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류기준>복숭아 탄저병 ‘비상’, 기후 재난 근본 대책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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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류기준>복숭아 탄저병 ‘비상’, 기후 재난 근본 대책 시급하다
류기준 전남도의원
  • 입력 : 2024. 08.19(월) 18:22
류기준 전남도의원
화순 지역 복숭아 재배 농가가 탄저병 확산으로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계속되는 집중호우로 전남 최대 복숭아 주산지인 화순군의 거의 모든 농가가 탄저병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으며, 올해 5월 평년보다 빨리 복숭아 탄저병이 확인되면서 농가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숭아 탄저병은 6~7월 열매 성숙기와 수확기 그리고 비 온 뒤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 발생하고 빗물에 의한 감염 전파가 빨라 즉시 방제가 필요하지만, 일단 발병 시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빨리 번져서 한 해 농사를 포기하게 만드는 무서운 병이라고 할 수 있다.

전남농업기술원과 화순군이 농촌진흥청과 함께 농가에서 현장 컨설팅을 추진하며, 과원 환경 분석, 탄저병 발생 예찰 등 탄저병 피해 최소화를 위한 기술 지원은 하고 있지만, 탄저병에 대한 특별한 예방과 처방이 없어 농민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매년 발생하는 피해가 과실의 생산량 감소, 품질 저하로 이어져 농가 소득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 7월 제383회 임시회 전남농업기술원 업무보고 시 ‘복숭아 탄저병에 대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문한 데 이어 관계 공무원들과 함께 화순 복숭아 농장으로 달려가 탄저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을 위로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기후변화는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다. 이에 되풀이되는 병충해 발생 양상을 예측해 재배 매뉴얼 및 방제 기술을 적극 개발해 농가에 보급해야 한다. 아울러 품종 및 수종 개량 등을 통한 선제적인 대응으로 농가의 소득을 보전하는 방안도 고려해 봐야 한다.

이날 농민들은 방치된 미관리 과원(果園, 과수원)에 대한 폐원 지원도 호소했다.

방치된 과원은 아무도 관리하지 않아 전염병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 병충해가 인근 과원에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농가에서 폐원을 원해도 비용 부담 때문에 못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폐원 농가에서 대체 과수를 심는 경우도 있지만 이마저도 신규 투자 여력이 있는 농가들에나 가능한 선택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한목소리를 낸 것은 이상기후로 인해 과수 병해충이 매년 증가하는 데 반해 농작물재해보험의 보상 수준이 현실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탄저병과 같은 병충해의 경우 자연재해로 분류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재해보험 가입조차 안 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최근 22대 국회 들어 처음으로 열린 토론회에서도 ‘농어업 재해대책 및 농작물 재해보험 개선 과제’에 대한 논의 중 작물별·지역별 특성이 농작물재해보험에 반영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지난해 농식품부는 제1차 농업재해보험 발전 기본계획(2023∼2027)에 따라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증가하는 것을 고려해, ‘자연 재해성 병충해’ 등도 포함해 농작물재해보험 보상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탄저병의 재해보험 적용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정부의 신중론이 기후변화 속도에 못 미치는 게 아닌지, 그리고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다만, 보험상품 개발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애타는 농민들을 위한 정부의 과감하고 신속한 정책적 결단과 지원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과학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인력으로 막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자연재해다. 자연 재해를 막을 수는 없지만 재해로 인한 농가의 피해는 보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기후 위기 대응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농민들에게 이상기후는 1년 농사의 성패를 넘어 생존 문제를 위협하는 전면전과 다름없듯이, 정부와 지자체는 기후 재난 최전선에 있는 농민들을 위한 정책과 제도를 짚어보며 이들이 기후 재난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