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년을 푸른뱀의 해라고 하니 푸른색이 어쩌고 뱀이 어쩌고 호들갑을 떨었다. 예외 없이 질문이 들어온다. 그거 음력 설날 기점 아닌가? 맞다. 갑오개혁 이후 태양력이 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전까지는 그랬다. 아니, 본래 음력 설날이 육십갑자 구성의 기점 아닌가 말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2025년 시작되던 날 본 칼럼을 통해서 을사년과 뱀의 의미를 말한 바 있다. 설날이라는 기점이 동짓날, 양력 설날, 음력 설날, 입춘, 심지어 삼월삼짇날까지 변화해 왔다. 설날이 고정되어 있던 게 아니다. 물론 오랫동안 음력을 사용해 왔으니 그...
2025.01.23 17:52설날을 앞둔 이맘때면 유난히 옛 생각이 난다. 눈이 소복하게 내린 골목과 돌담 풍경은 그 앞자리를 차지한다. 그때 그 시절 골목과 돌담은 고만고만한 어깨를 마주한 친구들의 놀이터였다. 마을사람들도 만나고 소통하는 공간이었다. 골목에는 그때 그 시절의 정취와 애환, 정겨움이 배어있다. ‘남도답사일번지’ 강진군 병영면에 있는 한골목이다. 길게 이어진 돌담이지만, 여느 마을과 다르다. 층층이 엇갈려 지그재그로 쌓은 것이 별나다. 담장도 높다. 우리 전통이라기보다, 네덜란드식 담쌓기라고 전해진다. 돌담에는 수백 년 이어온 이야기가 새겨져...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5.01.23 17:52새해를 맞이하면서 지리산 자락을 끼고 도는 섬진강을 보기 위해 왕실봉에 올랐다. 해발 1200m의 제법 높은 곳이다. 겹겹이 보이는 산세가 험하지 않으면서도 유장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이고, 또 학창 시절 시인이시던 선생님께서 ‘며느리 허리띠 같은 강’이라 표현하셨던 곳이 바로 이 섬진강이다. 날씨 관계로 장엄하게 떠오르는 태양을 대하지는 못했지만 구름 사이로 퍼져 나오는 햇살이 가느다란 물줄기를 빛나게 하는 광경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서 있는 채로 멍을 때려...
2025.01.23 17:522025년, 을사년(乙巳年)이 시작됐다. 과거 육십갑자 순환 속에서 을사년은 유독 굵직한 사건들이 많았던 해로 기록돼 푸른색의 ‘을(乙)’과 뱀을 뜻하는 ‘사(巳)’가 만나 ‘푸른 뱀(靑蛇 청사)의 해’라 불린다. 이는 인류 역사에서 변혁과 치유, 위험을 동시에 상징하는 복합적인 존재로 여겨져 왔다. 우리 역사에서는 주로 지혜와 생명력을 상징했던 것으로 보인다. 세계사적으로 이집트의 경우, 뱀은 우라에우스(뱀 모양 왕관)처럼 권위의 상징으로 사용되기도 했고 현재 사용되는 서양의학의 상징인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Rod of Ascl...
#2025011201000293900009855#2025.01.19 17:38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을 체포하는 것으로 응원봉 혁명이 일단락됐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성명을 발표해 우리를 지지했다. “미국은 한국 국민에 대한 지지를 확고히 한다. 법의 지배에 대한 우리 공동의 약속을 재확인하고, 한국과 한국 국민이 헌법에 따라 행동하기 위해 기울인 모든 노력에 감사한다.” 윤 수괴의 계엄령 선포와 의회의 해제 가결 이후 헌법적 절차대로 꾸준하게 진행되는 민주 질서 회복에 대한 지지 성명이다. 미국뿐이 아니다. 민주주의를 모토 삼는 세계의 여러 나라가 이른바 응원봉 혁명의 과정을 생중계하듯 지...
2025.01.16 18:20모차르트의 오페라 의 ‘밤의 여왕 아리아’처럼 아리아처럼 대중들에게 오페라 작품보다 더 유명세를 치르는 오페라 서곡이 있으니 이는 베르디의 서곡이다. 오페라에서 서곡은 오페라의 여러 테마를 연결하며 전개하는데 특히 베르디(G. Verdi,1813~1901) 서곡은 광고, 드라마, 영화 음악 등에서 자주 등장하는 레퍼토리이다. 특히 프랑스 영화 ‘마농의 샘’에 등장하여 강렬하게 관객에게 각인되었는데 영화의 주인공이 운명의 강력한 힘 앞에 나약하게 굴복하고 마는 인간군상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서곡의 멜로...
2025.01.16 17:432024년 12월3일 오후 11시, 대통령 윤석열에 의해 위헌·위법한 계엄이 선포됐다. 1972년 10월 박정희의 10월 유신 이후 52년 만에 현직 대통령이 일으킨 친위 쿠데타이자 내란이었다. 다행히 국회의 계엄해제 가결로 일단의 수습을 했지만, 온 국민 모두 가슴을 쓸어내린 시간이었다. 계엄해제에 대해 여러 분석이 있다. 그중에서도 발 빠르게 대처했던 국민들의 마음이 핵심이라는 게 중론이다. 전남대 박구용 교수는 이를 학습된 효과라고 말한다. 동학으로부터 5·18에 이르는 시민들의 학습과 경험이 일촉즉발의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2025.01.09 18:05앙상한 나뭇가지에 노란 열매가 하나둘 달려 있다. 생김새가 울퉁불퉁하다. 열매는 땅에도 떨어져 있다. 여름 햇볕과 가을바람을 머금은 향이 짙다. 매혹적이다. 나무도 굵고 크다. 나무 자체로 풍경이 되는 모과나무다. 열매 하나 주워 자동차 안에 둘까? 잠깐 생각한다. 큰 분재처럼 다듬어진 팽나무도 멋스럽다. 세월의 더께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산골의 매서운 바람과 눈보라를 다 이겨낸 나무다.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비는 당산나무여서 더 정겹다. 이야깃거리 많고 전설까지 간직한 팽나무다. 여름날 풍성한 초록 열매는 새들이 좋아한다. ...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5.01.09 17:07이 나라는 정녕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인물 하나를 뽑자고 했더니 이무기를 뽑아놓으니 나라도 아닌 나라가 되었다. 술 취한 정신으로 이 나라를 주무르려다가 안 되니 내란을 일으킨 것을 온 국민이 생방송으로 지켜보았는데도 적법한 통치행위라 우겨대면서 망발을 서슴지 않고 있다. 거기다가 내란 동조와 방조 집단의 행태가 가관이다 보니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참으로 창피하다. 나라가 망가지는 것이 창피한 것이 아니라 이 나라의 국민인 것이 창피한 것이다...
2025.01.09 17:03육십갑자로 시간을 이해하는 방식은 음력을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굳이 따질 필요 없다. 양력이 보편화됐기 때문이다. 설날이라는 기점이 동짓날, 양력 설날, 음력 설날, 입춘, 심지어 삼월삼짇날까지 변화해 왔음을 상기한다. 동짓날이 고대의 설날이었다는 점은 팥죽 한 그릇 먹어야 나이 한 살 더 먹는다는 관념을 통해 알 수 있다. 나는 고대 마한의 설날이 씨뿌리는 오월 며칟날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의 설날이 4월의 송끄란(물 축제하는 날)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된다. 무엇이 시작이고 무엇이 마무리인지, ...
2025.01.02 18:19이집트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 세 가지를 말하라고 하면 피라미드 같은 이집트 고대 유물, 이집트에 막대한 부를 안기고 있는 홍해와 지중해를 잊는 수에즈 운하이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고대 이집트의 수도 멤피스와 나일강 변의 도시 테베를 배경으로 하는 베르디의 오페라 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1869년 수에즈 운하 개통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카이로 오페라 극장의 위촉을 받아 1871년 크리스마스이브에 올려졌는데, 지금까지 피라미드가 보이는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에서 매년 제작되며 엄청난 관광 수익을 창출해내고 있다. 당시...
2025.01.02 17:48어느 자리에서 목포대 강봉룡 교수가 ‘역사도 문학이다’라고 언명한 데 대해 나는 이렇게 호응했다. ‘문학도 역사다.’ 오늘 이 자리에서 다시 답한다. ‘갯돌도 역사다. 피 터지는 목청으로, 울부짖는 몸부림으로, 마치 해마다 당산목에 새로 감기는 왼새끼줄처럼 비틀고 꼬아서 맨땅에 써 온 남도의 역사다.’ 10여년 전 마당극패 ‘갯돌 30년사’의 헌사(獻辭)를 이렇게 시작했더랬다. 그로부터 다시 한 순(旬)을 넘긴 모양이다. 지난해 ‘갯돌 40년 대본집’이 출판돼 나왔다. 대전의 ‘우금치’, 광주의 ‘신명’, 부산의 ‘자갈치’, 진주의...
2024.12.26 17:05우크라이나는 심각한 환경 재앙을 겪고 있다. 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1/3이 탄약에 포함된 독성 성분으로 오염되었다. 세계는 이전에 이렇게 대규모의 탄약 사용을 경험한 적이 없다. 탄약과 무기에서 납, 카드뮴, 비소, 수은과 같은 독성 원소는 토양으로 침출된다. 화학물질이 일단 물이나 토양에 들어가면 조만간 식물, 동물 또는 식수를 통해 인체에 유입된다. 중금속이 토양 내 박테리아의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들은 식물 발달과 미량 영양소 공급을 억제하여 생리적 장애를 일으키고 질병에 대한 식물의 저항력을 감소시...
2024.12.26 17:04구심점(求心點). 가운데로 쏠려 모이는 점(點)을 가리킨다. 중심 역할을 하는 사람이나 단체를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구심점은 규모가 크든 작든 다 있다. 정부와 지자체, 정당은 물론 읍면동, 마을에도 있다. 최근 윤석열 탄핵과 구속, 파면을 촉구하는 집회도 ‘촛불행동’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구심점이 되는 노래도 있다.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 수많은 알 수 없는 길 속에 희미한 빛을 난 쫓아가/ 언제까지라도 함께 하는거야 다시 만난 나의 세계…’ 촛불집회에선 ‘소녀시대’의 노래 ‘다시 만난 세계’가...
2024.12.26 17:02내가 또다시 광야에 던져졌다. 아니 어쩌면 진즉부터 나는 황량한 이곳에 서 있었는지도 모른다. 살을 에는 추위가 늪처럼 깔린 이 광야에 내가 의지할 곳은 어디인가. 수많은 시간이 스쳐 지나갔음에도 흔적조차 남기지 않은 이곳에서 무엇을 찾고 누구를 목놓아 불러야 할까. 호랑이가 성년이 되면 숲속에서 혼자 살아가야 하듯, 나 또한 처음부터 혼자였기에 외로움을 느끼는 것조차 사치스럽고 나약함을 드러내는 것이라. 바람 잘 날 없이 세상이 요동친다. 참으로 못되고...
2024.12.26 1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