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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라의 현대미술 산책
조사라의 현대미술 산책 1>
◇ 현대미술의 결정적 순간들||전통 회화 규칙 해방…현대미술의 시원 인상주의||“작가 아이디어 중요” 뒤샹 개념미술의 아버지
  • 입력 : 2020. 04.05(일) 16:35
  • 편집에디터

클로드 모네 '인상, 해돋이(1872)' 마르모탕 미술관 제공

제 13회 2020광주비엔날레가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세계 3대 비엔날레 중 하나인 광주비엔날레는 지난 25년 간 최첨단 현대미술 흐름과 경향을 선보이며 광주 지역 뿐 아니라 국내 미술계의 예술적 저변을 넓혀 왔다. 반면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난해하다는 비판적인 평가 또한 만만치 않았다. 현대미술의 난해함은 낯섦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 자주 보고, 자주 읽고, 자주 접해보면 현대미술이 어느새 친숙해지지 않을까?

본보에서는 제13회 광주비엔날레를 앞두고 전문가 칼럼을 통해 현대미술과 보다 친해지는 자리를 마련했다. 현대미술의 기원과 현상들, 주요 작품들을 격주에 한 차례 만나보면서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현대미술의 효용성을 체험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편집자 주〉

개인의 삶이나 사회나 변화의 지점이 있다.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이 펼쳐지는 것. 예고 없이 찾아온 손님처럼 당혹스럽지만, 이후 미세하게 균열이 발생하고 견고했던 세계가 파각되기 시작한다. 바로 결정적 순간들이다.

나에게 있어서 그런 순간은 언제였을까? 글을 쓰는 직업을 갖게 됐을 때? 서른 줄에 미술이론 공부에 들어설 때부터? 아니면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의 한 찰나일지도 모른다.

관점에 따라 결정적 순간들은 다른 양상을 지닌다. 매체이론 시각에서 보면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에서 시작되어 영화, 텔레비전, 개인용 컴퓨터, 스마트폰 등으로 이어지는 매체의 등장 때마다 인류의 일상과 문화는 확장되었다. 산업 발달과 구조 측면에서는 18세기 후반 1차 산업혁명부터 오늘날 4차 산업혁명까지를 변화의 지점으로 구분 짓는다.

그렇다면, 현대미술에서 '터닝 포인트'는 언제로 볼 수 있을까?

19세기 중반 사진기의 발명은 현대미술이 발아하는 계기가 된다. 당시까지만 해도 예술은 실재의 재현이었다. 그런데 사진기는 인간보다 모방 능력이 탁월했다. 초상화를 그리며 생계를 이어가던 화가들에게 타격이 아닐 수 없었다. 이에 예술가들은 수 백 년 간 이어져 온 형태와 색채의 묘사라는 관습에서 벗어나고자 분투하게 된다. 원근법과 명암법 등 르네상스 회화 규칙에서의 해방은 필연적인 과제가 셈이다. 그 전위적인 실험의 출발점이 우리들에게 익숙한 19세기 말 인상주의이다.

클로드 모네(Claude Monet)와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 등 인상주의 화가들은 빛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사물의 인상을 담고자 이젤을 들고 야외로 나갔다. 클로드 모네의 <인상, 해돋이>(1872)는 붓 터치가 휘갈기듯 짧고 거칠다. 빛과 날씨에 따라 끊임없이 달라지는 색채를 빠르게 포착하기 위해서였다. 현대미술의 두드러진 특징인 추상 경향 또한 엿보인다. 1874년 첫 인상주의 전람회에 선보여진 <인상, 해돋이>는 그동안 고수되어온 회화적 전통에서 벗어났기에 악평 세례를 받았다. 하지만 이 작품으로 <인상주의>라는 사조 명칭이 생겨났다. 이렇게 시작된 현대미술은 150여 년의 긴 항해를 이어가며 오늘날에 이르게 된다.

여기에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출현으로 현대미술에 '개념'이 더해진다.

뒤샹은 대량 생산된 남성용 소변기에 욕실용품 제조업자 이름인 'R. Mutt'와 당시 년도인 '1917'이라는 서명과 함께 <샘>이라 제목을 붙이고 도발적이고 뻔뻔하게 뉴욕의 한 전시장에 출품했다. 현대미술의 혁명을 예고하는 결정적 순간이었지만, 뒤샹의 야심찬 시도는 논란을 일으켰고 한동안 활동을 접게 된다. 추후 시간이 흘러 1960년대 작가의 창조적인 과정과 아이디어가 중요시되는 개념미술이 대두되면서 마르셀 뒤샹은 그 시초로 인정받는다. 현대미술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관람자는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요소 이외에 작품 안에 내재된 작가의 메시지와 관념들을 해독해야할 상황과 마주하게 되었다. 미국 평론가 크레이그 오웬스(Craig Owens)가 말한 '언어의 분출'처럼 미술이 무수한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이다.

1860년대 인상주의 태동 이후 현대미술은 생명체처럼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지금 어디선가 현대미술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혁신의 씨앗이 움트고 있을지 모른다. 이 또한 미술의 역사가 말해주듯 수 십 년 혹은 수 백 년이 흐른 뒤에 정당한 평가를 받게 될 지도….

조사라

- 미술학 박사·(재)광주비엔날레 재직

- '현대미술 현장 리포트-창작, 교육 그리고 도시', '동시대 미술 채집하기-광주미술 현장 비평집' 등 저서

마르셀 뒤샹 '샘(1917)' 퐁피두센터 홈페이지 제공

조사라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