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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야심 차게 복원했던 ‘조선통신사선’이 드디어 일판을 냈다. 대한해협을 건너 쓰시마섬에 정박한 것이다. 해방 이후 일어난 괄목할 만한 사건이다. 배 한 척 쓰시마섬에 갔다 오는 게 아니다. 전통적인 위상보다 장차 이룰 한일간의 관계를 기대한다. 해양문화재연구소 홍순재 학예관이 중심이 되어 진행한 사업이다. 강원도 심심산골에서 황장목 900여 그루를 베어다 건조하였다. 『계미수사록』(1763년 부산포에서 출발한 통신사의 사행록)이나 『통신사등록』(조선 후기 통신사 행차 기록) 등을 참고하여 최대한 당시의 실물에 가...
2023.08.10 12:53오리지널 K-팝(Pop)스타는 누구일까? 라스베가스 스토리(Library District)에 소개된 2023년 5월 4일 기사 “Sue Kim of the Kim Sisters-The Original K-Pop Stars” 얘기다. 슈킴은 그룹리더 김숙자이고 김시스터즈는 한국 최초 미국 진출 걸그룹이다. 네온뮤지엄(Neon Museum/blog)의 2023년 3월 15일자 History Month 기사에서도 60여 년 전에 미국으로 진출한 한국의 첫 그룹이라며 제목을 오리지널 K-팝(Pop) 스타라고 뽑고 있다. 우후죽순 세...
2023.08.03 14:01“우리는 봄과 여름의 축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추리할 수 있다. 우리 미개한 선조들은 식물이 지닌 힘을 남성과 여성으로 인격화하고, 동종 주술 또는 모방 주술의 원리에 따라 숲의 신들의 결혼은 오월절의 왕과 여왕, 또는 성령강림절의 신랑과 신부 따위로 의인화하여 표현함으로써 나무와 식물의 성장을 촉진하려고 시도했다. 따라서 그런 표현들은 단순히 시골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거나 가르치기 위해 만든 상징적이고 비유적인 드라마나 목가적 연극이 아니었다. 그것은 숲이 푸르게 자라게 하고, 싱싱한 풀이 돋게 하고, 밀이 싹트게 하고 꽃이 피어...
2023.07.27 14:03“옛날 고군산 선유도에 나주 임씨(林氏) 부부가 살았다. 아이를 얻지 못하다가 나이가 든 후에야 딸 하나를 얻었다. 평범한 아이가 아니었다. 왼손을 꼭 쥐고 태어나 한 번도 펴질 않았다. 아이가 장성하여 아름다운 처녀가 되었다. 어느 날 혼처를 구하여 혼인 날짜를 받았는데 혼인 전날 밤 처녀가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망주봉 오룡당 안에서 죽어있는 처녀를 찾았다. 펴진 왼손바닥에 왕비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오룡묘 뒤에 당집을 짓고 임씨 처녀를 위해 해마다 제사를 모시게 되었다.” 고군산 선유도에 있는 오룡당(五龍堂...
2023.07.20 14:18자신의 죽음을 예정해두고 장차 묘지에 묻을 말을 스스로 쓰니 자찬묘지명(自銘)이다. 고려시대 김훤(1258~1305)의 글이 가장 오래되었다 하고, 조선시대 다산 정약용의 글이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좁은 의미에서는 한문 글쓰기의 형식에 제한하여 논하지만, 더욱 확대해 말할 수 있다. 지(誌)와 명(銘)을 합하니 묘지명이다. 전통적으로 지는 산문이고 명은 운문(詩文)이다. 이 장르로 다룰 수 있는 것들이 자일시(自挽詩), 자제문(自祭文), 자찬묘지명(自撰墓誌銘), 자서전(自敍傳) 등인데, 화상자찬(畵像自撰) 즉 그림을 그려 자신의...
2023.07.13 12:42지금은 거의 볼 수 없지만 내가 자라면서 늘 접하던 풍경이다. 누군가 돌아가신 상황, 상가(喪家)판이 왁자지껄하다. 마당에는 차일(遮日)을 둘렀다. 굵고 진한 글씨로 장식된 병풍이 오칸접집을 가리기라도 할 듯 둘러쳐진다. 그 아래 갖가지 제사 음식들이 즐비하다. 일군의 당골들이 씻김굿을 한다. 수려한 무가와 갖은 악기의 반주들이 마당을 가득 채운다. 일군의 사람들이 중간중간에 마당으로 나와 사람들을 웃기고 울리는 재담을 한다. 등이나 배꼽에 박바가지를 넣고 곱사춤이나 배둥이춤을 춘다. 굿판의 주역이 아니지만, 초대 없이도 마땅히 참...
2023.07.06 15:40어느 날 거문도 서도 덕촌 마을 해변으로 바위 하나가 떠밀려 왔다. 무심코 바다로 떠밀어버렸다. 그런데 이상했다. 바다로 떠밀수록 다시 해안으로 밀려왔다. 필시 연유가 있겠다 싶었다. 촌로들이 모여 의논했다. 틀림없이 상서로운 조짐 아니겠는가? 궁리 끝에 이 돌을 거문도 남쪽 관문인 ‘안노루섬(內獐島)’에 모시고 제사를 지내기로 했다. 마침 고기가 안 잡혀 어민들의 고민이 깊었던 터였다. 거문도 안팎 바다에 좋은 어장이 형성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보태졌다. 안노루섬 꼭대기에 당집을 짓고 매년 음력 정초와 추석에 제를 지냈다. 영기(令...
2023.06.29 12:37‘이슬털이의 두 출처’, 한국학호남진흥원에 연재하는 내 칼럼 ‘진도의 상장례 다시 읽기’ 세 번째 글의 제목이기도 하다. 호남학진흥원 연재를 시작한 까닭은 한국학이 나아가야 할 바를 좀 더 명료히 하기 위해서였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나 안동국학원에 대응하여 장차 이를 바를 내 방식으로 풀어내는 셈이랄까. 내 속셈은 이름도 빛도 없이 스러지고 일어나던 기층문화의 맥락 추적에 있다. 겹치고 포개져 마치 일노래의 후렴처럼 늘 반복되는 말들이, 귀한 지면을 소비하는 말의 성찬이 아니라, 고된 노동에서 돌아와 찐 감자와 신 김치, 막걸리 한 ...
2023.06.22 14:42조선이 일본으로 보낸 외교사절을 조선통신사(朝鮮通信使)라 한다. 고종 때는 이름을 수신사(修信使)로 고쳐 부른다. 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풀이다. “통신사는 조선시대 조선 국왕의 명의로 일본의 막부장군에게 보낸 공식적인 외교사절이다. 사절의 명칭은 조선측은 통신사, 일본측은 일본국왕사라 했다. 태종 때부터 통신사의 파견이 정례화되어 조선시대 전 기간에 걸쳐 총 20회(조선 전기 8회, 조선 후기 12회)가 이루어졌다.” 이에 비교되는 것이 연행사(燕行使)이다. 연나라의 수도가 연경(燕京)이었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청나라의 수도, 지금의...
2023.06.15 13:44행주나루에 얽힌 얘기다. 옛날 어느 노스님이 강을 건너러 나룻배를 탔다. 강을 다 건넜는데 배삯이 없던 스님은 도포 주머니에서 갈댓잎을 몇 개 꺼내 주었다. 사공은 돈을 주는 것인 줄 알고 받았으나 갈댓잎이라는 사실을 알고 어이없어하며 강물에 던져 버렸다. 그랬더니 갈댓잎들이 물고기가 되어 헤엄쳐 나가는 것 아닌가. 이 물고기가 바로 웅어였다. 비싼 값의 배삯을 받아놓고도 사공이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다. 덕분에 한강에는 웅어가 갈댓잎처럼 많이 헤엄쳐 다니게 되었다.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백제의 마지막 왕이었던 의자왕이 평소에 웅...
2023.06.08 13:06내 두 번째 시집을 준비하면서 구상한 제목이 만경보(萬景譜)이다. 문자 그대로 만 가지의 경치를 노래하겠다는 뜻이다. 고은의 에 기댄 작명이긴 하나 그와는 결이 다르다. 김지하가 초기에 ‘이야기 시’를 써서 담시(譚詩)라 이름 붙였던 바를 상고한다. 고은이 1986년부터 2010년까지 다룬 인물이 5,600여 명에 이른다던가. 30권 4,000편이 넘는다고 하던가. 노벨문학상 후보까지 올랐던 방대한 작업이니 어찌 구닥다리 시집 한 권 내고 그에 비길 수 있으랴. 다만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표방처럼 시가 갖는 선한 의지를 우리 공...
2023.06.01 14:48내친김에 덧붙인다. 지난주 칼럼에서 나는 우리 고전의 백미라는 향가 제망매가를 다루었다. 기왕의 해석에 문제를 제기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였다. 한국학호남진흥원 이메일 칼럼으로 다루었던 후반부도 마저 끄집어 내둔다. 독자층이 다르므로 설명이 친절하지 못하다는 꾸중을 들을 수 있어서이다. 나무라는 이들의 생각을 새로이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동서남북 간데 마다/ 형제같이 화목할거나/ 오영방에 깊이 들어/ 형제투쟁을 마다하였네/ 여래연불(염불)로 길이나 닦세/ 남무야 남무여/ 냄무아미탈 길이나 닦세/ 여비 옥여갖춰...
2023.05.25 12:38죽고 사는 길이/ 여기 있으니 두려워하고/ 그대 간다는 말도/ 못다 이르고 가는가/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여기저기 떨어지는 낙엽처럼/ 같은 나뭇가지에서 나고/ 가는 곳 모두어지누나/ 아아, 미타찰에서 만날 나는/ 길 닦으며 기다리리/ -제망매가 전문-(기왕의 번역을 이윤선이 일부 수정함). 제망매가만큼 사랑받는 향가는 없을 것이다. 숱한 사람들이 애송하였고 숱한 연구자들이 해석하였다. 충담사의 찬기파랑가와 더불어 우리 문학의 정수라 아니할 수 없으니, 어떤 한두 가지 말로 온전히 형용할 수 있으며 어떤 한가지 이론만으로 해명할 ...
2023.05.18 12:26멀리 돌았기에 온전하고, 굽었기에 곧다(曲則全, 枉則直)(도덕경, 22장). 김상준은 『붕새의 날개, 문명의 진로-팽창 문명에서 내장 문명으로』(아카넷)에서 이 문장을 헤드라인으로 뽑았다. 우회로를 말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빠르고 마침내 옳은 길을 말하는 것이다. 아시아에 광범위하게 분포한 토끼와 거북이 설화가 그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 전통사상의 골격이라 할 수 있는 음양오행론 중에서 상생과 상극의 길도 또한 그러하다. 천지만물과 우주원리를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으로 나누어 그 이치를 밝혀둔 이론이자 실천방식이다. 일월이니 ...
2023.05.11 10:15작년 김지하 작고 후, 본지면에 흰그늘의 내력을 썼다(2022. 8. 19). 오늘 다시 소환한다. 먼저 썼던 글을 해체하여 보완한다. 김지하의 흰그늘은 1999년 「율려란 무엇인가」에서 등장한다. 그 이전부터 언급은 있었겠지만, 개념으로 확정한 것은 이때 즈음이다. “중심음 발표하기 이틀 전인데, ‘흰그늘’이라는 말이 자꾸 아른거려요. 이게 뭘까? 그늘의 이중성의 안에서부터 생성되는 무궁 신령한 아름다움, 문채, 무늬야!” 김지하의 『율려란 무엇인가」(1999)에 나오는 내용이다. 여기서 말하는 ‘중심음’이 이후 내내 김지하가 주...
2023.04.27 1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