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식당과 게스트하우스 겨울바다로 간다. 섬이 많은 바다, 다도해(多島海)다. 그 가운데서도 노둣길을 따라 여러 개의 섬을 돌아볼 수 있는 신안 기점·소악도다. 섬의 모양이 기묘한 점처럼 생겼다고 기점도, 섬 사이를 지나는 물소리가 크다고 소악도라 불리는 섬이다. 섬과 섬 사이가 노두로 이어져 있다. 오래 전 주민들이 갯벌에 돌을 던져 넣어 만든 길이다. 기점·소악도에는 하루에 두 번 노둣길이 물 위로 드러난다. 밀물이 되면 바닷물이 차올라 사라지고, 서너 시간 뒤 썰물 때 다시 갯벌위로 길이 나타난다. 이 길을 따라 다섯 개의 섬을 돌아볼 수 있다. 만약 여행 중에 길이 사라져버리면…. 쉬어가라는 하늘의 뜻이다. 주변 둑방이나 노두 근처에서 멍을 때리며 물이 다시 빠지기를 기다려야 한다. 느린 여행의 지혜이고, 섬여행에서만 맛볼 수 있는 또 다른 재미다. 기점·소악도는 대...
편집에디터2019.12.26 12:16황룡강변에서 본 요월정원림과 원황룡마을 ( 계절이 겨울의 복판으로 향하고 있다. 절기상 대설도 지났다. 그럼에도 아직껏 제대로 된 눈 구경을 못했다. 한낮엔 햇볕 좋은 가을날 같기도 하다. 지난 가을 노란꽃잔치를 벌였던 '옐로시티' 장성으로 간다. 장성은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지역브랜드에 색깔 마케팅을 도입했다. 지역을 노란색으로 디자인하면서 색채도시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 중심에 황룡강이 있고, 황룡에 얽힌 전설이 있다. 전라남도 장성군 황룡면 황룡마을. 겉보기에 평범한 농촌마을이다. 하지만 주민들의 자부심은 여느 마을보다 크다. 마을이름이 장성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으면서다. 황룡과 관련된 전설도 두 가지가 전해진다. 옛날 황룡마을의 요월정 앞 연못에 용 두 마리가 살았다. 용은 하늘로 올라가려고 지성을 다해 100일 기도를 드렸다. 드디어 100일째 ...
편집에디터2019.12.12 11:04강진 남포마을 갈대밭을 생각하면 먼저 떠오르는 곳이 순천만이다. 인지상정이다. 순천만의 면적이 갯벌과 갈대밭을 합해 816만평이다. 국제적으로 보존협약이 맺어진 람사르습지로 지정돼 있다. 순천만과 자웅을 겨룰만한 곳이 강진만이다. 강진만은 갈대밭 20만평, 갯벌 793만평 모두 813만평(3282만㎡)에 이른다. 남쪽 바다를 향하는 부드러운 곡선의 물길과 갯벌이 한데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드넓은 강진만에 붙어있는 동네가 남포마을이다. 탐진강과 강진천이 만나는 지점에 있다. 강진읍에서 다산초당 방면으로 가는 길목이다. 행정구역은 전라남도 강진군 강진읍에 속한다. 남포는 오래 전 강진의 15개 포구 가운데 가장 큰 남당포구였다. 강진의 관문이었다. 제주도로 가는 뱃길의 출발지였다. 왜구들이 서남해안을 분탕질할 때도 죽음으로 지켰던 포구다. 도암만에서 나는 물목은 물론 완도,...
편집에디터2019.11.28 13:13무등산양떼목장 양들이 풀밭에서 한가로이 노닐며 풀을 뜯고 있다. 쓱-쓱- 풀을 뜯어먹는 소리가 자별히 느껴진다. 양에게 건초를 주는 체험도 재밌다. 건초 바구니를 들고 있는 나에게 발걸음을 재촉하는 양들을 보는 재미도 별나다. 풀을 뜯는 양떼를 주인공으로 사진을 찍는다. 아무렇게나 찍어도 멋진 작품이 된다. 양과 함께 사진을 찍는 것도 오지다. 양떼목장은 어디라도 사진 촬영의 포인트가 된다. 목장의 풍광도 이국적이다. 목장의 유려한 길을 따라 하늘거리며 사부작사부작 걷는다. 늦가을의 산골이 나에게로 들어온다. '목장길 따라 밤길 거닐어/ 고운님 함께 집에 오는데/ 목장길 따라…' 기억 저편에 있던 노래가 절로 홍알거려진다. '한국 속의 유럽, 전라도 속의 유럽'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화순 수만리에 있는 무등산 양떼목장 풍경이다. 수만리(水萬里)는 전라남도 화순군 화순읍에 ...
편집에디터2019.11.14 13:23전라남도 화순군 동복면 연둔리 둔동마을에는 '숲정이'가 있다. 숲정이는 마을 숲, 마을 근처의 숲을 가리키는 순우리말로, 1550년께 마을이 형성되면서 동복천을 따라 1000여 m에 만들어졌다. 마을이야기 – 화순 둔동마을 불변(不變)이다. 사계절의 변화를 맘대로 할 수가 없다. 이치에 따라야 한다. 물이 없는 곳에서 사람이 살 수도 없다. 샘물이든, 강물이든 물에 기대 살아야 한다. 물이 풍부한 마을은 먹고 살만 했다. 사람들의 인심도 상대적으로 넉넉했다. 옛사람들의 풍류도 물에서 시작됐다. 물과 숲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곳에 누정을 지었다. 요즘 사람들은 자연을 찾아 의지하며 몸과 마음을 치유하며 살고 있다. 화순 둔동마을로 간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물을 품고 있는 마을이다. 그 물이 숲과 한데 어우러져 있다. 숲길과 물길이 이어지고, 조화를 이뤄 한 폭의 ...
편집에디터2019.10.31 13:37소록도에서 본 녹동항 천사를 만나러 간다. 피부색과 종교를 떠나 버림받은 땅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을 돌봤던 천사다. 그것도 머나먼 이국땅에서. 소록도다. 일제강점기에 한센인들이 사회에서 격리돼 살았던 곳이다. 한센인은 뭉개진 손과 주저앉은 코, 피부가 두꺼비등처럼 갈라지는 나병(癩病)에 걸린 사람을 일컫는다. 나병은 피부와 말초 신경에 병변을 일으키는 만성감염성 질환이었다. 당시엔 유전병으로 잘못 알려지면서 천벌처럼 여겼다. 지금은 전염성이 거의 없고, 감염이 되더라도 완치되는 병이다. 소록도는 섬의 형상이 어린 사슴을 닮았다고 작을 소(小), 사슴 록(鹿) 자를 쓴다. 가슴 아픈 역사를 지닌 섬이지만, 지금은 치유의 섬으로 거듭나고 있다. 깨끗한 자연환경으로 여행객들에게 쉼까지 주는 섬이다. 전라남도 고흥군 도양읍 소록리에 속한다. 소록도에 중앙공원이 있다. 사철 푸른 종...
편집에디터2019.10.17 12:47무안 상동마을 풍경 태풍을 견뎌낸 들녘이 누렇게 채색되고 있다. 나뭇잎도 서서히 색깔이 변하고 있다. 가을이 무르익어 찬이슬이 맺히기 시작한다는 한로(寒露)가 며칠 앞으로 다가와 있다. 천변을 걷고 있는데, 하얀 백로 한 마리가 눈앞에서 날아간다. 저만치 왜가리도 보인다.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는 백로들이다. 문득, 무안 상동마을이 떠오른다. 이른 봄부터 여름까지 때 아닌 눈이라도 내린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곳, 백로와 왜가리 떼로 인해 산자락이 온통 하얗게 변하는 '학마을'이다. 전라남도 무안군 무안읍 용월리에 속한다. 서해안고속국도 무안나들목에서 무안읍 방면으로 옛 국도의 오른편에 자리하고 있다. '백로․왜가리 집단 서식지' 입간판을 보고, 논과 논 사이 농로를 따라가서 만난다. 상동마을에 있는 용연저수지와 청용산이 백로와 왜가리의 집단 서식지다. 사람이...
편집에디터2019.10.03 14:13나주시 다도면 풍산리 도래마을 풍경 바람결이 달콤하다. 쪽빛 하늘의 뭉게구름도 멋스럽다. 고샅 돌담에 살며시 기댄 감나무에선 주렁주렁 열린 감이 달달하게 익어가고 있다. 호박덩이도 담장 위에서 가을햇살에 몸을 맡기고 있다. 까치발을 하고 내다본 담장 너머 기와집이 단아하다. 세월의 무게가 내려앉아 있다. 물 흐르듯 유연한 곡선을 그린 처마가 아름답다. 마당에 있는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까지도 애틋하다. 빈터에서 한들거리는 코스모스는 가을을 노래하고 있다. 붉은 맨드라미꽃도 산들바람에 하늘거린다. 발길 닿는 곳마다, 눈길 가는 곳마다 예스럽다. 나주시 다도면 풍산리 도래마을이다. 골목마다 옛 정취가 넘실대는 전통의 한옥마을이다. 흔한 전봇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전선이 모두 땅으로 들어가 있다. 요란하거나 화려하지도 않다. 어릴 적 뛰놀던 옛 기억 속의 마을 그대로다....
편집에디터2019.09.19 15:02진도군 내동마을 풍경 일본 교토(京都)에 '코무덤'이 있다. 정유재란 때 일본군이 조선에서 얼마나 야만적이고 잔인하게 굴었는지 보여주는 증표다. 일본군은 당시 조선사람들을 죽이고 코를 잘라 소금에 절여 본국으로 가져갔다. 전쟁에서 얻은 전리품으로 여겼다. 코무덤에 극명하게 대비되는 무덤이 있다. 진도에 있는 왜덕산이다. 명량대첩 이후 바닷가로 밀려온 일본군의 시신을 거둬 양지바른 곳에 묻어준 공동묘지다. 왜군들한테 덕을 베풀었다고 왜덕산(倭德山)이다. 하나의 전쟁에서 각기 다른 두 개의 무덤이 탄생한 것이다. 극과 극이다. 총칼을 겨누고, 가족과 이웃을 죽인 적군의 시신을 거둬 묻어준 일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 자리에서 두 발로 짓이기고, 다시 한 번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판에 말이다. 일본의 수입규제 조치로 엇나가기 시작한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갈수록 악화되고...
편집에디터2019.08.29 12:28음달산 구릉에서 본 거문대교 섬을 생각하면 애틋한 마음이 앞선다. 소외, 고립, 불편 등의 단어가 먼저 떠올라서다. 한편으로는 늘 동경과 그리움의 대상이다. 뭍에서 멀리 떨어진 섬일수록 그리움은 더욱 커진다. 우리 선조들은 일찍이 바다에 눈을 돌렸다. 바다를 통해 세계와 소통했다. 장보고는 바다와 섬을 기반으로 해상무역을 하며 '해상왕'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하지만 조선시대 들어 섬이 푸대접을 받았다. 섬을 비우는 공도정책이 추진되면서다. 뭍에서 숨어든 하층민이나 권력싸움에서 밀려난 양반들이 유배돼 살면서 '죄인의 땅'으로 취급을 받았다. 최근 섬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휴식과 힐링, 해양관광, 미래식량의 보고로 인식되고 있다. 섬은 해양영토의 전초기지이고, 잘 보존된 전통문화·자원의 거점이기도 하다. 정부가 8월 8일을 '섬의 날'로 제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
편집에디터2019.08.15 15:16소안항일독립운동기념탑-조형물 친일 논쟁이 뜨겁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친일파 낙인찍기 경쟁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상대를 향해 '왜구' '토착왜구'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서로 손가락질을 한다. '기해왜란'으로도 불리는 일본정부의 수입규제 조치 이후 우리 국민들의 반일감정에 기대고 있다. 국민과 정부, 정치권이 힘을 합쳐도 부족할 판에, 서로 삿대질을 하며 핏대를 세운다. 그 논쟁의 한복판이라도 서 있는 듯, 바다에 안개가 짙게 깔렸다.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까지가 바다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완도 소안도로 가는 길이다. 소안도는 전라남도 완도군 완도읍 화흥포항에서 뱃길로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보길도와 노화도, 청산도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민국호를 타고 들어가 소안항에 내렸다. '항일의 땅, 해방의 섬 소안도'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소안도는 항일...
편집에디터2019.07.31 19:05선애마을은 환경을 생각하면서 지속가능한 삶을 살고자하는 마을 공동체다. 울력하는 모습. "출발이 '나'입니다. 내가 건강하게 살고 싶었어요. 건강한 자연과 깨끗한 환경에서요. 내 주변을, 우리 사회를 보면 그게 아니잖아요. 내가 건강하려면 자연과 환경을 먼저 살려야겠더라고요. 나부터, 우리부터 그렇게 살자고 모였죠. 자연과 환경을 살리면서, 건강하게 살자고." 영암 선애마을에 사는 오재희(51) 씨의 말이다. 선애마을은 환경을 생각하면서 지속가능한 삶을 살고자하는 마을 공동체다. 인간과 자연을 먼저 알고 사랑하면서 물질은 소박하게, 그러나 마음은 넉넉한 삶을 추구하고 있다. '선애(仙愛)'는 사람과 자연, 하늘을 사랑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선애마을은 친환경 생태마을 공동체다. 전라남도 영암군 신북면에 자리하고 있다. 1406년 하정 유관이 지은 영팔정에서 가깝다. 작은 언...
편집에디터2019.07.18 10:09화순(노루목)적벽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물이다. 물이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다. 논이든, 밭이든 매한가지다. 지금도 그렇지만, 하늘에 의지해 농사를 짓던 시대에는 더욱 그랬다. 바가지라도 이용해 물을 퍼야 했다. 그 시대에 수차(水車)에 눈을 돌린 학자들이 있었다. 석당 나경적(1690-1762)이다. 나경적은 물의 힘으로 회전날개를 돌려 물을 끌어올리는 자전수차(自轉水車)를 생각해냈다. 오늘날의 양수기이다. 전해지는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그 실체를 정확히 알 수 없을 뿐이다. 규남 하백원(1781-1844)도 있다. 문헌을 통해 수차의 구조를 익힌 하백원은 수차보다 한 수 위인 자승차(自升車)를 개발했다. 사람이나 가축의 힘에 의지하지 않고, 아래에 있는 물을 자동으로 끌어올리는 신식 양수기인 셈이다. 흐르는 물을 통에 넣어 회전날개를 돌리게 하고, 그 힘으로 피스...
편집에디터2019.07.04 14:16순천만습지 갈대밭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교량마을. 집도 대부분 한옥으로 이뤄진, 한옥마을이다.집집마다 꽃밭인 정원을 갖고 있다. 집안이 비좁은지, 꽃이 집밖에까지 나와 있다. 골목마다 꽃밭이고 정원이다. 가정정원이고, 골목정원이다. 가정정원이 모여 마을까지 꽃밭이 됐다. 아름다운 마을정원이다.순천만습지 갈대밭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교량마을이다. 집도 대부분 한옥으로 이뤄진, 한옥마을이다."밖에 나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았어요. 남편이 밖에 같이 나가자고 할 때마다 손사래를 쳤더니, 동행하면 화분을 하나씩 사주겠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시작이었어요. 화분 하나씩 갖다가 집안에 놓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죠."개인정원을 꾸미는 데 푹 빠진 마을주민 박경숙(67) 씨의 말이다.잔디가 깔린 박 씨의 집 마당에는 수많은 화분이 놓여 있다. 100개도 넘는 화분에는 데이지, 백합, 송...
편집에디터2019.06.20 13:55몽돌해변과 송이도항 한낮의 날씨가 덥다. 벌써 한여름이다. 자연스레 시원한 숲과 바다가 그리워진다.서해안에 떠있는 섬으로 간다. 하얀 몽돌 해변이 아름다운 섬이다. 바닷물이 빠지면 드넓은 펄이 드러나 바지락과 동죽, 백합, 맛을 채취할 수 있다. 해넘이도 황홀경을 연출한다. 고단한 일상 잠시 내려놓고 편히 쉴 수 있는 섬이다. '굴비의 고장' 전라남도 영광에 딸린 송이도다.송이도는 널리 알려진 관광지가 아니다. 아니, 오랫동안 교통편이 좋지 않았다는 게 적절한 표현이겠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송이도에 가려면 홍농 계마항에서 배를 탔다. 여객선이 하루에 한 번밖에 다니지 않았다. 들어가면 하룻밤을 묵어야 했다. 당일치기 여행이 불가능했다.배 시간도 물때에 따라 들쑥날쑥했다. 어떤 때는 오전에, 물때에 따라 오후에 들어가기도 했다. 주민들의 불편이 컸다. 배편이 번거로운 탓에 외지인...
편집에디터2019.06.06 1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