만, 정부가 약속했던 기억 공간인 ‘4·16 생명안전공원’은 10주기에도 모습을 보기 어렵게 됐다. 행정절차가 지연되면서 오는 10월에야 첫 삽을 뜨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정부는 총사업비 495억원을 투입해 안산시에 건축 연면적 9962㎡ 규모의 ‘4·16 생명안전공원’을 세우기로 했다. 당초 2021년 착공해 올해 완공이 목표였다.

이후 사업이 지지부진하다가 지난 2월 가까스로 기획재정부와 안산시가 총사업비를 협의했다. 사업비는 14억 증액, 건축 연면적은 9962㎡에서 7377㎡로 줄었다. 공원은 빠르면 2년 뒤인 2026년 준공될 예정이다.

장동원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총괄팀장은 “코로나19 등의 이유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사업이 차일피일 미뤄진 데는 정부의 의지가 부족했다고 본다. 결국 규모도 축소됐고 사업비 증액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것이 또 다른 공격의 대상이 될까 우려스럽다”며 “안산시는 ‘더 이상 늦춰질 이유가 없다’고 하지만 착공식이 진행되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을 것 같다. 하루빨리 공원이 지어져 제대로 된 추모·교육이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