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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노루목)적벽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물이다. 물이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다. 논이든, 밭이든 매한가지다. 지금도 그렇지만, 하늘에 의지해 농사를 짓던 시대에는 더욱 그랬다. 바가지라도 이용해 물을 퍼야 했다. 그 시대에 수차(水車)에 눈을 돌린 학자들이 있었다. 석당 나경적(1690-1762)이다. 나경적은 물의 힘으로 회전날개를 돌려 물을 끌어올리는 자전수차(自轉水車)를 생각해냈다. 오늘날의 양수기이다. 전해지는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그 실체를 정확히 알 수 없을 뿐이다. 규남 하백원(1781-1844)도 있다. 문헌을 통해 수차의 구조를 익힌 하백원은 수차보다 한 수 위인 자승차(自升車)를 개발했다. 사람이나 가축의 힘에 의지하지 않고, 아래에 있는 물을 자동으로 끌어올리는 신식 양수기인 셈이다. 흐르는 물을 통에 넣어 회전날개를 돌리게 하고, 그 힘으로 피스...
편집에디터2019.07.04 14:16순천만습지 갈대밭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교량마을. 집도 대부분 한옥으로 이뤄진, 한옥마을이다.집집마다 꽃밭인 정원을 갖고 있다. 집안이 비좁은지, 꽃이 집밖에까지 나와 있다. 골목마다 꽃밭이고 정원이다. 가정정원이고, 골목정원이다. 가정정원이 모여 마을까지 꽃밭이 됐다. 아름다운 마을정원이다.순천만습지 갈대밭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교량마을이다. 집도 대부분 한옥으로 이뤄진, 한옥마을이다."밖에 나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았어요. 남편이 밖에 같이 나가자고 할 때마다 손사래를 쳤더니, 동행하면 화분을 하나씩 사주겠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시작이었어요. 화분 하나씩 갖다가 집안에 놓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죠."개인정원을 꾸미는 데 푹 빠진 마을주민 박경숙(67) 씨의 말이다.잔디가 깔린 박 씨의 집 마당에는 수많은 화분이 놓여 있다. 100개도 넘는 화분에는 데이지, 백합, 송...
편집에디터2019.06.20 13:55몽돌해변과 송이도항 한낮의 날씨가 덥다. 벌써 한여름이다. 자연스레 시원한 숲과 바다가 그리워진다.서해안에 떠있는 섬으로 간다. 하얀 몽돌 해변이 아름다운 섬이다. 바닷물이 빠지면 드넓은 펄이 드러나 바지락과 동죽, 백합, 맛을 채취할 수 있다. 해넘이도 황홀경을 연출한다. 고단한 일상 잠시 내려놓고 편히 쉴 수 있는 섬이다. '굴비의 고장' 전라남도 영광에 딸린 송이도다.송이도는 널리 알려진 관광지가 아니다. 아니, 오랫동안 교통편이 좋지 않았다는 게 적절한 표현이겠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송이도에 가려면 홍농 계마항에서 배를 탔다. 여객선이 하루에 한 번밖에 다니지 않았다. 들어가면 하룻밤을 묵어야 했다. 당일치기 여행이 불가능했다.배 시간도 물때에 따라 들쑥날쑥했다. 어떤 때는 오전에, 물때에 따라 오후에 들어가기도 했다. 주민들의 불편이 컸다. 배편이 번거로운 탓에 외지인...
편집에디터2019.06.06 14:58동백파마벽화핫 플레이스(hot place)다. 지나는 차마다 멈춰 선다. 사람들이 내리고, 담벼락의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차들이 오가는 도로변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신안군 암태면 기동삼거리에 그려진 '동백 파마 벽화' 앞에서다.암태도의 '동백 파마 벽화'가 뜨고 있다. 열기가 요즘 한낮의 날씨만큼이나 강렬하다. 동백꽃 파마의 주인공은 이 마을에 사는 손석심(78) 할머니와 문병일(77) 할아버지 부부다. 벽화가 그려진 집은 어르신들이 사는 집이다.벽화를 멀찌감치 떨어져서 보면, 파마머리를 한 평범한 어르신들의 모습이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나무를 배경으로 그려진 인물이다. 기발하다는 생각에, 절로 웃음을 짓게 된다.벽화는 집안에 있는 애기동백나무(산다화) 두 그루를 머리로 삼아 벽에 두 사람의 얼굴을 그렸다. 동백꽃이 활짝 핀 봄엔 꽃으로 파마머리를 한 형상이...
편집에디터2019.05.29 10:47낙월소재지 풍경영광 낙월마을낙월도(落月島)로 간다. 낙월도는 전라남도 영광군 낙월면에 속한 섬이다. 안마도, 송이도보다 작은 섬이지만 면의 소재지다. 면적이 128만㎡. 상낙월도와 하낙월도로 나눠져 있는데, 두 섬이 다리(진월교)로 연결돼 있다. 달이 지는 섬이라고 '진달이 섬'이라 불렸다.신라와 당나라의 나·당연합군에 의해 백제의 운명이 다할 무렵의 이야기다. 백제의 왕족이 배를 타고 바다로 피신했다가 항로를 잃고 헤맸다. 그때 달이 섬 뒤로 졌다고 '진달이'라 했다는 설이 전해진다.다른 얘기도 있다. 법성포에서 보면, 이 섬 위로 달이 지는 모습이 바다로 달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섬의 생김새가 지는 달처럼 생겼다고 '진달이'라 했다. 여하튼 달과 연관되는 낭만적인 섬이다.낙월도로 가는 배를 영광군 염산면 향화도항에서 탄다. 포구에 높이 111m의 칠산타워가 세워져 있다...
편집에디터2019.05.09 15:03당리에서본 도청항. "중학교 2학년 때였어요. 청산도의 학교에서 처음으로 수학여행을 갔는데요. 학부모들의 반대가 심했죠. 보리를 베야 할 농번기인데, '일꾼'인 학생들을 데리고 육지로 놀러 간다고요. 교장 선생님이 학부모들을 설득한 끝에 수학여행을 갈 수 있었는데, 그때 도청항에서 배를 탔죠."완도 청산도 도청마을에서 나고 자란 김병국(51) 씨의 말이다. 그의 수학여행지는 해남과 목포였다. 완도읍에서 버스를 타고 두륜산 대흥사를 거쳐 유달산 조각공원에 들렀다. 대흥사 대웅보전 앞과 유달산 조각공원에서 찍은 단체 사진이 그때를 떠올려 준다."그때 기억이 생생합니다. 처음으로 육지에 나간 친구들이 있었는데요. 차창 밖으로 지나는 기차를 보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기차다!' 하면서 환호성을 질렀거든요. 수학여행 가서 본 목포는 별천지였죠."김 씨의 기억 저편에 남아있는 학창시...
편집에디터2019.04.25 13:12백범김구 은거기념관 원경 삼일절에 이어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았다. 김구 선생이 떠오르는 이유다. 백범 김구(1876-1949)는 조국의 완전한 독립과 통일을 위해 한 평생을 바쳤다. 우리 겨레의 큰 스승으로 통한다.김구는 1894년 동학농민전쟁 때 선봉에 섰다.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다'고 믿었다. '아기 접주'라는 별명을 얻었다. 교육자로서 애국 계몽운동도 펼쳤다. 신민회 사건에 연루돼 15년 형을 선고받고, 4년 간 옥살이도 했다.1919년 3·1운동 이후 중국 상하이에 임시정부가 들어서자 '문지기'를 자처했다. 경무국장을 맡았다. 이어 국무령, 주석으로 일하며 항일에 앞장섰다. 한인애국단을 조직, 일제의 심장에 비수를 꽂은 이봉창·윤봉길 의거를 주도했다. 한국광복군을 창설, 미국·영국 등 연합군과 공동작전도 폈다.해방이 되자 11월 조국에 돌아와 신탁통치 ...
편집에디터2019.04.11 10:45회사정.하미술관.하미술관.육우당-한석봉글씨.죽림정(연주현씨 종가).왕인 초상.왕인동상-왕인유적지.약무호남시무국가 비.상대포.마을길.마을길.국사암-도선설화.도기박물관-조성남전시.도기박물관.3.1만세 기념탑.봄과 '밀당'을 하던 꽃샘추위가 물러났다. 이내 완연한 봄이다. 움츠러들었던 봄꽃들이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다사로운 봄의 기운이 금세 골목까지 파고들었다. 매화, 산수유, 동백꽃에 이어 벚꽃이 피고 있다. 까칠하던 가로수에도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흙담 아래에선 수선화가 노란 미소를 짓고 있다. 봄까치, 광대나물, 민들레도 제 세상을 만났다. 황량하던 텃밭도 초록의 옷으로 바꿔 입고 있다. 고샅을 걷는 발걸음이 봄볕에 취해 하늘거린다.국립공원 월출산이 품은 영암 구림(鳩林)마을이다. 2200년의 역사를 지닌 전통의 한옥마을이다. 세월의 더께가 묻어나는 고목과 청태 낀 기왓장의 ...
편집에디터2019.03.27 13:21김철동상과 임정청사 삼일절 100주년을 맞았다. 우리 지역의 관련 시설을 둘러본다. 독립운동가의 혼이 살아 숨 쉬는 데가 의외로 많다. 백범 김구 선생과 엮이는 광주 백범기념관과 보성 쇠실마을이 있다. 안중근 의사를 모신 유일한 사당인 해동사가 장흥에 있다. 함평에는 독립운동가 일강 김철 선생을 기리는 기념관이 있다.그 가운데 한 곳, 일강 김철 선생 기념관이 있는 함평군 신광면 함정1리 구봉마을로 간다. 구봉산의 아홉 개 봉우리가 다소곳이 감싸고 있는 마을이다. 흥성 장씨가 처음 들어온 뒤 최씨, 강씨, 김씨가 들어와 살았다. 수십 년 전에는 100여 명이 살면서 북적거렸지만, 지금은 20여 가구 30여 명이 오붓하게 살고 있다. 주민 대부분은 마을에 있는 구봉교회에 다니고 있다."구봉산에 금강송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요. 물이 마르지 않고, 물맛도 좋고. 명산입니다. 등산로도...
편집에디터2019.02.27 14:37한국가사문학관 이돈삼 / 여행전문 시민기자, 전라남도 대변인실'담양'을 가리키는 수식어가 많다. 먼저 떠오르는 게 대나무의 고장이다. '남도의 젖줄' 영산강의 발원지도 담양이다. 딸기의 주산지이기도 하다. 죽녹원과 관방제림,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도 담양의 관광을 대표한다. 조선시대 민간정원의 백미로 소문 난 소쇄원도 담양에 있다.누정도 많다. 식영정, 독수정, 면앙정, 송강정 등 30곳이 넘는다. 의리와 명분을 중시하던 조선시대 사림들은 이들 누정에서 주옥같은 시와 글을 지었다. 이른바 가사문학이다. 담양은 가사문학의 산실로 통한다.가사문학은 시조와 함께 조선시대에 유행했던 문학 장르다. 고려시대부터 전해지는 시조는 정형화돼 있으며 길이가 짧아 단가(短歌), 가사는 정해진 틀이 없이 자유로운 장가(長歌)로 분류한다.담양에서 지어진 가사작품은 모두 18편으로 알려져 있다. 전해...
편집에디터2019.02.14 11:27송단마을 가는길 마을이야기 – 화순 북면 송단마을 이돈삼 / 전남도청 대변인실오래 전, 우리 어머니들은 밥을 짓기 전에 조리로 쌀을 일었다. 조리는 쌀과 섞인 자잘한 돌이나 쭉정이, 잡것 등을 걸러내는데 맞춤이었다.시대가 변하면서 조리로 쌀을 이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조리도 본래의 역할보다는 복이 들어오는 조리의 의미를 담은 '복조리'로 바뀌었다. 옛 사람들은 섣달그믐에서 정월 초하루 사이에 1년 동안 쓸 조리를 사서 걸어뒀다. 일찍 살수록 복이 많이 들어온다고 믿었다. 제때 사지 못한 사람은 새해 첫 장날에 달려가서 사기도 했다.조리는 돈이나 실을 넣어 방 귀퉁이나 대청에 걸었다. 1년 내내 복을 받고, 재물이 불어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20∼30년 전까지만 해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지금은 추억 저편의 얘기가 됐다.화순군 북면 송단마을....
편집에디터2019.01.31 12:45소등섬.소등섬.소등섬.소등섬 당할머니상.일출.축제촬영지와 정남진 표지석.굴까는 작업.남포마을풍경.여행에도 음식처럼 제 철이 있다. 요즘 같은 겨울은 눈꽃이나 온천, 음식 여행이 제격이다. 겨울은 꼬막이나 매생이, 굴이 맛있을 때다. 겨울의 미각을 북돋아주고, 겨울바다의 낭만까지 더해주는 굴을 찾아간다. '석화'로 불리는 자연산 굴이 많이 나고, 작은 포구 풍경도 다소곳한 장흥 남포로 간다.김이 모락모락 나는 굴구이를 생각하니, 군침이 먼저 넘어간다. 굴은 바다의 우유, 바다의 고기로 불린다. 미식가들은 이 계절에 꼭 먹어야 할 음식으로 주저하지 않고 굴을 꼽는다. 굴을, 우리 어머니들은 '꿀'이라 불렀다. 진짜 꿀처럼 달고 맛있다. 맛과 영양이 탁월하고, 우리 몸에 보약이 되는 굴이다. 단백질과 각종 비타민이 듬뿍 들어있다.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희대의 바람둥이로 소문 ...
편집에디터2019.01.15 1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