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지구촌 큰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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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지구촌 큰 잔치
이용환 논설실장
  • 입력 : 2024. 07.25(목) 17:33
이용환 논설실장
“해방 조선의 아들·딸들아 힘껏 뛰고 맘껏 달려라.” 1948년 6월 21일, 제14회 런던올림픽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선수단 68명을 위한 환영식이 열린 서울역에 수많은 인파가 모여 들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2달여 앞둔 혼돈의 시기. 돈도 없고 나라마저 없었던 국민들에게 사상 처음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단의 모습은 감격이었다. 선수단의 각오도 뜨거웠다. 연단에 선 이병학 총감독은 ‘체육정신으로 민족을 더럽히지 않겠다’고 울먹였다. 12년 전인 1936년, 일장기를 달고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했던 손기정은 ‘이번에도 우승기를 우리가 가져오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선수단이 런던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1인당 국민소득 50달러.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의 선수단은 예산이 없어 미 군정의 도움을 받아 뱃삯을 마련해야 했다. 여정도 험난했다. 부산에서 현해탄을 건너 일본으로 간 뒤 상하이와 홍콩을 거쳐 런던까지 기차와 배, 비행기를 갈아타며 이동한 시간만 20여 일이 넘었다. “독립된 국가로 가슴에 단 내 조국의 국기를 세계만방에 알리고 싶은 일념이 만든 기적이었다.” 선수단을 이끌었던 정항범 단장의 회고다.

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행사를 넘어 지구촌을 하나로 묶어내는 글로벌 이벤트다. 인종과 성별, 국적, 종교의 차별도 없다. 단순한 경쟁의 장을 넘어 국가 간 소통과 이해를 증진시키는 평화의 도구로도 활용된다. 지난 1992년 열린 바르셀로나 올림픽은 내전과 정치적 위기 속에서 올림픽에 참가한 유고슬라비아 선수들이 스포츠를 통해 국제 협력과 평화를 만들어낸 기적의 장이었다. 1988년 서울 올림픽도 냉전 시대, 동서화합과 남·북간 긴장완화에 기여한 평화의 올림픽으로 기억된다.

제33회 파리 올림픽이 우리 시간 27일 오전 2시 30분 프랑스에서 막을 올린다. 불황 탓인지, 답답한 현실 때문인지 기대했던 열기는 살아나지 않고 있지만 그래도 올림픽은 지구촌 큰 잔치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143명의 대한민국 국가대표를 비롯한 전 세계 1만 500명의 선수들도 온갖 역경을 딛고 장도에 올랐을 터다. 젊음과 패기로 무장한 선수들의 투지는 한편의 드라마다. 그들이 보여주는 공정한 경쟁도 우리에겐 소중한 가치다. 역사상 최초로 ‘성평등 올림픽’을 실현하고 ‘친환경 올림픽’을 보여주겠다는 프랑스, 불굴의 투지로 불가능에 도전하는 모든 선수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용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