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을 벗어난 독립큐레이터들 그룹 ‘오버랩’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문화일반
미술관을 벗어난 독립큐레이터들 그룹 ‘오버랩’
2015년 결성 김선영·박유영 대표
예술가·기획자 실험전 협업 지양
대표 프로그램 큐레이터 양성과정
버려진 도시 공간 예술적 조명 등
“예술씬 진단하고 대안 제시 목표”
  • 입력 : 2024. 08.25(일) 18:00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왼쪽부터 독립큐레이터 그룹 오버랩의 박유영, 김선영 대표.
“창작자는 많지만, 기획자는 없는 광주 아트씬의 기형적 구조가 눈에 들어왔어요.”

광주 남구 월산동에 위치한 오버랩(OverLab)은 ‘독립큐레이터 그룹’을 표방한다. 2015년 오버랩을 결성한 김선영, 박유영 대표는 ‘광주 아트씬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큐레이토리얼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미술관을 벗어난 큐레이터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오버랩은 큐레이터와 예술가들의 활동이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역 내 인적 인프라가 부족한 독립큐레이터의 활동을 지원 및 양성하고자 한다. 광주의 여타 갤러리, 미술관과 구별되는 특징으로 ‘큐레이터’에 방점이 찍힌 공간인 셈이다.

광주 독립큐레이터 그룹 오버랩의 활동 모습.
그 대표 프로그램이 ICC(Independent Curator Collaboration)다. ICC는 지역 내 인적 인프라가 부족한 독립큐레이터의 활동을 지원하고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공모를 통해 1년에 한 번 2~3명 정도의 참여자를 선정하고 5개월간 세미나, 비평 워크숍 등의 활동을 이어간다. 마무리 단계에서 참여자가 직접 큐레이터가 돼 작가를 섭외하고 기획전을 꾸리는 경험도 갖는다.

올해까지 ICC에 참여한 인원은 총 16명에 이른다. 눈에 띄는 가시적 성과는 ICC를 거쳐간 참여자들이 산수싸리, 장동콜렉티브, 스페이스 디디에프(DDF) 등 또 다른 독립큐레이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미술관 밖의 광주 아트씬은 한층 더 다채로워졌다.

김선영 대표는 “창작자와 함께 호흡하는 기획자들이 함께 발맞춰 성장해야 그 지역의 아트씬이 비로소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광주에는 창작자도 많고 주요 미술 무대도 많지만, 그에 반해 아이러니할 정도로 기획자가 없다. 큐레이터 양성 프로그램은 오버랩에 숙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비엔날레 등 굵직한 미술행사와 광주 거리마다 존재한 아트씬의 간극도 좁힐 필요성도 체감됐다”며 “기획자로서 다양한 예술세계를 들여다보는 것이 오버랩의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ACR(Artist Collaboration Residency)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이는 광주 출신 예술인과 필리핀 바콜로드 출신 예술가들을 서로 교환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다. 참여작가들은 두 도시에 대한 리서치를 기반으로 다양한 공동 예술활동을 이어가며 그 결과로 결과보고전를 치른다. 도시의 공간성을 예술적 활동으로 조망하고 아카이빙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오버랩의 목적인 ‘큐레이토리얼’ 활동에 부합한다. 이 프로그램은 올해 운영 10주년을 맞이해 올해 10월 말 전시를 앞두고 있다.

광주의 버려진 공간 일신방직, 전남방직, 광주교도소 등을 예술적 기록 차원에서 접근한 활동도 눈에 띈다. 오버랩은 지난 2022년 광주의 근대산업유산인 전남방직과 일신방직 부지에 대한 여러 사회적 이슈 속 ‘공장’을 주제로 한 웹 전시 ‘도시직조 WeavingLab.’을 선보였다. 장소의 역사성을 돌이켜보고, 일부 사라질지 모를 공간과 삶에 대한 기억 그리고 새로운 미래의 동력을 모색하기 위한 다양한 가능성을 담은 전시였다. 앞으로도 광주의 공간을 예술적으로 조명하고 탐구하는 여러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광주의 독립큐레이터 그룹 오버랩.
큐레이터 조직으로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여전히 과제다. 광주화단의 독립큐레이터에 대해 아카이빙 작업을 최근 시작한 이유다. 사라진 광주에서 독립큐레이터가 언제 시작됐는지, 사라진 단체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현존하는 단체는 무엇인지, 이들의 실태는 어떤지 조사해 책으로 엮는 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애초에 유목적 활동을 이어오다 지리적으로 미술 인프라가 전혀 없는 월산동에 자리를 잡은 이유는 백지와 같은 공간에서 독립큐레이터의 정체성을 쌓고 싶어서였다”며 “21세기 큐레이터 역할은 이미 다양해지고 있다. 광주의 여러 이슈를 읽어내고 미술과 연결시키는 실천적 활동을 통해 광주 예술씬 안에서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