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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 미국 뉴욕주립대 유학 시절,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보다 높게 쌓인듯한 학업 스트레스를 해소할 요량으로 토요일 밤이면 익숙한 안주 마냥 즐겨 찾았던 TV 프로그램이 있었다. NBC가 제작 방영하는 SNL(Saturday Night Live)이라는 생방송 버라이어티 코미디 쇼였다. 한국에 있을 적 심오한 사회풍자나 정치비판 프로그램을 거의 접하지 못했기에 그 쇼를 시청하는 것은,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에 나오는 대사처럼 “멋진 신세계”(O brave new world)이자 강렬한 문화적 충격이었다. 당시 우리의...
2025.06.10 13:12지난 5일, 세계환경의 날이었다. 지난 1972년 6월, 스톡홀름에서 환경을 주제로 ‘유엔인간환경회의’가 개최되었고 ‘환경권 보장’을 규정한 ‘인간환경선언(일명 스톡홀름 선언)’이 채택됐는데 그날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했다. 올해 기념행사는 한국 제주에서 유엔과 우리 정부의 공동 주최로 진행됐다. 6·3 대선이 끝나고 새 정부가 출범한 즈음이라 국제적 이벤트임에도 주요한 뉴스거리가 되지 못했다. 올해 세계환경의 날의 주제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국제사회의 단호한 의지가 반영되었다. 지난 2...
2025.06.09 16:59‘아이스 브레이킹’이란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어색하고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깨뜨리는 일’을 의미한다. 시나리오를 쓴 감독은 이 의미를 인간의 내면으로 눈을 돌려 확장하고 심화시키고자 했다. 그래서 ‘브레이킹 아이스’라는 타이틀을 내세운 듯하다. 연길의 겨울은 동토의 도시다. 국경도시에 감도는 냉랭함이 더해져 이곳의 겨울은 매섭도록 차갑다. 두꺼운 얼음을 자르고 나르는 격한 오프닝으로 차가운 기운을 뿜기 시작한 영화는 계절보다 더 꽁꽁 얼어붙은 채 살아가는 청춘들을 등장시킨다. 연길에서 가이드 일을 하는 나나(배우 주동우), ...
2025.06.09 16:27인수과정도 없이 곧바로 열린 첫 국무회의에서 한 대통령의 발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좀 어색하죠? 우리 웃으면서 합시다.” 나랏일을 위해 아군과 적군을 나누지 말고 국민을 위해 일하자고, 승자 갑질이 아니라 절체절명의 국정을 두고 즐겁게 진실로 머리 맞대자고 한 말이다. 직전 대통령과 달리 이재명 대통령의 언어 안에는 기대할 수 있는 몇 가지 희망적 요소가 있다. 그래서 다행이다. 그렇다고 명비어천가를 읊조리자는 말은 아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우리의 미래가 있다. 첫째, 그는 전통적인 학벌 중심 사회에서 벗어난 인...
2025.06.08 18:05이재명 대통령이 ‘6·3 조기대선’에서 얻은 득표수는 1728만표로 ‘역대 최다 득표’다. 득표율 49.4%로 비록 근소한 차이로 과반을 넘지 못했지만, 2위 김문수 후보를 8.2 % 포인트, 289만 표 차이로 크게 이겼다. 3년 전 대선에서 패배했던 24만표 차이를, 12배 차이로 뒤집은 ‘압도적 정권교체’다. 이번 대선 결과 이 대통령은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강력한 권력의 대통령이 됐다. 행정부는 물론 입법부까지 완전히 장악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석수는 171석. 여기에 조국혁신당 12석 등 범여권을 모두 합치면 1...
2025.06.08 17:12글씨 한 점이 210억원에 팔렸다는 뉴스에 귀를 의심했다. 중국 명나라 중기의 철학자이자 정치가로 알려진 왕양명의 시서(詩書) 작품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경매 시장에서 1억 900위안에 낙찰되었다는 인터넷 보도를 보고 가짜뉴스나 오보라고 생각했다. 백운동 전시관에 있는 추사며 다산, 청명, 일중, 학정선생 등의 서예 대가들의 작품 값과 비교해 보자니 터무니 없는 가격에 놀라고 부러웠지만 믿기 어려워 기사 검색을 더 해보니 출처가 분명한 사실이었다. 정말로 궁금한 것은 따로 있다. 지귀연 판사가 룸살롱 접대를 받았다는 것이 사실일...
2025.06.04 15:27지나고 보니, 한국의 아파트 시작과 성장은 가히 혁명적이다. 그러나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아슬아슬했다. 공동주택을 ‘공동의 주택’으로 해석하면 법률 용어 해석으로 틀렸다. ‘공동주택’의 용어 정의를 살펴보면, 격세지감이다. 1972년 12월 30일 제정되고, 이듬해 1월 15일 시행된 주택건설촉진법에서 ‘공동주택’이라는 용어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아파트는 국민주택과 민영주택의 이름으로 지어지기 시작했다. 관리 부재와 촉진 우선 정책으로 강남 아파트 시대가 열렸다. 주택건설촉진법에서 ‘공동주택’ 용어가 출현한 것은 그로부터 한...
2025.06.03 13:486월로 접어들었다. 날씨는 점점 더워지고, 감기 바이러스가 여기저기 발발해 나이 들고 심신이 약해 진 자들을 공격하고 있다. 거기다가 우리나라 새로운 대통령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잘 만들어가야 할 텐데 사뭇 걱정이 태산이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 나누다가 결론은 늘 우리나라 정치이다. 어이, 어디 이 나라가 제대로 살아남겠는가? 정말 힘들어 못 살겠네. 코로나 때가 차라리 더 나았어. 차라리 자네가 나가서 좀 잘해 보소~~ 아니, 무슨 소리 하는가?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녀~~ 그 진흙탕에 들어가서 치...
2025.06.03 13:486월 14일 세계헌혈자의 날이다. 헌혈의 중요성을 알리고 헌혈자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날이다. 헌혈의 가치를 가장 절절하게 느낄 수 있는 순간은, 바로 수혈이 절실한 환자나 가족들의 이야기 속에 담겨있다. 한 췌장암 수술 환자의 자녀는 이렇게 회상한다. “여러 약품 팩들 사이로 어김없이 혈액 팩이 함께 걸려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피가 있어야 아버지가 건강을 유지하실 수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에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많은 분의 핏줄이 아버지께 이어졌고, 아버지의 핏줄을 이어받은 제가 또 저의 핏...
2025.06.03 13:48오래 전 일이다. 안식년이라 유럽에 교환교수로 가 있던 C교수에게 한국의 제자로부터 소포가 배달되었다. 소포상자 안에 신문지 여러 겹으로 싼(버블 랩도 흔치 않았던 아주 오래 전이었던가 보다) 소주 한 병이 들어 있는 것을 본 C교수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한다. 소주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그런 존재였다. 기분에 따라, 날씨에 따라 찾는 존재. 밥상에 색다른 반찬이 올라와도 생각나고, 진수성찬에도 비싼 양주나 와인보다는 소주를 우선으로 여기는 민족이라 거의 반려주라 일컬어도 과언이 아닌 존재가치를 갖고 있다. 우리에게는 전국을...
2025.06.02 10:46서시천은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에서 구례읍까지 흐르는 아름다운 하천이다. 신비한 전설을 가진 생명의 젖줄로 사랑받아왔다. 구례군 대동맥이요 군민들의 생활 연결선인 서시교가 철거 논란으로 갈등이다. 군민들이 비장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 4월 11일 권향엽 국회의원, 김순호 군수, 장길선 의장, 김창승 서시교대책위원회 상임대표 등이 구례군의회 광장에서 성명서 발표와 함께 서시교 지키기 1만 명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서시교는 구례군민의 다리다. 철거하거나 3m 이상 숭상할 이유가 없다. 서시천에 소급 적용한 하천 기본계획을 재...
2025.06.01 16:54탄핵 이후 조기 대선의 국면이다.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고 비상계엄을 선언한 윤석열은 탄핵됐다. 그리고 조기 대선이 결정되고, 각 정당들은 대선 후보를 내세웠다. 때아닌 오월은 대선 선거 열풍으로 뜨겁다. 저마다 각종 대선 정책을 내세우며 과열된 선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각 정당이 내세우는 정책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늘의 한국 사회는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다. 아이를 낳고 키우기 힘들어졌고, 청소년의 삶은 OECD 평균보다 훨씬 불행하다는 통계가 쏟아지고 있다. 한 해 5명 중 1명이 자살을 시도하고, 청소년 10명 ...
2025.06.01 16:534차 산업혁명으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며 AI(인공지능)가 교과서까지 대체하는 시대가 왔다. 과거에 책은 인간의 기억과 경험을 전달하는 중요한 매개체였고, 지금도 역할을 충실히 해오고 있으나,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종합 독서율이 2013년 72.2%에서 2023년 43%로 매년 급감하고 있으며, 편의성과 시간 등의 문제로 점점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교육청 도서관 역시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이제 도서관은 단순한 지식의 보고(寶庫)가 아니라, 미래 세대가 문화를 체험...
2025.05.29 17:53해남은 한반도의 남서단에 위치해 대륙과 해양이 맞닿는 교차점으로 오랜 세월 고대 문명의 교두보 역할을 해 왔습니다. 기원전 2세기경부터 기원후 4세기경까지 이 땅은 마한이라 불린 옛 나라의 일부였고, 그 중심이 해남이었습니다. 문명의 시계는 종종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았고 이후 기원후 5세기 중후반까지 고대국가 백제의 일부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마한은 역사의 깊은 강 아래로 가라앉은 채, 그 실체마저 흐릿해져 갔습니다. “마한(馬韓)의 역사는 대한민국(大韓民國)의 한(韓)이 지칭하듯이 우리 모두의 뿌리입니다.” 그렇기에 해남군...
2025.05.29 14:512020년대 들어 세계 화폐 유통 질서는 그야말로 격동의 시기다. 특히 USDT(테더)와 USDC(써클) 등 스테이블코인은 은행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전통 금융 시스템을 무력화 시키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실시간의 빠른 송금, 낮은 수수료, 손쉬운 글로벌 접근성 등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반면 한국 등 다수 국가에서는 이에 대한 대응으로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기존 암호화폐들이 급격한 가격 변동성으로 인해 안정성에 약점을 갖는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세계 기준통화인 달러 등에 1대1로 연동되어 있어...
2025.05.29 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