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돈삼의 마을이야기> 장흥 선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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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삼의 마을이야기
이돈삼의 마을이야기> 장흥 선학동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
  • 입력 : 2020. 10.07(수) 11:13
  • 편집에디터

선학동과 메밀꽃밭. 파란 가을하늘과 푸른 바다, 누런 들판이 한데 어우러져 동화 속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남녘에 하얀 눈(?)이라도 내린 듯, 눈꽃처럼 하얀 메밀꽃이 활짝 피었다. 키가 작아서 '앉은뱅이 들풀'로 불리는 메밀꽃의 생김새가 눈꽃과 소금꽃을 닮았다. 이쁘다. 하얀 꽃과 초록 이파리와의 만남도 환상적이다.

하얀 꽃의 배경이 된 바다도 짙푸르다. 누렇게 물든 황금빛 들판과도 어우러진다. 동화 속 풍경 같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으로 알려진 강원도 봉평보다도, 속이 더 아름다운 선학동이다.

선학동(仙鶴洞)은 장흥군 회진면에 속한다. 남도사람들의 웅숭깊은 한과 소리를 풀어낸 소설가 이청준이 나고 자란 고을이다. 이청준은 〈당신들의 천국〉 〈서편제〉 〈눈길〉 〈축제〉 〈선학동나그네〉 등을 남겼다. 지난 2008년 유명을 달리했다.

선학동은 영화 '천년학'의 촬영지이다. '천년학'은 소설 〈선학동나그네〉를 원작으로 삼았다. 임권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 영화 덕에 외지인들한테 알려졌다. '산저'였던 마을 이름도 아예 '선학동'으로 바꿨다.

〈선학동나그네〉는 의붓남매인 동호(조재현 분)와 송화(오정해 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리고 있다. 소리꾼 양아버지 밑에서 소리와 북장단을 맞추며 자란 두 남매의 이야기이다. 마음속의 연인을 누나라 불러야 했던 동호가 괴로움을 참지 못하고 집을 나간다.

그로부터 몇 년 뒤에 양아버지가 죽고, 송화가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은 동호. 이제는 송화를 여자로 사랑할 수 있을 것으고 생각하는데…. 엇갈린 운명으로 인해 두 사람은 잠깐의 만남과 긴 이별로 자꾸만 비껴간다. 영화는 2007년 개봉됐다.

지금도 선학동에 영화 세트로 지어진 선술집이 그대로 남아있다. 바닷가의 소나무와 어우러져 고즈넉한 모습이다.

선술집은 영화의 중심 무대였다. 동호가 애타게 그리워하던 송화의 소식을 들은 곳이다. 바닷물이 서서히 차오르면서 산그림자가 떨어지고 두 마리 학이 소리 장단에 맞춰 날아오르는,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했던 곳도 여기였다.

선술집에서 회진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 너머로 노력항을 잇는 다리가 보인다. 금당도, 소록도, 거금도 등 크고작은 섬도 저만치 자리하고 있다.

메밀꽃밭은 선학동 뒷산 아래 구릉에 펼쳐져 있다. 면적이 20㏊ 가까이 된다. 꽃이 산들바람에, 바닷바람에 일렁이는 모습이 환상경을 연출한다.

눈꽃처럼 피어난 하얀 메밀꽃이 파란 가을하늘의 뭉게구름과도 조화를 이룬다. 누렇게 물든 들판, 바닷가마을 특유의 여러 색깔 지붕과도 어우러져 멋스럽다. 사방이 모두 사진 촬영 포인트다.

선학동에 꽃밭이 조성된 사연도 각별하다. 외지인을 생각하는 마을사람들의 배려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영화 '천년학' 촬영 이후 마을을 찾는 외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하지만 세트로 쓰인 선술집을 빼고, 마을에 별다른 볼거리가 없었다. 부러 걸음을 한 외지인들한테 미안했다. 당시 이장이었던 최귀홍 씨를 중심으로 마을사람들이 머리를 맞댔다. 꽃동네를 만들기로 했다.

마침 주민들이 마을에 어울리는 작물과 경관을 찾아 가꾸면 지원해 주는 경관보존직불제가 있었다. 주민들이 따로 손해를 보지 않고도 가능했다.

주민들은 처음에 유채 씨를 뿌렸다. 마을이 온통 노랗게 물들자, 찾아온 사람들이 탄성을 질렀다. 주민들도 뿌듯했다. 내친김에 가을농사도 포기하고 메밀 씨앗을 뿌렸다. 그 풍경이 지금까지 이어져 봄이면 노란 유채꽃으로, 가을이면 하얀 메밀꽃으로 마을이 채색되고 있다. 순박한 마을사람들의 외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녹아있는 꽃밭이다.

마을의 아름다운 경관과 주민들의 예쁜 마음이 알려지면서 외지인들이 더 많이 찾았다.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 팀도 찾아왔다. 드라마의 배경으로도 쓰였다. 해마다 추석을 전후해 이청준 작가 추모를 겸한 작은 축제도 열었다. 올해는 코로나19 탓에 취소했다.

선학동에서 야트막한 산길을 넘으면 이청준 생가도 있다. 삭금마을 쪽으로 해안도로를 타고 가도 된다. 이청준의 소설에서 자주 그려진 배경무대를 만난다. 소설 속의 인물로 가끔 등장하는 마을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회진면 신상리에 이청준과 동갑내기 소설가인 한승원의 생가도 있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겨울잠 봄꿈〉 등을 낸 한승원은 맨부커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의 아버지이다. 천관산 자락에 문학공원도 있다. 가을 문학기행지로 아주 좋다.

명량대첩을 앞둔 이순신이 12척의 배를 인수받은 곳도 회진이다. 당시 회령진성을 중심으로 역사공원이 조성돼 있다. 장흥 앞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보며 고흥 앞바다까지 조망할 수 있는 정남진전망대도 지척에 있다.

나무 세 그루로 숲을 이룬, 수령 430년 된 후박나무도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

선학동과 메밀꽃밭. 파란 가을하늘과 푸른 바다, 누런 들판이 한데 어우러져 동화 속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소설가 이청준이 나고 자란 생가. 진목리에 있다

영화 '천년학' 포스터

영화 '천년학'의 중심무대가 됐던 선술집. 노력항이 보이는 바닷가에 자리하고 있다

영화 '천년학'의 중심무대가 됐던 선술집. 노력항이 보이는 바닷가에 자리하고 있다

영화 '천년학'의 중심무대가 됐던 선술집. 노력항이 보이는 바닷가에 자리하고 있다

영화 '천년학'의 중심무대가 됐던 선술집. 노력항이 보이는 바닷가에 자리하고 있다

정남진전망대, 청학동에서 가까이에 있다 (2)" "정남진전망대, 청학동에서 가까이에 있다.

정남진전망대, 청학동에서 가까이에 있다 (2)" "정남진전망대, 청학동에서 가까이에 있다.

하얀 메밀꽃. 흡사 눈꽃처럼 하얗고 아름답다.

하얀 메밀꽃. 흡사 눈꽃처럼 하얗고 아름답다.

회령진성 역사공원. 명량대첩 때 이순신의 조선수군 재건을 기념해 세운 공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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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령진성 역사공원. 명량대첩 때 이순신의 조선수군 재건을 기념해 세운 공원이다 .

선학동과 메밀꽃밭. 파란 가을하늘과 푸른 바다, 누런 들판이 한데 어우러져 동화 속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선학동과 메밀꽃밭. 파란 가을하늘과 푸른 바다, 누런 들판이 한데 어우러져 동화 속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선학동과 메밀꽃밭. 파란 가을하늘과 푸른 바다, 누런 들판이 한데 어우러져 동화 속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선학동과 메밀꽃밭. 파란 가을하늘과 푸른 바다, 누런 들판이 한데 어우러져 동화 속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선학동과 메밀꽃밭. 파란 가을하늘과 푸른 바다, 누런 들판이 한데 어우러져 동화 속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선학동과 메밀꽃밭. 파란 가을하늘과 푸른 바다, 누런 들판이 한데 어우러져 동화 속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선학동과 메밀꽃밭. 파란 가을하늘과 푸른 바다, 누런 들판이 한데 어우러져 동화 속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선학동과 메밀꽃밭. 파란 가을하늘과 푸른 바다, 누런 들판이 한데 어우러져 동화 속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선학동과 메밀꽃밭. 파란 가을하늘과 푸른 바다, 누런 들판이 한데 어우러져 동화 속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선학동과 메밀꽃밭. 파란 가을하늘과 푸른 바다, 누런 들판이 한데 어우러져 동화 속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선학동과 메밀꽃밭. 파란 가을하늘과 푸른 바다, 누런 들판이 한데 어우러져 동화 속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선학동과 메밀꽃밭. 파란 가을하늘과 푸른 바다, 누런 들판이 한데 어우러져 동화 속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선학동과 메밀꽃밭. 파란 가을하늘과 푸른 바다, 누런 들판이 한데 어우러져 동화 속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선학동과 메밀꽃밭. 파란 가을하늘과 푸른 바다, 누런 들판이 한데 어우러져 동화 속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선학동과 메밀꽃밭. 파란 가을하늘과 푸른 바다, 누런 들판이 한데 어우러져 동화 속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선학동과 메밀꽃밭. 파란 가을하늘과 푸른 바다, 누런 들판이 한데 어우러져 동화 속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선학동과 메밀꽃밭. 파란 가을하늘과 푸른 바다, 누런 들판이 한데 어우러져 동화 속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선학동과 메밀꽃밭. 파란 가을하늘과 푸른 바다, 누런 들판이 한데 어우러져 동화 속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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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학동과 메밀꽃밭. 파란 가을하늘과 푸른 바다, 누런 들판이 한데 어우러져 동화 속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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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학동과 메밀꽃밭. 파란 가을하늘과 푸른 바다, 누런 들판이 한데 어우러져 동화 속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선학동과 메밀꽃밭. 파란 가을하늘과 푸른 바다, 누런 들판이 한데 어우러져 동화 속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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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학동과 메밀꽃밭. 파란 가을하늘과 푸른 바다, 누런 들판이 한데 어우러져 동화 속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