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꽃샘 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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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꽃샘 추위
노병하 취재1부 정치부 부장
  • 입력 : 2025. 02.17(월) 17:37
지난 주말인 15일, 광주에 보수를 자처하는 내란 세력 동조자들이 집회를 열었다. 어떤 광기가 저들을 광주로 모이게 했는지는 알수가 없으나, 광주는 그저 의연하기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런 무리들이 이 도시로 쳐들어 온 때를 시민들은 아직도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때의 침략자에 비한다면 이날은 그저 애교에 가까웠을수도 있다.

다만 의연했지만 물렁하지는 않았다. “여기가 어디라고 와”라고 외치는 당당함부터 “광주 왔으니 맛있는 밥이나 먹고 가라”는 해학까지 광주는 그저 광주였다.

더불어 그들은 실수를 하나 했다. 광주에서 오느라고 광화문과 헌법재판소 앞에 인원이 텅텅 빈 것이다. 전국적으로도 그들의 깃발은 든 무리들이 얼마 모이지 못했다고 한다.

이것이 무슨 뜻이냐 하면, 박박 긁어서 광주로 온 1만여명이 그들의 전 재산이라는 것이다.

반면 광주는 유유자적 점심 먹고 모인 이들만 2만여명. 두배 숫자다. 모이라고 악지르는 이도 없고, 모였다고 뭘 챙겨주는 이도 없는데, 자연스레 모여서 1만의 외부자들을 둘러 싼 것이다.

예부터 대한민국은 봄이 오기 전 매우 추워지는 시기가 있다.

꽃샘추위라고 불리는 것인데,초봄이 지나 따뜻해지고 꽃이 필 때 쯤 다시 날씨가 일시적으로 추워지는 특이한 일기 현상이다. 봄꽃이 피는 걸 시샘한다 해서 꽃샘추위라는 이름이 붙었다.

시골 어른들은 꽃샘추위로 한해를 점치기도 했는데, 꽃샘추위가 매우 추우면 “올 농사가 매우 어렵다”고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꽃샘추위가 왔다는 것은 봄이 바로 앞에 도달했다는 뜻도 된다. 두껍고 무거운 외투를 여미며 버티고 버티다 보면 어느새 따뜻한 날들이 우리 곁에 도래해 있는 것이다. 온다는 말은 없었지만 어김없이 찾아오는 약속된 기쁨이기도 하다.

유사한 것이 또 있다. 새벽이다. 가장 어두울때가 새벽이다. 빛이 나오기 전 모든 빛이 일시적으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역시 길지 않다. 어두운 풍경을 바라보며 지긋이 버티면 기어코 해는 뜨고 만다.

저들도 곧 꽃샘추위 마냥, 새벽 마냥 사라질 것이다. 어차피 봄과 태양이 약속하지 않아도 오는 것처럼 저들 역시 어느 순간 소리없이 숨어들고 말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1만의 외부인을 마주한 2만의 광주시민들이 200만, 2000만으로 산벚꽃처럼 전국 각지에서 활짝 필 것이다. 그 날이 멀지 않은 가까운 시일에 반드시 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