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사교육 열풍과 인간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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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사교육 열풍과 인간의 가치
송민섭 취재2부 기자
  • 입력 : 2024. 07.15(월) 17:52
송민섭 기자.
눈을 떴는데 벌레가 됐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 하루아침에 벌어졌다. 어느 날 아침 여행 판매원으로 일하던 그레고르 잠자는 잠에서 깨어나 자신이 거대한 벌레로 변신한 것을 발견한다. 흡사 바퀴벌레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팔다리는 8개로 늘어났고, 머리 위로는 길다란 더듬이가 뻗어났다. 준수했던 그의 얼굴은 멀리서 봐도 징그러운 그야말로 ‘벌레’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레고르는 자신의 몸이 변한 사실에 충격을 받지만 가장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여전히 일터로 향했다.

초반에 정성껏 돌봐주던 가족들도 어느새 그를 가장 부담스러운 존재로 여겼다. 점차 혐오의 눈빛으로 바라보기 시작했고, 대화 조차 단절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레고르는 점점 더 쇠약해지고, 가족들은 그를 완전히 외면하게 된다. 결국, 그레고르는 자신의 방에서 고독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그의 죽음 이후, 가족들은 오히려 안도감을 느끼며 새로운 삶을 계획한다. 가족들은 슬픔보다는 오히려 해방감을 느낀 모습이었다. 그레고르의 존재는 그들에게 더 이상 부담이 되지 않게 된 것이다. 소설은 그레고르가 죽은 후 가족들이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20세기 문학의 거장으로 인간 존재의 불안과 부조리를 탐구해 ‘카프카적’이라는 용어도 탄생시킨 프란츠 카프카의 대표작인 소설 ‘변신’이다. 변신은 1915년 발표된 이래 수많은 논의와 해석을 불러일으킨 소설이다.

소설은 인간이 벌레로 변하면서 본인과 주변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묘사한다.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 가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하물며 가장 가까운 그의 가족들 조차 그를 꺼려하기 시작한 일련의 과정을 다룬다.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신하면서 가장 먼저 겪는 문제는 자신의 정체성과 자아를 상실하는 것이다. 그는 더 이상 인간으로서의 삶을 영위할 수 없게 되고, 가족과 사회로부터 소외된다. 이를 보며 사교육의 과도한 압박 속에서 학생들이 겪는 정체성과 자아 상실을 연상시켰다.

그레고르의 변신은 종국에 그의 인간적 가치를 완전히 무시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가족들은 그를 더 이상 인간으로 대하지 않고, 벌레로 취급한다. 사교육이 학생들을 단지 성적과 학업 성취도로만 평가하는 현실을 반영한다. 학생들의 개성과 잠재력, 인간적 가치는 무시된 채, 오로지 성적만이 중요한 척도로 여겨진다. 이러한 가치관은 학생들의 자기 존중감과 자아 실현을 방해하며, 인간적 가치를 왜곡시킨다.

사교육은 학생들의 정체성과 자아를 상실하게 하고, 가족에게 큰 부담을 주며, 사회적 소외와 불평등을 초래하며, 인간적 가치를 떨어뜨린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본질과 목적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학생들이 자신의 꿈과 열정을 찾을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