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T㈜, 방사선 피폭량 95% 줄인 엑스레이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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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T㈜, 방사선 피폭량 95% 줄인 엑스레이 개발
초저선량 휴대용 엑스레이 ‘마인’ ||건강취약 아동·임산부·환자 적합 ||1.8㎏ 휴대성 좋고·충전 편리 ||기준 규격 없어 상품화까지 4년||美·中·유럽 등 특허·수출 확장세
  • 입력 : 2021. 06.10(목) 16:00
  • 곽지혜 기자

오준호 HDT㈜ 대표.

몸이 아파 내과, 정형외과, 치과 등 병원을 찾으면 각 부위별로 엑스레이 촬영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순간 내 몸에 영향을 미치는 방사선 피폭량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아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질병관리청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엑스레이와 CT(컴퓨터단층촬영) 촬영 등 진단용 의료방사선 검사 건수는 2016년 3억1227만9177건에서 2019년 3억7414만8371건으로 4년 사이 2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연간 의료방사선 피폭선량 역시 2019년 기준 2.42mSv(밀리시버트)로, 미국 1.88mSv, 유럽연합 36개국 평균 0.97mSv를 넘어섰다.

1회 촬영만으로 따진다면 미미한 수치일 수 있지만, 병원에서도 임산부나 영·유아의 엑스레이 촬영에 신중을 기하는만큼 주의해서 나쁠 것 없는 것이 방사선 노출이다.

광주 기업인 HDT㈜가 자체 특허 기술을 바탕으로 기존 장비보다 방사선량과 크기를 대폭 줄인 초저선량 휴대용 엑스레이를 개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각 선별진료소 등에 휴대용 엑스레이가 도입되며 차폐시설이 없는 현장에서 방사선 노출을 막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 더욱 주목받고 있다.

HDT에서 개발한 초저선량 포터블 엑스레이 '마인' 시리즈.

● '사람' 위한 고민, 피폭량 95% 줄여

지난 2011년 설립된 의료·산업기기 제조 기업인 HDT㈜에서 특허 개발한 포터블 엑스레이 '마인(MINE)'의 가장 큰 차별점은 방사선에 의한 피폭수치를 획기적으로 줄인 것이다.

기존에 사용되던 엑스레이가 대부분 0.05~0.1mSv의 방사선 피폭량을 가졌다면, 마인은 0.0025mSv 이하로 95% 이상 피폭량을 줄였다. 이는 자연상태 방사선량과 비슷한 수준으로 방사선에 취약한 아동이나 임산부, 환자에게 사용하기 적합하다.

카메라 같은 모양의 '마인'은 기존 엑스레이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1.8㎏이라는 무게로 휴대성을 극대화 시켰다. 충전방법도 휴대폰 충전과 동일한 C-타입으로 충전이 가능하며 한번 완충시 300회 이상 촬영이 가능하다.

오준호 HDT 대표는 "치과 쪽에서 일하던 중, 물론 진료에 필요해서 였지만, 많은 환자들이 참 쉽게 엑스레이를 찍는 것을 지켜봤다. 방사선 피폭량에 대한 고민이 깊어짐과 동시에 방사선이 나오지 않는 엑스레이를 만들 수는 없을까하는 생각에서 개발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창업 과정에서의 현실적인 어려움도 초저선량 엑스레이 개발에 힘을 더했다. 오 대표는 "엑스레이를 제조하려면 차폐실부터 설치팀까지 많은 인력과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에 작게 만들어서 출장을 가서 설치할 필요도 없고, A/S도 택배로 받아볼 수 있는 엑스레이를 만들어보자고 마음 먹었다"며 "규격 자체가 없는 제품이다보니 기술 개발 이후에도 상품화까지 꼬박 4년이 넘게 걸렸다"고 말했다.

피폭량을 줄인다는 것은 쉽게 설명해 피부에 영향을 주는 파장을 줄이고 필터링 과정을 더한 것으로 HDT만의 특허 기술이다.

기존 엑스레이가 피폭만 시켜버리면 끝나는 아날로그 방식이었다면 현재 마인 시리즈 중 가장 최근에 출시된 '마인 올뉴'의 경우 특정 부위를 촬영하도록 설정하면 다른 부위를 비추거나 촬영 조건이 알맞지 않으면 촬영 자체가 불가하도록 하는 안전장치도 적용됐다.

HDT에서 개발한 포터블 엑스레이 '마인'은 1.8㎏으로 별도의 차폐실 없이도 간편하게 촬영이 가능하다. 오준호 대표가 마인2를 이용해 엑스레이 촬영을 시연하고 있다.

● 1.8㎏ 휴대성 '강점' 선별진료소 '장악'

'마인'의 획기적인 차별성에도 불구하고 병원 등에서 오랜기간 사용되던 기존 엑스레이를 밀어내고 휴대용 엑스레이가 자리를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납품에 어려움을 겪던 시점에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잠식하며 휴대용 엑스레인 '마인'도 함께 주목받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초기 진단키트 등이 활성화되지 않았을 때 의심 환자들의 흉부 촬영이 필요했고, 차폐실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촬영해야 하는 고선량 엑스레이와는 다르게 '마인'은 차폐막과 영상출력 장치(카메라), 엑스선발생 장치(디텍터)만 있으면 어느 곳에서도 바로 촬영을 할 수 있었다.

지난해 2월 서울시 보건소 산하 선별진료소에 100% 납품이라는 쾌거를 이루고 국군병원 선별진료소, 한국결핵협회 등 다양한 기관에서 '마인'을 도입, 현재는 국내 산부인과, 소아과, 내과, 이비인후과 등에서도 흉부나 성장판을 촬영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오준호 HDT 대표는 "특히 소아과나 산부인과에서 반응이 좋은 편이다. 아무래도 아이들과 관련된 부분이다 보니까 실제로 병원을 찾는 부모님들이 병원에 저선량 엑스레이에 관한 문의를 많이 한다는 걸 알고 있다"며 "납으로 쌓여 차가운 느낌의 차폐실에 아이들을 홀로 두지 않고도 진료실에서 바로 촬영할 수 있다"고 전했다.

오준호 HDT 대표가 AI가 접목된 엑스레이 개발 제품에 대한 시연을 하고 있다.

● "국내 의료기기 산업 발전에 앞장"

HDT의 포터블 엑스레이는 국내를 넘어 47개 이상의 국가에서 안전성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미국과 유럽, 러시아, 중국 등지에서 특허를 취득한 뒤 인증 과정 절차를 밟는 중이다.

특히 마인 1, 2 등 이전 시리즈가 기존의 대형 엑스레이 장비의 대체 장비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다면, 올해 새롭게 출시된 '마인 올뉴'부터는 단순히 엑스레이만 찍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체온부터 산소포화도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능들이 추가됐다.

최근에는 국제보건기구(WHO)와 시드니대학의 오세아니아주 의료 소외 지역인 키리바시 지역민들의 건강 진단 등을 위한 연구사업과 관련해 '마인'을 사용하는 내용으로 WHO와의 협약을 진행하고 있다.

또 강원도 스마트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사업에 참여, 현재 실증 단계가 거의 막바지에 다른 만큼 임시허가를 획득하면 더욱 폭넓은 사업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엑스레이가 대부분 미국, 일본 등의 제품으로 국산화 과정에서도 핵심 부품만 들여와 외형을 바꾸는 형태로 만들어 냈다면, HDT는 원천기술부터 세계 특허를 내고 제품을 생산하는 등 계속해서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다.

대표적으로 엑스레이를 여러 각도에서 촬영해 이를 입체적으로 재구성한 단면 영상인 CT의 경우 지금까지 장시간 촬영했던 것에 '순간CT'를 적용해 단시간에 촬영, 역시 피폭량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또 기존에 엑스레이 파장을 늘려 밀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컬러를 나타냈다면, 연조직이나 뼈 등 신체 각 부분마다 다른 밀도에 파장을 특화시켜 컬러로 영상을 만들어내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오준호 HDT 대표는 "앞으로 코로나를 제외하더라도 호흡기 질환이 증가될 추세라 더 많은 국가와 기관에서 안전하지만 편리하고 품질이 보증된 제품을 찾으리라고 본다"며 "엑스레이 뿐만이 아닌 의료기기 시장 전체의 확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미국과 일본 등 의료기기 산업의 종주국을 뛰어넘는 회사로 거듭나고 싶다"고 밝혔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