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6일 오전 5시 50분께 광산구 하남진곡산단로에서 시내버스에 치여 크게 다친 A(38)씨의 간호 일지에 ‘응급실 담당 전문의만 있는 가운데 전문 응급의료를 요해 전원조치 된다’고 적혀 있다. 독자 제공 |
13일 광주소방본부와 광주 광산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6일 오전 5시 50분께 광산구 하남진곡산단 고속도로에서 A(38)씨가 시내버스에 치여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직전 도로 위에 내린 눈이나 비가 얇게 얼어붙은 살얼음인 이른바 ‘블랙아이스’에 미끄러져 우측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차에서 내려 사고 부위를 확인하고 있던 A씨는 뒤따라오던 시내버스도 미끄러지면서 A씨의 탑차를 추돌한 충격으로 머리에 부상을 당했다.
이후 A씨는 오전 6시 21분께 출동한 119구급대원으로부터 병원으로 이송됐는데, 이때부터 비극이 시작됐다.
이송 전 중증도 분류체계(pre-KTAS)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동공 반응과 의식이 있다’는 이유로 교통사고에 의한 경막하출혈(뇌출혈/두부손상)의 LEVEL 2가 아닌 비응급인 LEVEL 5로 분류된 것이다.
이에 따라 A씨는 뇌수술 전문의가 없는 광산구 소재의 한 종합병원으로 이송됐다. 또 컴퓨터단층촬영(CT)을 진행했으나 발목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약 1시간이 소요되기도 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사고 발생 3시간이 지난 오전 9시30분이 되서야 광주지역 권역외상센터인 전남대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뇌간 압박이 시작된 상황이었다. 교통사고 당시 뇌출혈이었지만 조기 대처를 못해 증상이 빠르게 악화된 것이다. 결국 A씨는 1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
A씨의 아내인 B씨는 “엉망진창인 응급시스템 체계로 인해 남편은 골든타임을 놓칠 수 밖에 없었다. 교통사고 후 늦은 전원 조치로 남편을 보내야 했는데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호소했다.
사고 현장에서 A씨를 병원으로 이송한 소방 관계자는 “현장 상황과 환자 상태 등 전반적인 부분을 검토해 중증도 LEVEL 3로 판단해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이송했으나 구조일지에 LEVEL 5로 잘못 작성됐다”면서 “구급대원들은 현장의 상황과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환자를 분류하고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으나 CT 촬영 등 기계를 이용해 정밀 검사로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는 의료진의 판단과 다를 수 있다. 구급현장 활동의 한계는 있지만 이송하는 모든 환자를 다 살리고 싶고 살릴 수 있다는 희망과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의사가 없어서 제대로 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이같은 상황을 두고 특정 누군가의 책임이 아닌 사회가 함께 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영주 동신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드라마처럼 구조·구급 과정에서 중증 여부가 몇 단계인지 의사들이 현장에서 함께 판단해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이다. 권역외상센터의 경우 일반진료를 하지 않고 의사들이 직접 현장에 나와 진료를 할 수 있으나 열악한 처우 속 외상센터를 지원하는 의사 수가 적은 상황이다”며 “그렇다면 구조·구급을 하는 대원들도 능력을 키울 부분도 있을 것이고 동시에 제도적으로도 의료현장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현기·정상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