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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위한 눈물은 무력하고 부끄러운 것이지만 남을 위해 흘리는 눈물은 지상에서 아름답고 힘이 있다.” 지난 2022년 타개한 이어령 선생이 마지막까지 천착했던 화두는 ‘눈물’이었다. 죽음을 앞두고도 끝까지 펜을 놓지 않았던 이어령.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말’을 노트에 써내려가면서 그가 발견한 것은 ‘눈물 한 방울’이라는 마음의 표현이었다.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은 인간이 흘리는 눈물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작은 눈물방울이 품은 관용과 사랑에서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희망의 씨앗을 봤다.” 2022년 6월 발간된 그의 유고집 ‘눈...
2024.08.01 17:24잠 못 이루는 밤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푹푹 찌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밤 기온이 25도 이상으로 유지되는 ‘열대야(熱帶夜)’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열대야는 본래 기상용어가 아니었다. 일본의 기상 수필가 쿠라시마 아츠시가 1966년 저술한 ‘일본의 기후’를 통해 처음 사용됐다. 이후 일본기상청이 하루 최저기온 25도 이상인 날을 열대야로 정했다. 우리나라는 일본에서 쓰는 용어와 기준을 그대로 도입했는데, 2009년부터 열대야 발생 기준을 하루 최저기온에서 밤 최저기온(오후 6시~다음날 오전 9시)으로 변경했다. ...
2024.07.31 18:39당일에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출근 전까지 신선식품을 받아볼 수 있는 세상이 온지 오래다. 대형 유통업계가 ‘로켓·새벽·당일배송’ 등을 통해 속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생필품과 신선식품을 언제든지 받아볼 수 있다. 저렴한 가격에 각종 할인까지 받는다. 소비자 입장에선 이런 호사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대형 유통업계의 편리한 퀵(quick) 서비스는 대도시에서나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인구감소가 심각한 농어촌은 사정이 다르다. 주거지 주변의 상권이 없어 일정 거리 이상을 이동해야 식료품을 살 수 있는 ...
2024.07.30 16:50“아침에 눈을 떠서 저녁에 잠들 때까지 24시간 동안 사용자에게 모바일로 필요한 앱을 제공하겠습니다.” 10여년 전, 인터넷 업계에는 다수의 작은 기업들이 모여 커다란 비즈니스 플랫폼을 형성하는 ‘벤처연합 모델’이 급부상했다. 사용자의 24시간을 함께하는 ‘종합 모바일 포털’을 추구한 ‘옐로모바일’도 대표적인 벤처연합군 형태의 회사였다. 2년 만에 70개사를 인수·합병할 만큼 공격적인 M&A를 진행한 옐로모바일은 투자자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고, 엄청난 투자를 이끌어 내며 출범 1년 만에 쿠팡 다음으로 대한민국 2번째 유니콘 기...
2024.07.29 18:32전남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는 쌀이 주류시장에 활용되고 있다. 곡성 시향가 주조장에서는 지역 특산품인 백세미를 사용한 증류식 소주를 만들어 5년 동안 옹기에 숙성시켜 지난 1월 시장에 출시했다. 시향가 주조장이 사용한 백세미는 2024년 전남 10대 고품질 브랜드쌀에 5년 연속 선정됐다. 농림축산식품부·한국유기농업협회 주관 ‘2024년 대한민국 유기농 스타상품 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쌀부터 막걸리, 냉동김밥 등을 K-푸드라고 칭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K-푸드 수출 누적액이 지난해 동기...
조진용 기자2024.07.28 17:28“해방 조선의 아들·딸들아 힘껏 뛰고 맘껏 달려라.” 1948년 6월 21일, 제14회 런던올림픽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선수단 68명을 위한 환영식이 열린 서울역에 수많은 인파가 모여 들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2달여 앞둔 혼돈의 시기. 돈도 없고 나라마저 없었던 국민들에게 사상 처음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단의 모습은 감격이었다. 선수단의 각오도 뜨거웠다. 연단에 선 이병학 총감독은 ‘체육정신으로 민족을 더럽히지 않겠다’고 울먹였다. 12년 전인 1936년, 일장기를 달고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했던 손...
2024.07.25 17:33지난 23일 한동훈 대표 선출로 막을 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과거사 폭로 싸움’이었다. 후보들은 경쟁자를 흠집 내기 위해 자해성 폭로도 서슴지 않았다. 한동훈 후보는 나경원 후보로부터 ‘패스트 트랙(신속처리안건) 사건’ 공소 취소를 부탁받은 적이 있다고 폭로했다. 한 후보가 언급한 ‘패스트 트랙 사건’은 지난 2019년 4월 국회에서 발생한 여야 충돌 사건을 일컫는다.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여러 쟁점법안을 패스트 트랙 지정 처리할 때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들이 물리적으로 저지했다가 기소돼 현재까지 재판을 받고 ...
2024.07.24 16:45‘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70~80년대 저항가로 상징되는 노래 ‘아침이슬’. 극단 ‘학전’ 故 김민기가 서울대 회화과 학생시절 서울 우이동 반 지하에서 그림 그리던 밤, 만든 노래다. 원래 ‘아침이슬’이라는 곡을 구상 당시 영감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시련일지라’라는 가사에서 멈춰 있다가 가사의 ‘그’를 ‘나’로 바꾼 뒤 가사가 잘 써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훨씬 더 감정의 이입이 잘 되고, 당시의 시대상을 마주한 ‘나’의 기분을 잘 표현할 수 있었다고 한다. 김민기는 1970년 ‘아침이슬’을 ...
2024.07.25 14:56김민기가 세상을 떠났다. 내 또래는 그와는 좀 거리가 있다. 그렇더라도 그리 멀지는 않는다. 그가 만든 노래가 충분히 우리 세대의 토양을 적셔왔기 때문이다.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졌던 ‘아침이슬’은 지금 이 나이가 되도 가끔씩 흥얼거린다. ‘친구’라는 노래도 그러하다. 그의 삶이 어떠했는지도 이래저래 흘러가는 바람 속에서 들었기에 결코 '범상치 않은 이'라는 것만은 뚜렷이 기억한다. 어쩌면 불행했고, 어쩌면 행복했을 터다. 청춘을 맞이한 시대가 군부독재의 엄혹한 시대였다는 점에서 그는 불행했고, 맞서 싸우면서 ...
2024.07.22 18:11“일본어를 못 해도 이주할 수 있을까요?” 이달 초, 지방소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일본 훗카이도로 향해 지방소멸 극복에 성공한 니세코와 히가시카와정을 방문했다. 두 마을 다 각자의 특색이 있었으나, 마음을 사로잡은 곳은 다름아닌 히가시카와정이었다. 옛 초등학교를 활용한 외국인 공립 일본어 학교와 이어져 마을 사람들의 도서관이자 카페, 쉼터이자 마을회관으로 이어지는 센토피아2와 그 앞으로 조성된 잔디밭에서 축구하며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자 나도 모르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취재를 위한 안내를 도와준 이도...
2024.07.21 18:09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동훈 당대표 후보에 대한 ‘댓글팀’운용 의혹이 제기됐다.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한 후보 여론조작팀으로 의심되는 네이버 계정 24개와 댓글 6만개를 확인했다는 폭로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과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사실이라면 드루킹 사건과 맞먹는 대형 여론조작 사건”이라고 공세를 펴고 있다. ‘댓글팀 의혹’에 한 후보는 일절 관여한 적 없다고 부인했지만, 당내 경쟁자(당대표 후보)들과 야권까지 합세해 떳떳하면 특검을 받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댓글팀’ 용어가 ...
2024.07.18 17:28남도의 대표 여름축제인 무안연꽃축제가 다음 주말에 열린다는 짤막뉴스가 지면에 실렸다. 초록빛 연잎 사이로 맑은 자태를 드러내며 꽃망울을 틔우는 회산 백련을 기억에서 소환하니, 가까이 지내는 암주 스님과 몇 해 전 나눴던 연꽃 이야기들이 떠오른다. 연꽃은 ‘꽃 중의 군자’라 하여 화지군자(花之君子)라 이른다. 중국 송나라 때의 유학자 주돈이가 지은 ‘애련설(愛蓮說)’에서 유래했다. 주돈이는 연꽃을 두고 이렇게 묘사했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 자라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으며, 맑고 잔잔한 물에 씻겨 청결하되 요염하...
최도철 미디어국장2024.07.17 15:221995년 8월 어느 날, 무라카미 쓰네오 수은 강항 선생 일본연구회장이 선잠 결에 이상한 꿈을 꿨다. 수십여 년 강항 선생을 연구했지만 단 한번 꿈에서조차 만나보지 못했던 강항 선생이 그에게 뭔가를 건네주는 꿈이었다. 그리고 그날 아침, 한국인 한 사람이 무라카미를 찾아와 편액 하나를 내밀었다. 1597년부터 1600년까지 3년여 간 일본에서의 포로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강항 선생이 1618년까지 영광에 살면서 누군가에게 써준 것이었다. ‘어느 무엇보다 소중한 인연이었다’는 게 무라카미의 회상이다. 편액에 쓰인 글귀는 종오소호...
2024.07.16 16:39눈을 떴는데 벌레가 됐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 하루아침에 벌어졌다. 어느 날 아침 여행 판매원으로 일하던 그레고르 잠자는 잠에서 깨어나 자신이 거대한 벌레로 변신한 것을 발견한다. 흡사 바퀴벌레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팔다리는 8개로 늘어났고, 머리 위로는 길다란 더듬이가 뻗어났다. 준수했던 그의 얼굴은 멀리서 봐도 징그러운 그야말로 ‘벌레’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레고르는 자신의 몸이 변한 사실에 충격을 받지만 가장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여전히 일터로 향했다. 초반에 정성껏 돌봐주던 가족들도 어느새 그를 가장 부담...
2024.07.15 17:52특정 생물을 죽이거나 먹이로 삼는 생물을 ‘천적’이라고 한다. 생태세계에서는 각 생물들이 자연의 원칙에 따라 먹고 먹히는 천적 관계를 갖고 있는데, 이를 ‘먹이사슬’이라고 부른다. 스포츠계에도 때로는 전력차를 뛰어 넘는 천적관계가 형성된다. 어느 때보다 치열한 순위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올시즌 프로야구와 프로축구판에도 마찬가지다. 국내 프로야구 시즌 개막 후 줄곧 1위를 달리고 있는 KIA타이거즈는 SSG랜더스와 롯데 자이언츠만 만나면 유독 기를 펴지 못한다. KIA는 지난 2~4일 삼성 라이온즈와 9~11일 LG 트윈스...
2024.07.14 1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