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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너무 행복했어, 감동이야!” 여섯 살 된 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한 말이다. 어떤 맛있는 생일 음식이라도 먹은 것일까? 갖고 싶었던 물건을 선물 받기라도 한 것일까? 지난달 광양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어린이 음악극 ‘심심해 호랑이는 장가갈 수 있을까?’라는 공연 후 쏟아져 나온 인파들이 이구동성 칭찬하던 풍경의 하나다. 이 어린이 가족은 경상북도에서 두 시간 반을 달려왔다고 한다. 또 어떤 엄마들은 이렇게 말했다. “광양에서 이런 수준 높은 어린이 음악극을 볼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요.” 관객의 반응이 열광적이었다. 배...
2025.06.27 11:22벨칸토(Bel canto)라는 말은 이탈리아어로 ‘아름다운 노래’라는 의미를 뜻한다. 18세기에 확립된 이탈리아의 가창 기법으로 19세기 전반 이탈리아 오페라에 쓰였던 기교적 창법이다. 벨칸토 창법을 극대화한 벨칸토 오페라들은 극적인 표현이나 낭만적인 서정보다도 아름다운 소리와 선율 중심으로 훌륭한 연주 효과를 도출해 내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대표적인 이탈리아 벨칸토 작곡가로 벨리니(Vincenzo Bellini, 1801~1835), 도니제티(Gaetano Donizetti, 1797~1848), 로시니(Gioacchino R...
2025.06.26 09:30고샅길이 조붓하다. 산새 지저귀는 소리가 귓전을 간질인다. 담장 벽화도 정겹다. 농악놀이를 주제로 한 그림에서 활기가 묻어난다. 나도 모르게 발끝에 힘이 실린다. 달 상징 조형물도 눈길을 끈다. 월하(月下)마을이다. 입간판엔 ‘달 아래 첫 동네’라고 적혀 있다. 국립공원 월출산 자락이다. 나도 모르게 노래 한 소절이 흥얼거려진다. 하춘화가 불러 공전의 히트를 한 ‘영암아리랑’이다. ‘달이 뜬다 달이 뜬다/ 둥근 둥근 달이 뜬다/ 월출산 천황봉에/ 보름달이 뜬다/ 아리랑 동동 쓰리랑 동동/ 에헤야 데헤야 어사와 데야/ 달 보는 ...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5.06.19 17:43소는 누가 키우나? 처음 들으면 그냥 웃자고 던지는 농담 같지만 곱씹을수록 이 말엔 우리 사회의 핵심 질문이 담겨 있다. 풍자와 자조가 섞인 유행어이기도 했다. 이상은 좋은데 현실은 누가 책임져? 기획은 좋은데 정작 실무는 누가 해? 다들 말은 잘하는데 도대체 소는 누가 키우냐고? 대개 이런 뉘앙스다. 이 말이 자조적으로 유포되면서 책임회피형 농담이나 허탈함을 표현하는 풍자어가 됐다. 하지만 농경사회에서 이 말은 매우 구체적인 질문이었고 우리 사회를 지탱해 온 기본 시스템이기도 했다. 농사일에 절대적인 것이 소였다. 소를 사람과 다...
2025.06.19 17:41긴 터널이었습니다 우리는 지난 몇 년 동안 나라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답답해했고 눈앞에서 무너지는 공동체의 가치에 속수무책으로 마음졸여야 했습니다 품격을 잃고 진실은 짓밟히며 외세에 기웃거리는 매국정치가 극보수의 이름 아래 당당히 자리를 차지하는 걸 지켜봐야 했습니다 말 그대로 나라가 망해가고 있었지요 힘든 싸움이었지만 우리는 새 시대의 문을 열었습니다 그것은 승리가 아니라 시작입니다 단죄하고 청산하고 포용하면서 우리는 항상 깨어 있어야 합니다 그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나라 걱정에 잠 못 ...
감사의 꽃, 연대의 꽃, 희망의 꽃을.2025.06.19 17:41베르디는 오페라 이후 이탈리아의 영웅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오페라 작곡가로서의 명성은 온 유럽에 퍼져 섭외 1순위 작곡가로 분주한 나날을 보낸다. 특히 베르디는 뛰어난 문학작품을 골라 오페라화했는데 세익스피어의 문학작품 외에도 빅토르 위고, 알레상드르 뒤마, 당시 독일의 대문호 괴테와 쌍벽을 이루던 프리드리히 쉴러(Fridrich von Schiller, 1759~1805)의 작품이 베르디의 손을 거쳐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특히 쉴러의 ‘군도’, ‘돈 카를로’, ‘간계와 사랑’은 베르디의 오페라로 승화된 주요 작품이며 이번에 ...
2025.06.12 10:35전통회화(繪畵) 중 한국을 대표할 만한 작품들은 셀 수 없이 많다. 그중에서 가장 한국적인 그림을 고르라면 선뜻 내놓을 수 있을까? 단순히 그림의 장르나 형태로만 고를 수 있는 게 아니기에 난처해지기 마련이다. 예컨대 산수나 풍경이 인간의 삶과 조화를 이루는 자연관, 여백의 미나 담담한 선과 색채에 드러나는 감정선, 한이나 흥, 정 따위의 정서 구조, 기호나 도상이 가지는 회화적 구조 따위를 복합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서나 철학, 미의식, 삶의 태도들 말이다. 말하자면 국보로 지정된 추사의 ‘세한도’를 가장 한국적인...
2025.06.12 10:19최근, 국내외 미술계는 한국 현대미술의 경계를 확장해 온 강서경(1977~2025년) 작가의 부고에 깊은 애도를 표하고 있다. 작가는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전통과 현대를 잇는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해 왔다. 특히 한국의 전통적 개념과 서사적 요소를 현대적 시점으로 재해석하여, ‘개인’과 ‘공동체’, ‘사회적 관계’에 대한 성찰을 지속해 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동양화를 전공하고, 영국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에서 회화를 전공한 후, 이화여자...
2025.06.08 17:29장성군은 올해 ‘장성방문의 해’를 맞아 역사 인물을 선정하고 있다. 지난 3월 첫 선정 인물은 춘원 임종국(1913~1987) 선생이었다. 선생은 민둥산이던 축령산에 나무를 심으며 숲을 가꿔 ‘조림왕’이 됐다. 4월 인물엔 만암스님(1876~1957)이 선정됐다. 스님은 백양사에 고불총림을 설립하는 등 인재 양성과 왜색불교 척결에 앞장서며 한국불교의 기틀을 다졌다. 5월 역사 인물에는 김동수(1958~1980) 열사가 선정됐다. 열사는 1980년 5·18 때 마지막까지 도청을 지켰다. 5월27일 새벽 전남도청 민원동 2층에서 공수...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5.05.29 17:58국가의 상징으로 다룰 만한 것들이 여러 가지다. 한 나라의 정체성, 역사, 문화, 철학, 정치체계를 시각적, 청각적, 개념적으로 대표하는 요소들이 그것이다. 공식적 법령에 명시된 것과 관습적으로 통용되는 것들로 구분해 볼 수 있다. 태극기, 애국가, 무궁화, 국새(國璽) 이외 나라의 새(國鳥), 나라의 나무(國樹), 국기(國技), 대통령기, 조선왕조실록이나 훈민정음 등의 국가도감 등 거론할 만한 것이 많다. 대한제국기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여러 변천 과정을 거쳐 국가상징으로 여길만한 국장(國章)들이 거론되거나 주장됐다. 법령 정...
2025.05.29 17:56날이면 날마다 새날이지만 이제 조금 남은 그날이 정말 기다려진다. 선택인 듯하지만 우리에겐 절실한 심판이기에 늘 봐왔던 그렇고 그런 것이 아니라 건국한다는 진정한 마음을 담아 다시금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워가는 그날이기를 기대한다. 좋은 날은 항상 꿈꾸듯 밀려온다 했다. 그래도 여기는 어쩔 수 없는 인간 세상이다. 우리가 만들고, 우리를 위한 세상일지라도 그게 절로 품에 안겨 오던가. 그저 꿈꾸는 세상에 가까이 다가서고 내일은 조금 더 나다운 방향이기를 기...
2025.05.29 14:49‘창작판소리 윤상원가’ “사방은 칠흑같이/ 쥐죽은 듯 적막할 제/ 시민군들 어느결에/ 총을 꼭 껴안고는/ 살풋 잠이 들었구나 그때여 윤상원은/ 초조한 마음을 달래느라/ 담배 한 대 피워무니/ 지나간 젊은 날들/ 회한이 밀려온다~” 예사롭지 않은 선율, 진양조장단이라 더욱 장중하다. 노래하는 이의 후골(喉骨)이 박사 고깔의 끝자락처럼 떤다. 노래를 넘고 장단을 넘어 마치 세상의 끝 지점에 이르고야 마는 애절함이 울대에 닿은 까닭이리라. 이윽고 노래는 ‘소리 내력’의 한 구절로 이어진다. “어머니~/ 고향에 돌아가요/ 죽어도 나는 돌...
2025.05.22 17:48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에 관하여 안나 카림 팜 노벨문학상 선정 위원은 “1980년대 광주 민주화 운동에 관한 감동적이면서도 끔찍한 이야기로 트라우마가 어떻게 세대를 넘어 계승되는지를 다룬, 역사적 사실을 아주 특별하게 다루었다”고 말했다. ‘소년이 온다’로 이제 당시 동양의 변방인 대한민국 5월 광주의 끔찍한 만행은 한강의 활자로 세계인이 공감하는 사건으로 주시하게 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그 의미를 기억하며 민주화를 열망했던 광주가 낳은 시대 정신으로 이제 세계가 광주를 품고 광주가 세계에 고할 수 있는 ...
2025.05.22 09:15“멀리 고향을 떠난 지 40여 년 만에/ 희어진 머리를 깨닫지 못하고 돌아왔네/ 새 터의 마을은 풀에 묻혀 집은 간데 없고/ 옛 묘는 이끼만 끼어 발자국마다 수심에 차네/ 마음은 죽었는데/ 한은 어느 곳으로부터 일어나는가/ 피가 말라 눈물조차 흐르지 않네/ 이 외로운 중(僧) 다시 구름 따라 떠나노니/ 아서라, 수구(首丘)한다는 말 부끄럽구나” 초의선사가 58세(1834년)에 고향을 찾아와 읊은 노래다. 대선사이니 속세와는 인연을 끊고 정진해 불도를 이뤘을 듯싶지만, 고향과 부모 형제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숨길 수 없었던 것일까. ...
2025.05.15 15:16친일은 반성해야 마땅하고, 독립운동은 예우받아야 한다. 친일잔재 청산은 이 가치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이것이 정의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안도 사람은 예우 대상이다. 우리가 마음의 빚을 지고 있는 섬, 완도 소안도다. 소안도는 완도에서 남쪽으로 10여㎞ 떨어져 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보길도와 노화도를 옆에 두고 있다. 배는 화흥포항에서 탄다. 여객선 이름도 ‘대한민국만세’에서 따 대한호, 민국호, 만세호로 붙여져 있다. 화흥포를 출발한 배는 노화도 동천항을 거쳐 소안도까지 50분 만에 데려다준다. 민국호를 타고 들어가 소안...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5.05.15 1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