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김도영, 광주동성고 선후배 “장군멍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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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김도영, 광주동성고 선후배 “장군멍군”
양, 올 시즌 개인 두 번째 완투승
김 ‘내추럴 히트 포 더 사이클’
1만3480일만에 동시 기록 달성
  • 입력 : 2024. 07.24(수) 16:10
  •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
KIA타이거즈 양현종(오른쪽)과 김도영이 지난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NC다이노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리그 시즌 10차전에서 37년 만에 완투승과 사이클링 히트를 동시에 달성한 뒤 기쁨을 나누고 있다. KIA타이거즈 제공
광주동성고 선후배 양현종(36)과 김도영(20)이 KBO 리그 역사상 두 차례밖에 없던 대기록을 합작했다. 양현종은 완투승, 김도영은 사이클링 히트로 37년 만의 동시 달성 주인공이 됐다.

KIA타이거즈는 지난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NC다이노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리그 시즌 10차전에서 8-1 완승을 거뒀다. 이날 선발 투수로 나선 양현종은 9이닝을 4피안타(1피홈런), 1실점으로 틀어막으며 무사사구 완투승의 주인공이 됐다.

양현종의 완투승에 광주동성고 후배 김도영이 힘을 보탰다. 김도영은 1회말 내야 안타를 시작으로 3회말 2루타, 5회말 3루타, 6회말 홈런을 차례로 뽑아내며 사이클링 히트를 넘어 내추럴 사이클을 만들어냈다.

완투승과 사이클링 히트가 동시에 나온 것은 1982년 삼성라이온즈 성낙수-오대석, 1987년 빙그레이글스 손문곤-이강돈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무려 1만3480일 만의 대기록.

KIA타이거즈 양현종이 지난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NC다이노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리그 시즌 10차전에서 9이닝 1실점으로 완투승을 완성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KIA타이거즈 제공
양현종은 이날 경기 후 “직전 선발 등판은 기억에서 지웠다. 이미 지난 일이기 때문에 이번 등판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초반부터 타자들이 점수를 잘 뽑아준 덕분에 긴 이닝을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도영도 “사이클링 히트를 의식은 했다. 의식했지만 타석에서 더 침착하게 신경 써야 할 부분만 생각했다”며 “제 존만 생각하고 제 존에만 반응하자고 주문했는데 기록이 나왔다. 오늘은 딱 그런 날이었던 것 같다. 운명적인 그런 날”이라고 경기를 복기했다.

대기록을 쓰기까지 이들 모두 고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양현종은 이번 주 두 차례 등판을 소화해야 하고, 6회초에는 서호철에게 만회 솔로포를 내주기도 했다. 김도영은 두 번째 타석에서 3루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주루 판단 미스로 2루에 멈추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양현종은 “정재훈 투수 코치가 일요일에 등판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 던지는 게 좋겠다고 했지만 8회에 던질 거면 차라리 9회까지 던지면서 불펜 투수들이 휴식을 취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며 “주자가 나가면 교체하겠다고 딜을 했는데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고 말했다.

김도영도 “두 번째 타석에서 3루를 갈 수 있었고, 갔어야 하는 상황인데 못 가면서 점수가 못 났다”며 “계속 아쉽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세 번째 타석에서는 처음부터 3루를 가겠다는 생각으로 전력 질주했다”고 설명했다.

KIA타이거즈 김도영이 지난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NC다이노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리그 시즌 10차전 6회말 좌월 홈런을 때리며 내추럴 사이클을 달성한 뒤 포효하고 있다. KIA타이거즈 제공
대기록을 쓴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감이다. 양현종은 공격적인 투구를 무기로 상대 타선을 적극적으로 공략했고, 김도영은 자신이 설정한 존에 집중하며 팀을 위한 타격에 힘을 쏟았다.

양현종은 “공격적으로 투구를 해야 야수들이 수비하는 시간도 줄고 상대 투수들이 쉴 시간도 줄어든다”며 “최대한 템포를 빠르게 공격적으로 투구했고, 공격이나 수비에서 운도 많이 따랐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도영도 “세 번째 타석에서 감이 너무 좋아서 사이클링 히트를 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야구 인생 최고의 날이지만 앞으로 더 좋은 날을 만들어야 한다”며 “하루하루 팀 승리에만 신경 쓰니까 기복 없이 꾸준히 안타를 치는 것 같다. 지금처럼 팀에 필요한 것만 신경 쓰겠다”고 다짐했다.

광주동성고 선후배 관계인 이들은 이날 대기록의 가치를 두고 서로를 더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양현종은 김도영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돌리고, 김도영은 양현종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현하는 모습이었다.

양현종은 “저는 인터뷰를 안 할 거라 생각했다”며 “도영이가 워낙 좋은 기록을 세웠고 또 워낙 잘했다. 팀에 도움도 많이 됐다. 저보다는 도영이가 인터뷰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쑥쓰러워했다.

김도영도 “항상 양현종 선배님 등판에는 더욱더 집중하려고 한다. 수비에서도 실책을 안 하려고 한다”며 “타격에서 올해 제가 도움을 드린 적이 없어서 뭔가 해드리고 싶은 느낌이 컸다. 오늘은 뭔가 해내서 승리에도 기여한 것 같아서 굉장히 행복하다”며 미소 지었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