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클러 설치됐나요?” 숙박업소 ‘화재 불안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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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스프링클러 설치됐나요?” 숙박업소 ‘화재 불안감’ 고조
‘미설치’ 부천 호텔 불 19명 사상
전화·앱 통한 투숙객 문의 쇄도
“의무 설치 규정 소급 적용 필요”
  • 입력 : 2024. 08.25(일) 17:40
  •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
지난 22일 오후 경기 부천시 원미구의 숙박업소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소방대원들이 분주히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화재로 19명의 사상자를 낳은 경기 부천시 호텔 사고 당시 스프링클러가 없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광주 지역에도 오래된 10층 이하 숙박업소 건물의 경우 대부분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사건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2018년 이전에 준공된 10층 이하 숙박업소 건물에는 대부분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다.

스프링클러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배관시설에 가압된 소화수를 사방에 뿌려 진화하는 시설로, 주로 건물 천장이나 벽에 설치된다.

스프링클러 설치 기준에 따르면 의료기관과 같은 사회복지시설에 대해서는 과거에 지어진 건물이라도 건물주가 스프링클러를 반드시 설치하도록 지난 2019년 관련 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호텔·여관의 경우 1992년 소방법에 따라 11층 이상 객실에만 의무적으로 스프링클러가 설치하도록 했고, 2018년 법이 개정되면서 6층 이상 호텔·여관 전체층도 의무 설치 대상이 됐으나,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소급 적용되지 않았다.

숙박시설처럼 민간인이 운영하는 일반 시설에 대해서는 스프링클러 설치를 강제하거나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는 셈이다.

이 같은 ‘사각지대’가 화재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2일 오후 7시40분께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 한 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해 투숙객 등 7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해당 호텔 역시 2004년 준공돼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인명 피해가 컸지만, 건물주에 스프링클러 미설치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지난해 3월 광주에서도 비슷한 규모의 모텔에서 화재가 발생한 바 있다. 사고가 발생했던 모텔 역시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었고, 불은 발생 1시간30여분 만에 소방당국에 의해 진화됐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투숙객 등 9명이 당시 연기로 인해 빠져나오지 못해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매년 반복되는 스프링클러 미설치로 인한 화재 조기 진압 실패에 대해 전문가들은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규정을 앞선 건물들에도 소급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주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화재 발 생시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하면 온도에 도달했을 때 스프링클러헤드가 자동으로 열리면서 물을 뿌리기 때문에 초기에 화재를 진압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오래된 숙박업소에도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규정을 소급 적용하고 화재 발생 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근 대형화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숙박업소에 스프링클러 설치 여부를 묻고 나섰다.

서구 치평동에서 비즈니스 호텔을 운영 중인 정모(47)씨는 “화재가 발생한 직후였던 금요일부터 객실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됐는지 물어보는 이용객들이 여럿 있었다. 4년 동안 숙박업을 하면서 처음 들어본 질문이었다”며 “운영 중인 숙소의 경우 8층이라 의무 대상이 아니지만 지난해 리모델링을 하면서 스프링클러를 전체 설치한 바 있다. 전화나 앱으로 문의하는 손님들이 많아 앞으로는 홈페이지나 앱에 별도 기재해둘 생각이다”고 말했다.

여야도 모두 재발방지책으로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방안을 추진한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지난 주말 부천 화재 현장을 찾아 “특정 연도 이전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건물들이 상당히 많다”면서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하는 만큼 어떻게 해결할지 행안위를 통해 본격적으로 살피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도 “6층 이상 건축물에 화재 방지 설비는 의무화됐지만, 2017년 이전 완공 건물에 소급 적용되지 않아 화재 피해가 커졌다는 의견이 있다”며 “이 구축 건물들에 대한 화재 대책에 대해서 정부와 당이 다시 한번 깊이 논의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