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투키디데스의 함정'과 미-중, 그리고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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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칼럼
세상읽기> '투키디데스의 함정'과 미-중, 그리고 한국
최성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前 주 폴란드 대사>
  • 입력 : 2019. 07.31(수) 11:13
  • 편집에디터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역사가인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아테네의 부상(浮上)에 위협을 느낀 스파르타의 두려움 때문에 발생했다고 그의 명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소개하였다. 최근 미국 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은 양대 세력의 대결상황을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용어로 표현하고 있다. 이는 오늘날 기존패권국인 미국과 신흥강대국인 중국이 부딪히는 상황을 설명하는데 수시로 쓰인다. G-2로 통칭되는 미국과 중국에 대해 우선 간략히 알아본다.

먼저, 미국은 동서냉전 당시 소련과 양극(兩極) 체제를 유지하다가 80년대말 냉전 종식 후부터는 명실공히 유일 초강대국(only superpower)으로 국제질서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그런데,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으로 미국의 셈법은 이전보다 단순하면서도 직설적으로 전개되는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실천하기 위해 과거 미국 대통령과는 매우 다른 접근방식을 취한다. 미국의 대외개입을 최소화하면서 국내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우선시한다. 아시아와 유럽의 동맹국에 대해서도 안보 무임승차를 비난하며 방위비분담금과 국방비의 대폭증액을 요구한다. 유네스코와 인권이사회, 파리 기후변화협약, 그리고 이란핵합의(JCPOA)에서 연달아 탈퇴한다. 이런 연유로 전통적인 다자주의가 위협받고 있다. 기존 무역질서도 미국의 이익에 부합되도록 보복관세 등을 통해 상대국을 강하게 압박한다. 국제무역질서의 근간인 자유무역주의도 흔들리고 있다. 이에 띠라, 국제사회의 불확실성과 좌절감도 급속히 높아지는 상황이다.

한편, 1978년 등소평의 개혁개방 정책을 계기로 지속적인 고도성장을 구가해온 중국은 축적된 경제력을 바탕으로 기술력과 군사력을 꾸준히 발전시키고 있다. 중국이 미국과의 맞대응을 피하며 조용히 국력을 키워온 결과, 중국의 기술력과 군사력은 2013년 시진핑 주석 집권 이래 세계 최고수준으로 올라섰다. 항공모함과 스텔스 전투기, 극초음속 무기는 물론, 5G 기술과 우주 개발에서도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 머지않은 장래에 미국을 추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프라 분야에 거대자금 투입을 약속하는 등 '일대일로' 사업을 적극 수행하며 글로벌 파워로 발돋음한다. 남중국해를 통제하에 두기 위해 미국과 긴장 조성을 감수하면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물론, 중국의 기본적 한계는 공산주의 체제와 취약한 거버넌스(governance)다. 프랑스, 독일 및 폴란드 등 상당수 국가들이 중국과의 협력확대를 경계하며 주저하는 이유다.

미국으로서는 이러한 중국의 부상이 지금까지 자국의 절대적 우위를 위협한다고 느낀다. 미-중 무역 및 기술 분쟁도 이런 시각에서 볼 수 있다. 기존패권국(미국)이 신흥강대국(중국)을 압박하는 것이다. 즉, G-2간 패권 경쟁하는 모양새다. 위에 소개한 앨리슨은 미-중 관계에서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향후 몇 년간 점점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렇다면, 미국과 중국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우리가 유일하게 군사동맹 조약을 체결한 미국은 우리의 국가안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국가다. 중국은 우리와 지리적으로 매우 인접하다 보니 역사적으로 교류와 접촉이 그 어떤 나라보다도 활발하다. 이런 연유로, 미국과 중국 간에 발생하는 일들은 필연적으로 우리에게 엄청난 영향을 준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의 대결 국면에서, 우리는 한미동맹을 중심축으로 나가야 한다. 공산주의 정치체제와 국가통제형 거버넌스를 운영하는 중국이 우리의 안보를 지켜줄 것으로 믿는가. 무엇보다도, 남북대결 하에서 미국과의 동맹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만일 미국과 중국이 정면충돌한다면, 우리는 당연히 동맹국 편에 서야 한다. 이것이 냉엄한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도다. 양다리 걸치다가 양쪽으로부터 모두 뺨을 맞지 않도록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설정해야 한다.

우리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는 우리가 중국을 편든다고 판단한 미국이 한국을 포기하고, 그 대신 일본을 핵심 전략동맹국으로 선택하는 거다. 이는 우리 후손들의 생존 및 행복과도 직결되는 실로 엄중한 문제이다. 한미동맹이 지속 유지 및 발전되어야 하는 이유다. 지도자는 국가에 닥쳐오는 격랑을 헤쳐나갈 수 있는 결기와 비전을 갖추어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초반이던 1940년 5월 영국의 처칠 수상이 "저는 피와 노고, 눈물과 땀밖에 달리 드릴 것이 없다."면서 국민들에게 직접 호소하며 누란(累卵)의 위기를 극복한 점을 교훈 삼을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는 처칠처럼 결기와 배짱을 갖고 민족을 위해 불철주야 헌신하는 '참된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 한국외교가 전대미문(前代未聞)의 격랑에 휩싸인 만큼 더욱 그러하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