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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화백의 위작 주장에도 불구,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김재규 소장품이었다가 국가에 환수돼 미술관으로 온 경위가 확실하다는 근거와 전문위원이었던 미술평론가 오광수가 진품으로 감정했다는 것을 근거로 가짜가 아니라고 맞섰다. 화랑협회 감정위원회 역시 1·2차 감정에서 진품으로 결론냈다. 작가의 의견을 감정 우선순위를 둔다는 협의 규정마저 무시한 처사였다. 위작 사건으로 그녀의 창작활동은 파탄을 맞게 된다. 그녀는 결국 절필을 선언하고 작품 활동을 중단했다.
1999년 위작범이 나타났고, 프랑스 르부르미술관 감정팀까지 천경자의 작품일 확률은 0.0002%라고 밝혔지만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미인도가 천경자 씨의 진품이라고 결론 냈다. 이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천 화백은 뇌출혈로 사망했다.
“자식을 몰라볼 수 없다”며 천 화백은 한사코 ‘가짜’라고 단언했다. 작가는 ‘미인도’가 ‘가짜’라고 하는데, 국립현대미술관, 감정협회, 화랑계와 검찰까지 ‘진짜’라고 했다. 위작 미인도 사건이 일어난 후 진실은 실종했고, 거짓에 거짓이 더해지며 사실이 아닌 가짜가 진짜로 둔갑해 버렸다. 천 화백은 끝내 ‘미인도’가 자신이 그린 그림이 아니라는 굴레를 벗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야 했다.
2025년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미스터리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 법원이 천 화백 가족이 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검찰이 위작 사건 수사 당시 9명의 감정인이 낸 감정서를 공개하라는 법원의 판단이다.
천경자 화백은 미인도를 이렇게 말했다. “힘없는 눈, 벙벙한 코, 조잡한 머리의 꽃, 숫자 표기의 필체도 달랐고 화풍도 엉성했다.” 천 화백 가족들은 미인도가 위작이라는 진실을 여전히 쫓고 있다. 검찰이 진품임을 근거로 제시했던 감정서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권력과 집단의 우격다짐이 가짜를 진짜로 둔갑시켜버렸는지 그 진실에 한걸음 다가설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