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김주영 사진작가 기획초대전 ‘한국의 바위문화-전라남도’가 열리고 있는 광주 동구 예술이빽그라운드에서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당금 예술이빽그라운드 대표가 한 돌장승의 일화를 설명하고 있다. 박찬 기자 |
광주 동구 예술이빽그라운드에서 오는 28일까지 열리는 김주영 사진작가 기획초대전 ‘한국의 바위문화-전라남도’는 지난 8년간 전국의 바위 문화재를 답사하며 기록한 작품 중 광주시와 전남도 18개 시군에서 촬영한 135점을 선보이는 자리다.
이 전시는 김 작가가 마애불, 미륵, 벅수, 장승, 짐대 등의 바위 문화를 계승하고자 추진한 ‘한국 바위 문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전시작들은 검오일 프린트 방식으로 인화했다.
검오일 프린트는 1989년 미국의 칼 퀘니히(Karl Koenig)에 의해 발견된 동시대 회화주의 대안 프린트 기법이다. 검오일 프린트는 방법이 상당히 까다로워서 지금은 이 방식으로 프린트를 하는 사진가는 김 작가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었다.
김 작가는 2016년부터 전국의 바위 문화재를 찾아 나섰다. 전통 신앙의 흔적을 사진으로 기록해 후대에 남기겠다는 다짐에서 시작해 화강암으로 조각된 장승, 마을을 수호하는 미륵, 절터에 남은 마애불까지 산속 깊은 곳과 폐가로 뒤덮인 마을을 누비며 현장을 포착해 왔다.
![]() 광주 동구 예술이빽그라운드에 마련된 ‘한국의 바위문화-전라남도’ 전시에서는 김주영 사진작가가 촬영한 바위 문화재 검오일 프린트 사진 135점을 감상할 수 있다. 박찬 기자 |
마을 주민조차 존재를 모르는 비지정 문화재, 군사 통제구역 안에 갇힌 장승, 3시간을 헤매며 모기와 가시덤불을 뚫고 찾아낸 장군바위, 폐가에 갇힌 미륵 등 각종 악조건을 뚫고 촬영해 낸 바위 문화재 사진들이 가득했다.
이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건 가슴 아픈 사연이 깃든 진도군에 새로 조성된 장성 한 쌍이다.
진도군 군내면 덕병리 덕병마을 북서쪽 용인 마을과 이어지는 ‘진산뫼들’에 화강암으로 만든 한 쌍의 바위 장성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서 있다. 2미터가 넘는 높이의 서쪽 남성상 ‘대장군’, 동쪽 여성상 ‘진제등’이다. 이 두 장성의 원작은 1989년 도난당했다고 한다. 당시 주민들은 한 쌍의 장성을 찾고자 전국을 헤매다녔지만, 끝내 찾지 못해 1993년 새로 조성된 장성이 현재에 이르게 됐다.
이처럼 김 작가는 답사를 통해 이미 사라져 존재조차 알 길 없는 바위 문화들과 시대의 핍박을 이겨내고 오늘날까지 묵묵히 제자리에 서 있는 돌장승들을 조우하게 됐다.
이 밖에도 이번 전시와 함께 출간된 전자도록 ‘남도 지킴이’에서 100점의 사진과 작가의 해설을 만날 수 있다. 벅수, 장승, 미륵, 마애불 등 7개 카테고리로 분류된 지역별 특색과 마을 주민의 구전 명칭을 반영한 설명은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이당금 예술이빽그라운드 대표는 “정국의 혼란 속 국민들을 위한 위로와 평안이 필요한 시기, 과거 백성들의 마을을 지키던 장승들을 조명하는 전시가 시의적절하게 마련됐다”며 “경제와 기술 발전 속 사람 중심의 사회가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사람의 중요성을 ‘마을 지킴이’ 장승을 통해 사유하고 상기하는 계기가 필요한 시점인 거 같아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