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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쇠나무들이 물을 올리기 시작하고 진달래가 피기 시작하면 지리산 의신면의 빗점골이 열린다. 빨치산 남부군 사령관이었던 이현상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으로 개울가의 커다란 바위가 불러서 찾아왔다. 이름하여 ‘이현상 바위’다. 은신처에서 멀지 않고 그의 주검이 반듯하게 놓여 있었던 곳이기에 망각의 시간 속에 묻혀버린 역사의 진실과 의미를 되새겨 보기 위해 찾는 이들이 종종 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중에 계곡에 울려 퍼지는 요란한 총소리. 아군인지 적군인지 모...
2025.03.06 18:01가장 이탈리아적인 선율을 성악가들이 최대한 표현할 수 있도록 배려한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의 후기 오페라 는 , 와 함께 그의 3대 오페라 추앙을 받는 작품이다. 이 세 작품 모두 로렌초 다 폰테(Lorenzo Da Ponte, 1749-1838)의 대본으로 제작되었는데 당시 유부녀와의 불륜으로 베네치아에서 추방당해 빈으로 거처를 옮긴 다 폰테의 치욕적인 개인사가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까지 세계 극장의 주요 레퍼토리로 각광을 받는 이 세 작품을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해학과 풍자로 오페라 부파의 정수를 만날 수 있는 이 작품은 열렬히...
2025.02.27 18:15보타산(普陀山)은 ‘보타도’라고도 한다. 중국 절강성 주산군도에 있는 불교 성지다. 인근에 있는 ‘락가도’와 더불어 관음 신앙의 두 축을 이룬다. 산스크리트어로는 포탈라카(Potalaka)라 한다. 한자로는 보타락가(補陀落迦)다. 관음보살이 산다는 전설의 산이자 섬이다. 남인도에 설정된 가상의 공간(실제 섬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음)으로부터 출발한다. 불교 경전 ‘화엄경’에서 선재 동자가 관세음보살을 만나는 장면을 그린 것이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이다. 참고로 관음(觀音)은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의 준말로 아미타불의 왼편에서 교화...
2025.02.27 17:28“밥 먹어라!” “정돌이 밥 먹었니?” “귀철아, 밥 먹었어?” 어쩌면 이 영화의 주제일 수도 있을 인사말이 두고두고 머릿속을 배회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정돌이’(김대현 감독, 2월18일 광주 독립영화관) 얘기다. 14살 가출 소년 송귀철이가 고려대에 스며들어 성장하는 과정을 소재 삼은 영화다. 초점은 고려대를 중심으로 한 1980년대 학생운동의 내력에 있다. 어린 송귀철의 시선으로 학생운동 장면들을 전개해 나가는 방식이 미묘하다. 전찬일 영화평론가가 다큐멘터리 ‘정돌이’를 소개하면서 울먹거리는 모습이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이...
2025.02.20 17:33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을 잇는 곳이 시나이반도다. 겉으론 척박해서 보잘것없어 보이는 곳이지만 역사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지금도 민족문제, 종교 간의 갈등….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곳이다. 한밤중에 출발해 걸어서 산을 오른다.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잘 보이지도 않는 길만을 따라 무릎이 깨져가면서 오르고 또 올랐다. 그 옛날 모세가 십계명 판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워낙 성스럽게 전해져서 믿음이 있든 없든 이 시나이산에 오르고 싶었고 또 올라야만 했다. ...
2025.02.20 17:34겨울이 탄핵될 분위기다. 새봄을 인용하려는 듯 봄기운이 완연해졌다. 고로쇠 수액이 떠오른다. 자당과 나트륨, 마그네슘, 칼슘, 철분 등 무기물을 많이 머금은 수액이다. 비타민 B1, B2, C도 많이 들어 있다. 뼈에 이롭다. 위장병에도 특효가 있다. 골리수(骨利水)로 불린다. 고로쇠 수액 한 사발을 그리며 백운산 자락 추산마을로 간다. 광양 백운산은 고로쇠 수액의 본고장으로 통한다. 마을 입구 담장부터 다르다. 도선국사와 고로쇠 수액에 얽힌 이야기를 벽화로 그려 놓았다. 좌선을 오래 한 도선이 다리를 펼 수 없었는데, 수액을...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5.02.20 17:33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 중국을 배경으로 하는 는 푸치니가 작곡한 세계인이 사랑하는 유명 오페라이다. 또한, 이집트를 배경으로 하는 역시 베르디의 대표작으로 세계 오페라 극장의 주요 레퍼토리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인류가 낳은 최고의 공연예술인 오페라의 특별한 소재는 당시 미지의 세계였던 동아시아와 신비로움이 넘쳐나는 아랍을 소개하며 새로운 음악적 선율과 배경을 통해 유럽을 배경으로 획일화되는 오페라의 지평을 넓혀 주었다. 현대에는 한국을 소개하는 오페라도 등장하였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념하여 서울 시립 오...
2025.02.13 18:29지난해 11월 고흥분청문화박물관, 천경자(1924~2016, 본명은 玉子) 탄생 100주년 특별전이 열렸다. 성황을 이룬 관람객들 틈새에 끼어 고흥사람 천경자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9월 순천대학교 박물관에서는 남도문화자원연구원 주관으로 한창기와 천경자를 주제로 한 학술토론회가 열렸고 답사가 이어졌다. 두 행사에 참여하며 느낀 바들을 정리해 두고자 했으나 차일피일 해를 넘기고 말았다. 늦긴 했지만 적어도 몇 번은 짚어두어야 할 남도의 유산이라는 점에서 내 게으른 탈고를 채근 중이다. 그저 생각했던 것은 내 전...
2025.02.13 18:01“예술은 답습을 허용하지 않는다.” 매년, 아니 매일 새로운 예술 이론, 운동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지금 이 말을 하는 순간에도 예술의 생태계는 빠르게 돌아간다. 과거 자연을 그대로 그리는 회화에 대한 반발로 인상파(impressionism)와 야수파(fauvism), 입체파(Cubism)가 차례로 탄생했고, 20세기에 들어서 이미지 자체를 저항하는 개념미술(conceptual art)이 등장한다. 올해 두 번째 칼럼에서는 개념미술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현대미술 작가를 소개한다. 할리우드 문화를 가까이에서 접한...
2025.02.09 17:59붉은 바람이 거세게 부는 날이었다. 며칠 밤낮 동굴에 몸을 숨겼다가 연두색 바람이 시작하는 날에야 간신히 동굴을 나왔다. 동굴 안의 그이를 불러낸 것은 그로부터 한참 지나서였다. 연푸른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새로 난 일곱 색깔 바람들이 엉키기 시작했다. 애무하는 것인지 밀어내는 것인지 난무(亂舞)의 행로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바람에게 색깔을 입힐 수 있다면, 그래서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 이런 서술이 가능하리라. 어디 바람뿐이랴. 하늘에서 내리는 빛이야말로 사실은 색깔 자체 아니던가? 빛의 삼원색에서 색의 삼원색이...
2025.02.06 17:15중국 샨시성(陝西省)의 중심이고, 중국 지형의 중심에 있는 시안(西安)은 역사의 고도다. 특히 당나라 때는 ‘장안(長安)’이라 부르면서 ‘실크로드’라는 무역로 활성으로 세계의 중심이라 했다. 그 시안의 중심에 ‘종루(钟楼)’가 있어 요즘 밤마다 난리가 나고 있다. 당나라 시대의 귀족들 의상을 차려입은 수많은 사람이 밤이면 밤마다 이곳으로 몰려든다. 조명을 받아 화려하게 빛나는 종루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기 위함이다. 처음에는 오늘 무슨 행사가 있는 특별한 날인가 했지만 ...
2025.02.06 17:15‘대나무 고을’ 담양 별미 가운데 하나가 국수다. 비빔국수도, 멸치국수도 맛있다. 국수와 벌을 이루는 삶은 달걀도 입맛을 돋운다. 만족도가 매우 높다. 다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국숫집은 담양천변 시장 부근에 모여 있다. 국수 한 그릇과 삶은 달걀이 주는 포만감을 안고 천변 둔치에 섰다. 관방제림으로 이어지는 천변 풍경이 넉넉하다. 천변을 따라 걷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있다. 어르신들 파크골프장도 저만치 보인다. 천변은 영산강 상류 관방천이다. 담양읍내를 가로질러 ‘담양천’으로도 불린다. 둔치가 관방제(官防...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5.02.06 17:15북소리 둥둥 징소리 꽝꽝/ 장구는 동당동당 각(角)은 뛰~뛰/ 깃발은 펄럭펄럭 춤은 사뿐사뿐/ 짐승 얼굴 사납고 호랑이 모자 드높네/ 집뜰 우물 부엌에서 우렛소리 땅을 울리며/ 나아갔다 물러났다 조수처럼 분주하네/ 문호(門戶)의 신령께 새로 치성을 더하니/ 숲과 시내 도깨비들 도망가기 바쁘네/ 종규(鍾馗)가 눈동자를 움켜쥐고 서서 먹고/ 피를 뿜어 불 만들어 온몸을 태우네/ 귀신도 간 있다면 떨어지고 말았을 터/ 살려달라 애걸하며 머리를 조아리다/ 후다닥 정신없이 문밖으로 도망쳤나/ 천지가 말끔하고 달과 별이 찬란하네/ 징을 치고 ...
2025.01.30 18:23이탈리아의 경제 수도라 할 수 있는 북부 최대의 도시 밀라노에는 수많은 유적지와 수려한 카톨릭 성당, 그리고 세계 최고의 오페라 하우스 중 하나인 ‘라 스칼라 오페라 극장 (Teatro alla Scala)’이 있다.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은 세계 5대 오페라 극장으로 전 세계 성악가들의 꿈의 무대이다. 1778년 건립된 오랜 역사를 품고 있는 이 극장은 19세기 이탈리아 오페라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었던 ‘주세페 베르디’, 자코모 푸치니‘의 유명 오페라 작품의 초연이 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현재의 극장은 두 번째로 지어졌는...
2025.01.30 16:54을사년을 푸른뱀의 해라고 하니 푸른색이 어쩌고 뱀이 어쩌고 호들갑을 떨었다. 예외 없이 질문이 들어온다. 그거 음력 설날 기점 아닌가? 맞다. 갑오개혁 이후 태양력이 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전까지는 그랬다. 아니, 본래 음력 설날이 육십갑자 구성의 기점 아닌가 말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2025년 시작되던 날 본 칼럼을 통해서 을사년과 뱀의 의미를 말한 바 있다. 설날이라는 기점이 동짓날, 양력 설날, 음력 설날, 입춘, 심지어 삼월삼짇날까지 변화해 왔다. 설날이 고정되어 있던 게 아니다. 물론 오랫동안 음력을 사용해 왔으니 그...
2025.01.23 1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