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극단, 체호프 사실주의 걸작 '세자매'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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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립극단, 체호프 사실주의 걸작 '세자매' 공연
광주문예회관 소극장… 21~23일 총 4회 무대||세기말 러시아 변방의 지식인들 음울함 담아내||체호프식 유머… 대사·행동 줄이고 말줄임표 늘려
  • 입력 : 2019. 11.12(화) 17:08
  • 최황지 기자

광주시립극단은 제 14회 정기공연으로 안톤 체호프의 '세자매'를 오는 11월 21일~23일 사흘간 광주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광주문화예술회관 제공

러시아의 대문호 안톤 체호프의 4대 희곡 중 하나인 '세자매'가 무대에 오른다.

광주시립극단은 제 14회 정기공연으로 체호프의 '세자매'를 오는 21일~23일 사흘간 광주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마련한다.

사실적인 서사로 리얼리즘 연극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세자매'는 체호프의 4대 희곡 '갈매기', '바냐 아저씨', '벚꽃동산'과 더불어 그의 대표작 중 하나다. 1900년에 집필돼 이듬해 모스크바 예술극장 초연됐으며 현재까지 연극, 영화, 드라마 등으로 제작된 걸작이다.

줄거리는 19세기 말 제정 러시아 변방의 외딴 소도시에서 살고 있는 쁘로조로프가의 세 자매 올가, 마샤, 이리나에 대한 이야기다. 군인이었던 아버지가 죽은 뒤 세 자매와 이들의 오빠 안드레아는 고향인 모스크바로 돌아가는 것을 갈망한다. 그러나 작은 시골마을에서 그들은 11년 동안 답답하고 지루한 일상을 살아간다.

세 자매의 각기 다른 캐릭터도 서사에 재미를 더한다. 첫째 올가는 과중한 업무에 지쳐있으며, 둘째 마샤는 권태로운 결혼생활에 답답함을 느낀다. 셋째 이리나는 희망 없는 직장생활에 지루함을 느끼는 인물이다.

세 자매가 모스크바로 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던 오빠 안드레이는 속물인 나타샤와 결혼하면서 세 자매의 꿈은 점점 멀어진다. 나타샤는 점점 교묘하게 집을 장악하며 세 자매와 대립한다.

체호프는 이 희곡을 통해 세기 말에 적응하지 못하는 나약한 당시 러시아 중산층의 무기력하고 음울한 삶을 그렸다. 이 과정에서 세 자매를 둘러싼 주변인들의 꿈과 이상, 사랑과 배신과 좌절이 절절히 담겼다.

회색빛을 담은 연극이지만 희망도 녹아있다. 연극은 좌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도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관람객에게 질문하며 삶의 일상과 생의 진실을 발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체호프식 코메디는 '관조'다. 이번 연극에는 총 592회 말줄임표가 등장한다. 행동과 대사 위주의 서사에서 공백 위주로 줄거리를 진행하며 등장인물간 욕망이 충돌하는 모습을 긴장감 있게 표현한다. 관람객은 무대 위 침묵을 제 3자의 입장으로 바라보며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연극은 광주시립극단 김지훈가 연출을 맡았고, 양선영, 박예진, 조윤정, 정이형, 한중곤 등 18명의 배우들이 출연해 열연을 펼친다.

목·금요일엔 오후 7시 30분, 토요일에는 오후 3시와 7시30분으로 사흘간 총 4회 공연되며 14세 이상 관람가다. 티켓은 전석 1만원(학생50%)으로 광주문예회관 홈페이지에서 예매가능하다. 문의는 전화(062-511-2759)로 하면 된다.

한편 광주시립극단은 매해 하반기 작품으로 고전 명작을 선보이며 큰 호응을 얻었다. '나의 살던 고향'(2014·2018/숀튼 와일더 원작), '닥터 지바고'(2015/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추문패거리'(2016/리차드 셰리던) 등을 공연했다.

광주문화예술회관 제14회 정기공연 '세 자매'. 광주문화예술회관 제공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