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돈삼의 마을이야기>완도 장좌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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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삼의 마을이야기
이돈삼의 마을이야기>완도 장좌마을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
  • 입력 : 2021. 02.25(목) 13:12
  • 편집에디터

옛 장좌리 당제-마을 주민들이 당산나무 주변을 돌며 당산제를 지내고 있다

정월대보름이다. 예전엔 정월대보름이 정말 큰 행사였다. 세시풍속도 많았다. 우리나라 전체 세시풍속의 4분의 1이 정월대보름과 연관된다.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정월대보름을 중요하게 여겼는지 알 수 있다.

정월대보름이 되면 여러 가지 나물에 오곡밥을 먹었다. 아이들은 쥐불을 놓고, 불깡통을 돌리고, 연을 날렸다. 달집태우기를 하고, 당제를 지내는 것도 이때였다. 지금은 달집태우기와 당제만 일부에서 행해질 뿐, 모두 추억 속의 풍경이 됐다.

정월대보름날 가장 큰 당제가 열린 곳이 완도였다. 완도의 당제는 해상왕 장보고가 설치한 '청해진'으로 알려진 장좌리에서 행해졌다. 풍물놀이로 새벽을 깨우고 동이 틀 무렵 당제를 지냈다. 우물굿과 당산굿, 지신밟기도 했다. 갯제도 지냈다.

장좌리 당제는 길굿을 하며, 당주를 앞세우고 당집으로 가서 지낸다. 당집은 마을 앞에 있는 섬 장도에 있다. 동백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당집에는 장보고 대사와 송징 장군, 정년 장군, 혜일대사 등 4명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제사는 옛 방식대로 제상과 분향, 초헌, 아헌, 종헌, 축문, 음복, 헌식 순으로 진행된다. 모두 2시간 남짓 걸린다. 당산굿을 하고, 당시 청해진 장병들의 넋도 위로한다. 마지막엔 헌식했던 술과 음식을 나눠 먹으며 1년 동안의 무병장수와 복을 서로 빈다.

음식은 마을주민뿐 아니라 구경꾼들한테도 나눠졌다. 정월대보름날 아침에 전통의 당제를 보고 아침도 얻어먹을 수 있었다. 별난 재미였다.

당제를 지낸 주민들은 배를 타고 다시 마을로 돌아온다. 마을과 섬을 잇는 나무다리가 놓였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배를 탄다. 다리가 놓이기 전, 배를 타고 오갔던 옛 방식을 재현하는 것이다.

마을로 돌아온 주민들은 큰샘에서 우물굿을 지낸다. 큰샘은 옛 청해진사람들이 마셨다는 물이다. '장군샘'으로도 불린다.

당산나무 아래에서 당산굿도 한다. 오후엔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만복을 비는 지신밟기를 한다.

해질 무렵엔 마을 앞 갯바위에서 갯제를 지내며 해조류의 풍년과 풍어를 기원한다. 갯제가 끝나면 마을회관으로 돌아와 파장굿을 하며 정월대보름 행사를 마무리한다. 장좌리만의 특별한 정월대보름 세시풍속이다.

"말도 마시오. 어떻게 한다요? 코로나가 이렇게 무서운디." 황종영(70) 장좌리 이장의 말이다. 황 이장은 지난해 당주를 맡아 당제를 주관했다.

"이렇게 당제를 지내지 않고, 건너뛴 적이 언제 있었던가요?"

"내 기억에는 없었어요. 내 나이가 올해 70인디, 나 어렸을 때도 해마다 했고. 당제를 안 지낸 건 올해가 처음인 것 같소."

황 이장의 말에서 아쉬움이 짙게 배어난다.

완도 장좌리는 장보고가 사랑한 땅이다. 마을에 속한 섬 장도가 청해진의 본영이었다. 장보고는 여기를 거점으로 서남해안의 해적을 물리치고 바다를 안정시켰다. 신라와 일본, 당나라의 삼각무역도 주도하며 '해상왕'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장좌리 주민들의 밭으로 이용됐던 장도가 청해진의 본영으로 밝혀진 건 60여 년 전이다. 1959년 태풍 사라호의 여파였다. 갯벌에 묻혀있던 목책(木柵)이 모습을 드러냈다. 목책은 청해진 해안에 통나무로 쌓은 방어용 울타리로 밝혀졌다. 장보고 시대의 유적이고, 장도가 청해진의 본영이었음을 확인시켜 준 유물이었다.

청해진 시대의 목책을 장도에서 만난다. 장좌리에서 목교를 건너 장도로 들어가자마자 오른편 해안에 있다. 목책이 줄지어 있다고 '목책열'이라는 간판이 세워져 있다. 수많은 목책이 300여m에 걸쳐 줄지어 있다. 평소엔 물속에 잠겨있고, 물이 빠지는 썰물 때 모습을 드러낸다. 대부분 썩거나 잘려나가고 밑동만 남아있다.

고증을 거쳐 복원된 유적도 볼거리다. 흙과 자갈, 갯벌을 겹겹이 누르고 쌓은 판축토성이 있다. 흡사 시루떡 같다. 성문도 복원돼 있다. 바다를 오가는 배를 관측하는 고대, 치, 굴립주도 복원됐다. 성곽을 따라 걸으며 이것들을 하나씩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장도는 넓지 않다. 면적이 12만5400㎡에 불과하다. 성곽을 따라 한 바퀴 돌아도 채 30분이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섬에 길이 여러 갈래로 나 있다. 토성 위로 걷는 성곽길이 있고, 성곽아랫길도 있다. 성내를 이리저리 잇는 길도 있다.

고대, 동남치, 서남치 등 조망지점도 많다. 주변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신지도와 고금도 주변 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전복양식장과 나란히 있는 다시마·미역 양식장도 보인다.

바다를 배경으로 핀 동백꽃도 아름답다. 땅에는 '개불알풀꽃'으로 더 알려진 봄까치꽃이 무성하다. 광대나물과 물매화도 꽃을 피워 올렸다. 봄의 기운이 완연하다.

장보고와 관련된 이야깃거리도 많이 서려 있다. 허투루 만날 섬이 아니다. 옛 청해진사람들의 마음가짐으로 돌아보면, 장도는 '큰섬'이다.

주변 바다는 굴과 감태가 지천이다. 마을주민들이 굴과 감태를 채취하며 소일을 한다. 도회지에 사는 자식들한테 보내고, 시장에도 내다 판다.

마을 입구에 장보고기념관도 있다. 장도에서 발굴된 유물이 전시돼 있다. 실제의 4분의 1 크기인 장보고무역선도 만들어져 있다. '장보고의 섬' 완도를 대표하는 마을, 장좌리다.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

굴 캐는 아낙네-장좌리 앞 바닷가에서 마을주민이 자연산 굴을 캐고 있다.

굴 캐는 아낙네-장좌리 앞 바닷가에서 마을주민이 자연산 굴을 캐고 있다.

썰물 때의 장도 전경-장좌리와 장도를 잇는 목교가 연결돼 있어 물때와 상관없이 섬을 드나들 수 있다.

썰물 때의 장도 전경-장좌리와 장도를 잇는 목교가 연결돼 있어 물때와 상관없이 섬을 드나들 수 있다.

썰물 때의 장도 전경-장좌리와 장도를 잇는 목교가 연결돼 있어 물때와 상관없이 섬을 드나들 수 있다.

썰물 때의 장도 전경-장좌리와 장도를 잇는 목교가 연결돼 있어 물때와 상관없이 섬을 드나들 수 있다.

옛 장좌리 당제-당제를 지낸 주민들이 풍물패를 앞세우고 성곽을 따라 돌고 있다

옛 장좌리 당제-마을주민들이 '장군샘'으로 불리는 큰샘에 모여 우물굿을 지내고 있다 .

옛 장좌리 당제-마을주민들이 '장군샘'으로 불리는 큰샘에 모여 우물굿을 지내고 있다 .

옛 장좌리 당제-장도의 당집에서 당제를 지낸 주민들이 배를 타고 마을로 돌아오고 있다

옛 장좌리 당제-장좌리 주민들이 장도의 당집에서 당제를 지내고 있다

장도에 핀 동백꽃-겨울부터 피는 동백이지만 꽃은 봄의 전력으로 통한다

장도에 핀 봄까지꽃-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땅에서도 봄꽃이 피고 있다

장도에서 본 장좌리 전경-마을과 섬을 잇는 목교가 놓여 있다.

장도에서 본 장좌리 전경-마을과 섬을 잇는 목교가 놓여 있다.

장도의 당집-해마다 마을주민들이 정월대보름날 당제를 지내는 곳이다

장도의 목책열-목책열의 위치를 알리는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다. 그 뒤로 신지도와 고금도를 잇는 장보고대교가 보인다

장도의 목책열-장도를 찾은 여행객이 목책열을 둘러보고 있다

장도의 목책열-장좌리 앞의 섬 장도를 청해진의 본영으로 확인시켜 준 장보고시대의 유물이다.

장도의 목책열-장좌리 앞의 섬 장도를 청해진의 본영으로 확인시켜 준 장보고시대의 유물이다.

장도의 목책열-장좌리 앞의 섬 장도를 청해진의 본영으로 확인시켜 준 장보고시대의 유물이다.

장도의 목책열-장좌리 앞의 섬 장도를 청해진의 본영으로 확인시켜 준 장보고시대의 유물이다.

장도의 목책열-장좌리 앞의 섬 장도를 청해진의 본영으로 확인시켜 준 장보고시대의 유물이다.

장도의 목책열-장좌리 앞의 섬 장도를 청해진의 본영으로 확인시켜 준 장보고시대의 유물이다.

장도의 성곽-판축토성의 성곽을 따라 섬을 한바퀴 돌아볼 수 있는 성곽길이 만들어져 있다.

장도의 성곽-판축토성의 성곽을 따라 섬을 한바퀴 돌아볼 수 있는 성곽길이 만들어져 있다.

장보고 장군상-완도 청해진을 무대로 활동하며 바다를 누빈 큰인물이다

장좌리의 장군샘-청해진사람들이 마신 물로 알려져 있다. 정월대보름이면 마을주민들이 우물굿을 지내는 곳이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