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태양은 묘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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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태양은 묘지 위로
노병하 취재1부 정치부장
  • 입력 : 2024. 07.22(월) 18:11
김민기가 세상을 떠났다. 내 또래는 그와는 좀 거리가 있다. 그렇더라도 그리 멀지는 않는다. 그가 만든 노래가 충분히 우리 세대의 토양을 적셔왔기 때문이다.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졌던 ‘아침이슬’은 지금 이 나이가 되도 가끔씩 흥얼거린다. ‘친구’라는 노래도 그러하다. 그의 삶이 어떠했는지도 이래저래 흘러가는 바람 속에서 들었기에 결코 범상치 않은 이라는 것만은 뚜렷이 기억한다.

어쩌면 불행했고, 어쩌면 행복했을 터다. 청춘을 맞이한 시대가 군부독재의 엄혹한 시대였다는 점에서 그는 불행했고, 맞서 싸우면서 여기저기 깨져나가는 그 시기엔 괴로웠을 것이다.

그러나 끝내 승리를 맛보고, 세상이 바뀌었음에 환호하다가도 어쩌면 바뀐 것이 그리 많치 않았다는 절망도 안아 봤을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간에도 많은 이들이 그를 추모하고 있을 것이다.

요즘 몇 해 동안 부쩍 추모가 많아진다. 얼마 전에는 귀가하던 가장들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망했고, 그 바로 전에는 19살 청춘들이 직장과 군대에서 죽어 나갔다. 상관의 명령을 들었던 해병대원이 하늘로 떠났고 더 나아가면, 이태원 거리에서 수많은 이들이 갑자기 삶의 궤적을 멈춰야 했다.

그들이 사라지고서도 세상은 변한게 없다. 살아남은 이들은 여전히 잘못을 가리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을 뿐, 갈등과 혐오는 갈수록 첨예해질 따름이고.

희망마저 약해져 평생을 벌어도 아파트 한 채 살수 없는 지친 사람들은 아이를 낳는 것을 포기하고 빚에 몰린 젊은이들은 구직마저 포기한다.

마약은 10대들까지 파고들고, 요즘 아이들이 소속되고 1순위인 유튜브 세계에서는 사이버 렉카라는 상어떼들이 먹이감을 찢어 발기다 세상에 그 본모습을 들키기도 했다.

우리의 세상이 헝클어지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방에서 삐걱대는 소리가 들려오는 2024년 여름, 50여년 전 한 청년이 만든 노래처럼 ‘태양은 묘지 위로’ 여전히 붉게 타오르는데…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추모인가? 광야로 나아가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