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폭로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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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폭로 정치
박성원 편집국장
  • 입력 : 2024. 07.24(수) 16:45
박성원 국장
지난 23일 한동훈 대표 선출로 막을 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과거사 폭로 싸움’이었다. 후보들은 경쟁자를 흠집 내기 위해 자해성 폭로도 서슴지 않았다. 한동훈 후보는 나경원 후보로부터 ‘패스트 트랙(신속처리안건) 사건’ 공소 취소를 부탁받은 적이 있다고 폭로했다. 한 후보가 언급한 ‘패스트 트랙 사건’은 지난 2019년 4월 국회에서 발생한 여야 충돌 사건을 일컫는다.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여러 쟁점법안을 패스트 트랙 지정 처리할 때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들이 물리적으로 저지했다가 기소돼 현재까지 재판을 받고 있다. 한 후보는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 원칙을 지켰다는 취지로 말했으나 경쟁자들은 “무차별 총기 난사”, “보수우파 후보가 맞느냐”, “2차 가해”라며 융단 폭격을 퍼부었다. 특히 패스트 트랙 사건은 보수층에게는 집권 여당을 향한 저항의 상징처럼 여겨진 터라 국힘 당원들이 분노했고 결국 한 후보는 신중치 못했다며 머리 숙여 사과했다. 국힘 후보를 둘러싼 폭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 시절부터 본인에게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할 목적으로 사설 댓글팀을 운영했다며 활동 정황이 담긴 메시지를 공개했다. 폭로 내용이 사실이라면 당사자들은 즉각 공직을 떠나야 할 만큼 메가톤급이다.

격렬한 상호 비방과 폭로전 속에 한동훈 대표 체제가 출범했다. 한 대표는 경선 과정의 갈등을 신속히 봉합하려 하겠지만 뜻대로 될 지는 미지수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이 국힘 전당대회에서 불거진 의혹들을 정조준하고 있어서다. 여당 대표 후보 간 폭로전이 야당에는 더 없이 좋은 공격거리를 제공했다. 국힘 전당대회발 여야 공방의 신호탄이 오른 셈이다.

우리는 폭로 정치와 이에 맞선 초강경 대응이 정치권 파행과 정국 급랭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숱하게 목격했다. 폭로 내용의 사실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여야 간 정쟁이 국민의 좌절감을 깊게 하고 정치 불신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희망을 주어야 할 정치가 오히려 국민의 허탈감만 부추기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상생의 정치는 실종된 지 오래인 채, 경제는 바닥을 기고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은 해결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물가는 계속 오르고 무엇 하나 속 시원한 일이 없다. 이래저래 더운 여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