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환 논설실장 |
다래는 우리나라 산과 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토종 식물이다. 자연의 풍요로움이나 소박한 모습으로 옛 문헌에도 자주 등장한다. 조선 중기 문인 장유는 “넝쿨 올라간 지 몇 년도 안되어/푸른 다래 주렁주렁 달렸나/혀끝에 차고도 달콤한 맛/신선에게 반도 구할 필요 있으리오.”라는 시를 남겼다. 반도는 3000년에 한 번 열매를 맺는다는 선도(仙桃)다. 조선시대 문관 김상용도 다래가 익어가는 가을을 두고 “들판엔 기장과 조 열리고/산속엔 다래와 포도 영글었네/이 좋은 때에 술 없으면/서늘한 가을 정 어떻게 잊으리.”라고 했다. 가을 산의 풍요로운 정취가 눈 앞에 선하다.
지난 1975년 문화공보부가 창덕궁 동편에 자생하는 다래나무 한 그루를 천연기념물 251호로 지정했다. 당시까지 학계에 알려지지 않았던 수령 600년으로 추정되는 노거수였다. ‘수령이나 수형이 문화재로 보호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게 이유였다. 머루나 정금, 까치밥, 맹감(청미래덩굴 열매)처럼 누가 가꾸지 않아도 야산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고, 주전부리 군음식으로만 여겼던 하찮은(?) 나무로서는 파격이었다. 누구도 돌보지 않는 산속 귀퉁이에서 묵묵히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가는 토종 나무에 대한 새로운 인식도 심어줬다.
전남도 산림연구원이 최근 토종 다래의 신품종 육성과 다래 산업화에 나섰다고 한다. ‘전남의 기후 조건에 적합한 신품종을 육성하고 새로운 고부가 소득 품목으로 다래 시장을 넓히겠다’는 것이 전남도의 설명이다. 다래는 당도가 높고 어린 새순의 사포닌 함량이 높아 건강식으로 최고라고 한다. 이른 봄 채취한 수액은 기능성이 뛰어나 고로쇠를 능가한다. 5월에 피는 화려한 흰 꽃도 꿀이 풍부해 밀원식물로 제격이다. 가을이면 아이들은 산에 올라 주렁주렁 열린 다래를 따먹고 소를 먹이고 꼴을 베며 하루를 보냈다. 산 마을 아이들의 소중한 추억을 되살려주는 다래. 먹을게 부족하던 시절 소중한 먹거리였던 ‘다래의 귀환’이 반갑다. 이용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